[이병효 칼럼] ‘국보법 폐지’로 획기적 국면전환 가능

북한이 곧 3차 핵폭탄 실험을 강행할 것 같다. 북한은 국방위원회 명의 성명에서 “우리가 계속 발사하게 될 여러 가지 위성과 장거리 로켓도, 우리가 진행할 높은 수준의 핵실험도 우리 인민의 철천지원수인 미국을 겨냥하게 된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고 했다. 완곡어법 따위는 아랑곳 않는 북한 특유의 직설적 위협발언이다. 더욱이 ‘높은 수준의 핵시험을 진행한다’고 못박고, ‘미국을 겨냥한다’며 노골적으로 가상 표적을 특정, 지목하고 있다.

북한은 앞서 외무성 성명을 통해 “6자회담 9·19공동성명은 사멸되고 조선반도 비핵화는 종말을 고하였다”면서 “핵억제력을 포함한 자위적 군사력을 질량적으로 확대하는 임의의 물리적 대응조치들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북한이 그동안 외무성 성명을 공허한 위협보다는 실천을 담보하는 공식적 의사표현의 창구로 주로 이용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핵실험 강행을 분명하게 예고한 것으로 봐야 한다.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다시 발동이 걸린 것이다.

북한의 이런 발표들은 유엔 안보이사회가 지난해 12월12일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추가 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것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외무성 성명이 유엔 안보리의 제재결의안 채택 2시간도 지나지 않아 나온 것을 보면 심사숙고 끝에 미리 준비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때문에 당분간 입장을 선회할 일은 없을 듯하다.

북한의 핵폭탄, 미사일 기술은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폭발 실험을 강행했지만 0.8킬로톤(러시아는 5∼10킬로톤 추산) 안팎의 위력에 그쳐 ‘피식탄’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다. 1945년 나가사키에 투하된 플루토늄 타입 원자탄 ‘뚱뚱이(Fat Man)’가 21킬로톤의 폭발력을 보인 데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사흘 앞서 히로시마에 투하된 우라늄 타입 ‘작은애(Little Boy)’는 16킬로톤의 위력이었다.

2009년 5월의 2차 핵실험은 1차보다 성공적이었고 2.4킬로톤(러시아 20킬로톤)이라는 평가부터 2∼6킬로톤, 1∼20킬로톤의 범위 안이라는 이상희 당시 국방장관의 추정까지 다양했다. 어쨌든 이번에 북한의 표현대로 ‘수준 높은 핵시험’은 폭발력이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높은 것이거나 여러 발의 핵폭탄을 동시다발, 또는 순차적으로 터뜨리는 것일 수도 있다.

지난해 4월의 로켓은 발사 직후 폭발하는 바람에 실패했지만 동일 모형 은하3호의 12월 발사는 성공했듯이 3차 핵실험은 1·2차에서 축적된 데이터 덕분에 북한이 본격 핵폭탄을 보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또 일부 전망대로 우라늄탄을 터뜨린다면 핵탄두 소형·경량화에도 일정한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핵실험이 언제 단행될까를 예측하는 것은 까다롭다. 북한은 전략적으로는 가측성이 높은 반면 전술적으로는 불의의 시점에 상대방의 뒤통수를 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3차 핵실험이 수일 내부터 수개월 이내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전망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북한의 입장에서 본다면?나로호 발사와 설 연휴 이후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이전, 특히 2월14∼18일이 가장 적절한 시기일 가능성이 있다. 2월 중 시작하는 한미 키리졸브 연합군사훈련도 고려사항이 될 수 있지만 적어도 중국 시진핑이 국가주석 직에 오르는 3월말을 넘기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 대해서야 어쩔 수 없지만 한국과 중국의 최고 지도자의 경우 정식 취임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가 조금이라도 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맞설수록 중국에 대해서는 되도록 정면 도발을 피하는 것이 유리함은 말할 나위 없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한국의 새 정부 출범과 미국의 오바마 2기, 중국의 시진핑 체제 구축에 따라 기대됐던 남북대화와 북­미관계 개선은 일단 물 건너가고, 상당 기간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한국의 선택은 극도로 좁아지게 된다.

미국은 이란 핵 때문에라도 북한 핵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중국도 최고지도자 시진핑 명의로 북핵 반대 입장을 천명했기 때문에 당분간 유연성을 보이기 힘들다.

한국도 미·중과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는데 일정한 시점에서 미국이 갑자기 북한과의 대화로 정책을 바꾸면 한국은 국외자로 남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한국이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을 선도하기에는 한미, 한중관계에서 각각 외교적 자본을 낭비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한-미 공조체제를 더욱 굳건히 다져야 한다. 북한 핵 문제의 키 플레이어는 어디까지나 미국이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이 중국의 반대를 무릅쓴 것을 기화로 북한과 중국의 틈새를 파고들어야 한다. 중국에게 북한은 껄끄러운 동맹국이고 ‘계륵’이기에 당장은 아니지만 장차 중국이 입장을 바꿀 인센티브를 미리 제공해야 한다.

셋째, 가장 대담한 변화의 묘책(game-changer)으로 대한민국의 국가보안법 폐지를 검토해 볼 만 하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은 박정희 대통령이 3선개헌과 71년 대선을 겪으면서 국내 정치의 위기를 맞았다는 배경이 있지만 72년 2월 닉슨의 중국 방문으로 가속화 된 미-중 접근과 화해 등 국제정세의 변화가 더 중요한 동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상당 기간 동안 남북정상회담 등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접촉이 어려워지고 우리에게 불리한 상황에서 현상이 고착된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이런 고착상태를 타개할 수 있는 유력한 카드다. 박근혜 당선자는 최근까지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북한은 하나도 안 바뀌었는데 우리만 무장해제할 수 없다”고 절대 반대해 왔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북한에 대해 공세로 나간다 해도 군사충돌이나 선전공작으로는 어떤 변화도 난망이다. 한미동맹이나 중국을 지렛대로 한 외교압박도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이 거듭 입증돼왔다.

북한이 당분간 붕괴할 전망이 없고, 북한은 핵을 자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도 북한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에게도 명백한 현실이다. 현상타파를 위해서는 강수를 써야 하는데 다행히 국보법 폐지는 정치비용이 작고, 내부 효과가 크고 북한에게 양면 승부수가 될 것이며 한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도 올려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 확실하다.

먼저, 노무현 대통령이 2003∼04년 국보법 폐지를 추진하던 것과는 주체와 상황, 효과가 완전히 다르다. 일부 우익인사들은 전시작전지휘권 반환과 국보법 폐지를 ‘좌익의 음모’라고 매도하면서 이에 대한 반대를 전가의 보도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한낱 고정관념에 불과하고 지극히 방어적인 태도에서 기인한 것이다. 국보법이 없다고 해서 간첩을 못 잡거나 ‘종북세력’을 견제하지 못 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류다.

국보법 폐지는 문재인 후보가 당선됐다면 꿈도 못 꿀 일이지만 박근혜 당선자에게는 비교적 쉬운 일이다. 일부 극렬 반대세력이 있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진심으로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48%의 반대투표 유권자는 물론 대다수 중도세력이 이 문제에 관한 한 대통령의 지지세력화할 공산이 크다.

보수 대통령이 국보법 폐지를 주도하는 것은 중도나 진보 성향의 국민에게는 하나의 감동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정의당은 입지가 오히려 좁아지고 그 밖의 극좌세력은 거센 사회적 압력을 받게 된다.

국보법은 유엔에서 폐지를 권고하는 악법일 뿐 아니라 형법만으로도 충분하지만, 필요하다면 ‘민주주의수호법’이나 다른 이름의 대체입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파 입장에서 보더라도 명분을 내주고 실질을 얻는 셈이어서 손해 보지 않는 장사다.

사실 국보법은 냉전시대에는 효용이 있었겠지만 우리 시대에는 맞지 않고 남북간 격차도 이미 너무 벌어졌다. 국민의 민도로 보더라도 일본문화 개방 때보다 걱정할 일이 훨씬 적다고 본다.

국보법 폐지는 비용이 거의 안 든다. 오히려 부질없는 국가기관이나 기능을 줄여줘서 절감효과가 기대된다. 참고로, 노무현 대통령이 국보법 폐지를 추진할 때 나는 개인적으로 반대했다. 현실성과 실효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시 국회는 여당이 다수가 아니어서 폐지법안이 통과할 가망성이 없었고, 또 국보법을 없앤다한들 상징적 효과 외에 대다수 국민 의 삶에 무슨 변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북한에 대해 양수겸장이라는 것은 한편 “우리가 너희들이 요구해온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니까 너희도 인권문제에 대해 구체적이고 획기적 조치를 하라”고 강력히 요구할 논거가 된다.

다른 한편, 인권대화와 병행해 북한의 민생 등 경제문제와 핵무기·병력감축 등 군사문제, 이산가족 등 교류협력 문제는 물론 근본적인 북의 체제안전과 평화불가침을 맞바꾸는 문제, 단계적 통일방안 등을 일괄 타결하는 통로를 열 수도 있다.

국제적으로 유엔과 인권기구는 물론 미국과 일본, 중국은 이런 조치를 환영할 것이 당연하다. 아마 가장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은 유럽 각국인데 박근혜 당선자에게 노벨평화상을 주겠다고 나올 지도 모르겠다.

북한이 핵폭탄을 터뜨리고 나올 때 우리가 서둘러 곤장을 들고 나설 것이 아니라 사랑과 평화의 올리브 가지를 전해주는 것은 순진하고 어리석은 짓이 아니다. 우리 시대에는 군사경제력 못지않게 소프트파워가 자산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사건처럼 군사적으로 도발할 때는 용서 없이 응징해야 하지만 자기네 담장 안에서 성냥불 장난할 때는 차라리 북한의 의표를 찌르는 것이 좋다. 북한이 1984년 수해물자 지원을 제의했을 때 전두환정부가 덜컥 받아들였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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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연방제통일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한국정치 현실에서 국보법 마져 없애겠다구요?

    지금도 웹에 국가보안법을 교묘히 넘나드는 북한 찬양물이 넘쳐 나는데,,,,국보법 없애면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이적단체들은 합법적으로 김정은 찬양할거고, 호기심 많고 사리판별 못하는 중 고등 학생은 빠져들 위험이 다분히 존재합니다..

    뭔 대체법요? 형법으로 대체? ㅋㅋㅋㅋ

    지금 기존 법으로도 현존하는 이적단체들을 어쩌지 못하는 마당에 법을 강화하자는 주장은 못할 망정, 정신 차리세요.

  2. 국보법이 필요하다면 다른 이름의 대체입법도 가능하다고 본문에 명시되어있는데 깎아내리기만 급급한 모습이 참 안쓰럽군요.

  3.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 마시요.
    통일되도 국보법이 필요한 판에
    뭐? 폐지하자고?
    이병효 너 지금은 종북빨갱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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