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의 포토차이나] 눈과 얼음의 축제, 하얼빈 ‘빙등제’

얼음다리 속으로 보이는 탑, 요양백탑의 형상이다.

하얼빈(哈爾濱)의 빙등제(???)는 일본 삿포로의 유키마츠리, 캐나다 퀘벡의 윈터카니발과 함께 세계 3대 겨울축제로 유명하다. 이 축제는 매년 1월5일에서 2월5일까지 개최된다. 1963년 처음 시작되었고, 1985년 제1회 하얼빈 빙설제(氷雪祭)를 개최하면서 자리를 잡아갔다.

하얼빈은 중국 동북지방의 가장 북쪽에 위치한 흑룡강성(黑龍江省)의 성도로서 겨울이 되면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동토다. 우리에게는 1909년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면서부터 친숙한 지명이 되었다.

빙등제와 빙설제는 동시에 개최된다. 하얼빈의 중앙대가(中央大街)에서 시작하여 조린(兆麟)공원, 송화강(松花江), 태양도(太陽島)공원 등으로 이어지며 다양하게 펼쳐져왔다.

중앙대가는 러시아가 동청철도를 건설하면서 만든 도로로 1900년 완공됐다. 지금은 하얼빈의 관광과 상업의 중심축이 되는 대표적인 거리로 남쪽 신양광장에서부터 북쪽 스타린광장의 방홍기념탑까지 이어진다.

도로는 화강암 벽돌로 1450m에 달하며 벽돌 한 장 한 장에 100여년의 풍상의 흔적이 남아있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리고 도로 양옆에 줄지어 늘어서 있는 70여 채의 르네상스시대 바로크양식의 건축물과 어우러져 유럽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이곳을 동양의 파리, 동양의 모스크바라고도 부른다.

중앙대가에 연결된 성 소피아 성당

중앙대가의 대표적인 건물은 마디얼(馬迭爾) 빈관과 성소피아 성당이며 하얼빈 관광의 필수코스로 손꼽힌다. 이곳에도 빙등제 기간에는 도로 곳곳에 빙등과 눈조각이 설치되어 있으며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의 조명과 한데 어울려 화려함이 극에 달한다. 올해는 싸이의 눈조각이 돋보였다.

조린공원은 하얼빈 최초의 공원으로, 원래 이름은 하얼빈공원이었는데 중국의 항일영웅인 이조린(李兆麟) 장군의 유해를 안장하고 장례식을 한 1946년부터 조린공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또 이곳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 직전에 거닐었던 곳으로 유명한데 “내가 죽거든 시신을 하얼빈공원에 묻었다가 조국이 독립되거든 고국으로 옮겨 달라”는 유언을 남겼던 현장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하얼빈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으며 청초당(靑草塘)이라는 유묵비가 세워져 있다.

방홍승리(防洪?利) 기념탑은 1957년 대홍수가 일어나 송화강이 넘쳐 하얼빈시 전체가 물에 잠기는 위기를 시민 모두가 힘을 합하여 막아낸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만들었다. 송화강변을 따라 길게 조성한 스탈린공원 중앙광장에 있다. 이 탑은 제방을 건설하기 전에 홍수로 사망한 사람들의 넋을 기리는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다.?그리고 이곳에서 빙설제가 열리는 태양도공원을 연결하는 관광버스 노선이 있다.

눈으로 조각한 부처와 관음보살상

송화강에서 빙등제가 열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것은 얼음수영이었다. 수영장은 송화강에서 얼음을 잘라낸 곳이었으며 잘라낸 얼음으로는 빙등과 다이빙대를 만들었다.

필자가 입장권을 사서 수영장으로 들어가니 수영복을 입은 선수가 다이빙대에 올라가서 다이빙을 하고 헤엄친 후 건물 속으로 들어갔다. 영하 20도가 넘는 강추위에 관객은 오직 나 하나,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그 후 여러 차례 빙등제를 찾았지만 다시는 얼음수영을 만나지 못하였다.

송화강의 얼음 수영장

태양도는 하얼빈시 송화강의 섬으로서 태양도공원이 있으며 스탈린광장에서 마주보고 있다. 원래 여름휴양지로 유명한 곳이지만 빙등제의 주개최지로 자리를 잡으면서 계절에 관계없이 관광지로 자리를 잡았으며 해마다 3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백두산에서 발원하여 길림을 거쳐 하얼빈에 이른 송화강의 얼음은 겨울철이 되면 대형트럭이 지나가도 괜찮을 만큼 꽁꽁 얼어붙는다. 그래서 얼어붙은 송화강에서 채빙을 한다.

송화강에서 채빙을 위해 얼음을 깨고 있다.

빙등제의 준비기간은 약 1달 기간이다. 물론 세부계획의 작성, 올해의 주제, 작가 및 빙등 내용의 선정 등은 그 전에 이루어진다. 얼음을 캐고 옮기고 조각과 건축을 하는데 동원되는 인원은 하루에 1만여명에 달한다.

송화강에서 깬 얼음을 끌어올리고 있다.

하얼빈빙등제는 세계 얼음제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그래서 전세계에서 유명한 얼음 조각가들이 모여 기량을 뽐낸다.

얼음으로 건축을 하고 있다.

작품의 주제는 해마다 주최측에서 정하지만 대부분 중국을 포함한 세계적으로 이름난 건축물을 비롯해서 동물이나 명화 등이 대상이 된다. 그리고 그 속에 오색의 조명을 설치한다.

이 조명등은 밤이 되면 신비롭고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해 건축과 조각, 춤과 음악, 회화 등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의 묘미를 보여준다. 때로는 꿈의 세계, 환상의 세계, 동화 속의 무대로 바뀌기도 한다.

해가 지고 하늘에 잔광이 있을 때 빙등에 불이 들어오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된다.

또 눈으로 만든 거대한 조각들을 함께 전시하여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그래서 전시장은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원으로 변한다. 특히 기온이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밤이 되면 대기 속의 수증기가 얼어붙어 무송(霧淞)이라고 부르는 성에가 형성되어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한다.

나뭇가지에 물을 뿌려 얼음나무를 만들었다.

빙등제의 공식명칭은 ‘빙설대세계’라고 하며 빙등제는 이 빙설대세계 행사의 한 부분이다. 올해의 경우 ‘제39회 빙등제’와 ‘제29회 중국 할빈국제빙설축제’가 된다. 축제는 60만㎡의 부지에 18만㎥의 얼음과 16만㎥의 눈으로 제작한 2천여점의 작품을 전시하였으며 그 중 가장 높은 건축물의 높이는 48m에 달했다.

레이저 쇼를 펼치는 빙설대세계 현장

개막식은 1월5일 오후 4시30분에 개최되었는데 캐치프레이즈는 ‘세계 디즈니 빙설락원’이었다. 발표에 의하면 중국공산당 고위간부를 비롯하여 51개국의 주중대사를 비롯하여 국제조직대표, 우호도시 대표단, 국내외 80여개 매체 기자 등이 참석하였고, 개막 당일에만 5만명이 참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첨성대 형태의 빙등에 불이 들어오고 있다.

빙등제가 펼쳐지는 중앙대가나 조린공원 등은 입장료가 없으며 인근의 커피숍 등에서 추위를 녹이기 쉽고 교통도 편리하다. 그러나 빙설대세계가 열리는 태양도공원은 입장료가 인민폐로 300원 정도, 학생할인요금은 150원이다.

중앙대가의 야경.

빙등제의 백미는 오후 4시 이후 빙등에 불이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전술한 바와 같이 태양도 공원의 밤은 무척 춥기 때문에 방한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털장갑과 방한모, 내복과 아이젠은 필수품이며 틈틈이 휴게소에서 따뜻한 음료수로 추위를 녹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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