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醫 김명근의 마음산책] 감정 이야기① “사랑은 뇌에서의 ‘밀수’행각”

감정은 몸의 반응이다

감정이란 무엇일까요? 아주 익숙한 것이지만, 대답하기 힘든 것들이 있지요. 감정이 무엇이냐는 질문.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감정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몸과 마음을 갈라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몸은 지상에 속한 것이고, 마음은 천상에 속한 것이라는 중세적인 사고방식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마음이란 뇌의 작용이고, 뇌는 몸의 일부입니다. 마음 역시 몸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면 감정을 설명하기가 쉽습니다. 감정이란 어떤 상황에 대한 몸의 반응입니다.

산길을 가다가 호랑이를 보았습니다. 차분한 마음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하나요? 아니겠지요. 일단 뒤로 돌아 뛰는 편이 살아날 확률을 높이겠지요. 맥박수를 올려야 합니다. 소화기관 같이 당장 할 일이 없는 곳으로 보내는 혈액은 줄여야 합니다. 최대한 팔, 다리로 기운을 모아야 합니다. 이 모든 반응이 순식간에 일어납니다. 우리 몸은 그렇게 반응을 하도록 되어 있는 것입니다. 감정이란 몸의 반응체계입니다. 뇌에서 “이건 회로 1번을 작동시켜야 하는 상황이야”라고 판단하면 그에 따라 적절한 신경전달 물질을 분비합니다. 그러면 몸의 여러 곳이 사전에 약속된 프로그램대로 작동을 하게 됩니다. 일종의 패키지로 묶여 있는 반응체계지요.

기억력 좋을수록?복잡한 감정

감정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반응체계일 뿐입니다. 하등동물의 본능적인 반응과 비슷한 것이지요. 그런데 사람의 감정은 좀 더 복잡합니다.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기억력이 좋아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실제 상황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되면, 때로는 그저 상황을 상상만 해도 감정적인 반응이 일어나거든요. 기억력이 좋을수록 감정은 복잡해집니다. 동물이라고 하더라도 코끼리, 돌고래, 침팬지와 같은 동물들은 사람 못지않게 감정이 풍부합니다. 기쁨, 분노, 우울, 불안, 권태 등등이 확실히 관찰이 됩니다.

게다가 감정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세 번째 이유가 또 있습니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합니다. 인간의 생각이나, 이해는 주로 언어의 힘을 빌려서 합니다. 그런데 감정은 언어와 노는 바닥이 다릅니다. 언어는 주로 대뇌가 담당을 합니다. 감정은 변연계라고 하는 원시 뇌가 더 많이 관여를 합니다. 지하경제가 돌아가는 것은 국세청보다 마피아가 훨씬 더 잘 알겠지요. 그런데 우리 머릿속 정부의 재경부는 국세청 공식 통계를 기준으로 경제를 파악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감정을 이해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감각은 시상이라는 곳을 통해서 대뇌로 전달이 됩니다. 물론 감각은 대뇌의 이성적인 판단과는 별도로 변연계의 감정 중추를 건드립니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감각이 들어온 뒤에 어떤 감정이 발생했다는 것을 대뇌가 알고는 있다는 것이지요. 인천에 타이롱호가 들어오고 한 달 뒤에는 간석동 맘보파가 돈을 흥청망청 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어떤 물건을 밀수하는지, 어떻게 처분하는지는 정확히 알기는 어렵겠지요. 하지만 타이롱호와 맘보파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고, 주로 밀수 형태일 것이라는 것은 추측할 수가 있겠지요. 그걸 근거로 수사를 시작하는 겁니다. 감정의 이해라는 것은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이지요.

다음 주부터는 인간의 중요한 감정들이 어떻게 작동되는 것인지,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지를 다뤄볼까 합니다. 분노, 슬픔, 기쁨, 두려움 등등을 다뤄보겠습니다. 사랑도 다뤄볼 계획이기는 한데… 사랑은 좀 어려워서 어떨런지요.

사랑이 왜 어렵냐고요? 위에서 든 예를 가지고 말하자면 사랑은 전혀 보고가 되지 않는 밀수와 비슷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페로몬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맛도, 냄새도 없는 물질이면서도 아주 소량만으로도 동물의 행동을 크게 조절을 하는 물질입니다. 이 페로몬은 대뇌로 보고가 되지 않고 바로 시상하부라는 곳으로 전달이 되거든요. 사랑은 페로몬과 관련이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아직 연구가 안 된 부분이 많은 영역이지요. 어떻게 할까요? 그래도 다뤄보도록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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