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문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아세안, 中·日보다 한국에 적극적 ”

정해문 사무총장은 바다 해(海), 글월 문(文)을 쓴다. 바다 건너 문관···?천상 외교관이다.


“아세안 2015년 단일공동체 되면 교역액 161조 될 것”

동남아 10개국 지역협의체인 동남아국가연합(ASEAN)은 우리의 제2대 교역상대국이다. 지난해 한국 기업들이 아세안에서 벌어들인 돈이 187억 달러(약 20조원)로 이는 무역수지 흑자 총액 308억 달러 중 60%가 넘는 수준이다. 인적교류도 활발하다. 지난해 상호 방문객 수는 500만명이었다.

아세안은 2015년까지 아세안공동체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6억명 이상의 단일 소비시장, 생산기지를 가진 거대 경제권의 부상을 의미한다. 단일공동체가 계획대로 만들어진다면 한국과 아세안이 세운 2015년 교역액 1500억달러(161조원) 목표는 무난히 달성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선 가교역할을 하는 한-아세안센터의 임무가 중요하다. 한-아세안센터는 한국과 아세안 10개 회원국 간 교류협력 확대를 목적으로 2009년 설립된 국제기구다. 최근에는 아세안 10개 회원국의 무역, 투자, 사회, 문화, 관광 분야를 집중 분석한 ‘2012 한-아세안 통계자료집’을 발간했다.

7일 정해문(61)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을 만나 아세안과 한국의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얼마 전 싸이 유투브 동영상 국가별 클릭수를 봤더니 태국이 미국 다음으로 많았다.

“태국 인구가 6700만명이다. 미국, 중국, 다음으로 한국어 배우려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태국을 비롯해 아세안 국가에서 한국 채널이 없는 곳이 없다.”

– 포스트 차이나로 아세안을 주목한다.

“과거 동남아가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생산기지에서 소비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3분기 필리핀 경제성장률이 7.1%, 인도네시아 6.2%를 기록했다. 세계경제 위기에서 기록한 놀라운 수치다. 10년 이내에 인구도 10억 이상으로 늘 것이다.

이에 따라 동남아 진출기업도 늘고 있다. 여전히 진출 여지는 많다. 아세안 입장에서도 한국 중요하다. 베트남에서 한국 기업이 고용한 현지 인력만 40만명이다. 인도네시아 태국 다 합치면 100만명 정도다. 아세안은 중국, 일본에 비해 한국을 편하게 생각한다. 역사적 동질감도 있고 한국처럼 되고 싶어 한다.”

아세안 한국의 2대 교역국··· ‘포스트 차이나’로 교류 더?늘려야

– 아세안 국가 간 빈부격차도 있고, 최근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를 놓고 분열양상도 보였는데 공동체를 쉽게 이룰 수 있을까.

“단계적으로 가야 할 거다. 우선 각 나라별 이동이 쉽게 돼야 하고 여러 부문에서 표준화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 의지가 강하니까 잘 되리라 본다.”

– 아세안은 한국의 2대 교역상대국으로 흑자 규모도 크다.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 번 돈이 89억 달러인데 이들 나라에 대한 무상원조는 1억 달러에 불과하다. 한-아세안센터가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름옷 소재인 바띡이나 옻칠제품 등의 한국시장 진출을 돕고, 태국, 베트남에서 많이 수출하는 해산물 제품을 새롭게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 등을 전수하고 있다. 아세안 4개국에서 온 직원들이 함께 일을 하고 있다. 한-아세안센터가 아세안의 한국 지부 역할도 하고 있는 셈이다.”

– 내년 미션은 무엇인가.

“문화교류에 좀 더 집중할 생각이다. 얼마 전 한국에 시집 온 27세 베트남 여성이 결혼 생활 8년째 이혼소송을 진행하던 중 어린 두 자식을 껴안고 투신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문화적 차이에서 발생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문화교류가 그래서 중요하다. 다문화 관련해 두 개의 국제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또 2015년 아세안 단일공동체 출범에 앞서 예상되는 제도의 변화에 대해 포럼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외무고시 10회로 그리스·태국 대사 지내

“한국 좁다. 절반은 밖으로 나가야 한다”

정해문 사무총장은 격이 없었다. 인터뷰 사진촬영 땐 직원들을 불러 웃겨보라고 주문하며 농담도 곧잘 했다.

좌우명을 묻자 “그런 거 없는데, 있어야 하냐”며 “굳이 말하자면 건강관리 잘하고 늘 공부하는 마음을 갖고 살자”라고 했다. 외교관은 급변하는 국제관계의 흐름을 늘 숙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직업이다. 그는 “하루 중 상당 시간을 책과 신문을 읽는데 사용한다”고 말했다.

운동은 수영을 즐긴다. 20년간 규칙적으로 수영을 했다. 그런데 그게 제대로 배운 수영이 아니다. 어렸을 적 냇가에서 멱 감던 수준이라 늘 머리를 내밀고 수영을 한단다. 축구 보는 것도 좋아한다. 한 때는 프리미어리그 주요 팀 선수들 이름을 다 외웠을 정도.

프리미어리그 주요 선수들 이름 줄줄 외워

대학 강연을 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말은 ‘학창시절부터 글로벌네트워크를 쌓으라는 것’이다. 그는 “요즘은 SNS를 통해 외국인과 쉽게 교류를 할 수 있고 학내에도 외국유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쌓기에는 아주 좋은 환경”이라며 “한국에 머물러 있지 말라”고 했다.

“우리 인구 절반은 밖으로 나가야 한다. 5천만이 살기엔 한국은 좁다. 하늘에서 보면 국경이 없다. 중국에 한국유학생 많고, 미국에 중국 인도 다음으로 많다. 긍정적인 현상인데, 유학국가도 다변화 해야 한다. 특정 나라 집중하는 것 보다 여러 나라로 나가자. 국가 장래를 위해서라도 그게 좋다.”

정 사무총장은 1952년 부산 기장에서 태어났다. 부산 동래고를 나와 1976년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해 외시 10회로 외무부에 들어갔다. 1981년 주 싱가포르 2등서기관으로 외교관 생활을 시작, 주 LA영사, 주 나이지리아 참사, 주 미국 참사, 주 오스트리아 대사관 공사를 거쳤다. 2004년 그리스 대사, 2008년 태국 대사를 지내고 올 2월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에 취임했다.

한-아세안센터, 한국과 아세안 국가 가교역할

한-아세안센터는 한국과 아세안의 대화관계수립 20주년을 맞은 지난 2009년 3월13일 한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10개 회원국 간 교류협력 확대를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기구다. 아세안+3 국가 중 중국이 최근 중-아세안센터를 설립함으로써 한·중·일 모두가 아세안센터를 갖게 됐다.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 간의 교역증대, 투자촉진, 관광활성화 및 문화교류를 통한 상호이해와 협력 증진을 추구하고, 인적교류를 활성화해 양 지역 국민간의 이해와 우호를 증진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필리핀, 부르나이, 라오스 직원을 포함해 39명이 일하고 있으며 사무실은 서울 프레스센터 8층에 있다.

올해 무역투자사업으로 아세안 식음료 전신회, 아세안 가구 기프트 명품 박람회, 산업연수 프로그램, 투자설명회 등을 펼쳤으며, 문화관광사업으로는 아세안 문화관광축제, 아세안관광인력개발 프로그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관광청 홈페이지 내용 한국어로 번역 및 업데이트, 한-아세안 멀티미디어 공모전, 아세안 화합한마당, 한아세안 언론인 교류사업 등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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