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혁명 다시 시작하다

후원회밤 감사인사하는 박노해시인 <나눔문화 제공>

박노해(朴勞解) 시인의 혁명은 계속되고 있다. 80년대 온몸으로 독재와 노동탄압에 맞선 박노해. 그는 이제 나눔과 문화를 통해 혁명의 불씨를 다시 지피고 있다.

박노해 혁명은 노동의 새벽을 대번에 맞이하려는 데서, 영혼과 나눔문화의 ‘느리고 깊은 다함께’ 혁명으로 바뀌어 계속되고 있다. 2000년 나눔문화를 설립한 박 시인은 이후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가난한나라를 돌며 민중들과 숨쉬고, 그들 모습을 사진 속에 담아 ‘고발하고’ ‘격려하고’ 있다.

올 가을 그는 두달 간 파키스탄을 다녀왔다. 지옥과 천당을 동시에 경험하는 그곳에서 시인은 작은 나눔의 씨앗을 뿌리고 왔다. 그는 “겨우 두 달 헤매다 돌아와 조금 앓다 보니 2년이 지난 듯한 ‘삶의 시차’를 느낀다”고 했다.

7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나눔문화 11주년 후원모임’ 자리에서 그가 입을 열었다

(前略)

“시민사회는 본격적인 선거정치로 뛰어들고 있는 듯합니다.?해내야죠. 그런데 돌아서면 뭔가 허전하고 서글픈 심정 아닙니까.?한 가닥 희망을 기대하면서 여기 잡았다, 저기 걸었다,?표면적 정치 비판과 저항으로 희망을 소비하는 것은 아닌지요.”

“11년 전 나눔문화를 세울 때 우리시대 핵심문제를 ‘4대 위기’로 명시했습니다.?‘지구생태 위기’ ‘미국의 침공과 전쟁 위기’ ‘전 인류적 양극화 위기’는?이제 구체적 일상이 되고, 누구나 아는 상식의 차원이 되었습니다.?그러나 영혼을 가진 인간으로서 ‘사회적 영혼의 위기’,?‘우리들 인간성의 위기’는 여전히 주목되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깊은 잠을 자지 못합니다.?스스로의 힘으로 잠들지 못하면 깨어도 깨어 있지 못합니다. 자기 자신을 무언가에 마취시키지 않고는 견디지 못합니다.?감정살해 노동을 하고, 인상을 조작하고, 마음을 성형하며,?자신의 안과 밖을 상품으로 개발해야 살아남는 시대입니다.?사회가 무너지기 전에 먼저 우리 인간성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다들 그렇게 살아’ ‘너라고 별 수 있을 것 같아?’ ‘옳고 그름이 어디 있어?’?‘난 다를 뿐이야’ 라며 쓰라린 진실 앞에 ‘다름’의 뒷문으로 도피할 때, 갈수록 인간성은 하향화되고 그것이 다수결 여론과 상식이 될 때, 희망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해결해 나갈 주체가?자기 자신으로부터 증발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희망’이라고 말하지만?갈수록 ‘악의 신비’를 강하게 느낍니다. 악은 더욱 새로워지고 다양해지고 강렬해지고 있습니다.?하나의 선이 출현할 때마다 악은 더욱 집요해지고?새로운 희망이 떠오를 때마다 악은 더 광범하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우리가 하는 일이?사막의 말라 죽은 나무에 물을 길어다 붓는 일만 같습니다.”

“서기 150년에 이집트 사막에 최초의 동굴수도원이 생길 때였습니다.?사막 언덕 위에 말라 죽은 나무 한 그루가 서있었습니다. 스승은 제자에게 매일 30리 떨어진 곳에서 물을 길어다 주라고 일렀습니다.?3년이 지난 어느 아침, 죽은 나뭇가지에서 기적처럼 푸른 새잎이 돋아나는 걸 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또 다른 전승에 따르면, 진실은, 그 나무는 그냥 말라 죽은 채였다고 합니다. 우리는 잘 압니다. 그 나무는 그냥 마른 채로 죽어 있을 거라는 걸.?그러나 날마다 먼 사막 길을 걸어 물을 길어다 주는 우리 마음의 나무, 그 말라 죽은 나무에서는 푸른 새잎이 날마다 돋아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박노해 시인은 “우리는 결국 실패할 것이다.?무력한 사랑 하나뿐인 우리가?아무리 애타는 마음으로 몸부림쳐도?우리의 혁명은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유쾌한 기분으로?지금 여기에서 자신을 완전히 불사르며?묵묵히 생을 다해 그 길을 걸어갈 것이다.?그리고 지금 그 길을, 우리 함께 걷고 있다”고 마무리했다.

박노해 혁명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고 있음을 확인하는 대목이다. ‘少數前衛(소수전위)’에서 ‘다함께 느리고 깊게’로 바뀌었을 뿐.

김인국 신부 <사진=휴대폰 촬영>

한편 대학생 주부 회사원 등 200여명이 참석한 이날 나눔문화(고문 김동건 법무법인바른 대표변호사) 후원의밤 2011나눔문화 시상식에서 펑화상은 김인국 신부(정의구현사제단), 생명상은 김정욱 교수(서울대환경대학원), 나눔상은 김갑성 민원식씨 부부가 각각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