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의 포토차이나] 베이징의 여유…’일단공원’

일단공원의?빨간색?대문. 문고리 장식이 이채롭다.

중국 베이징의 중심인 고궁(자금성)에서 약 10km 떨어져 있는 일단공원(日?公?)은 명(明)나라와 청(淸)나라의 천자가 태양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천자는 고대 중국의 황제로, 옛 중국의 일반 대중은 ‘천자’를 하늘의 소리를 듣는 자라고 믿었다.

그 증거가 베이징에 있는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다섯 제단, 즉 오단(五?)이다. 오단은 자금성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있는 천단(天?), 지단(地?), 일단(日?), 월단(月?), 선농단(先??)을 말한다.

그중 오늘 살펴볼 곳은 베이징시 조양구 일단북로(朝?? 日?北路) 6호에 있는 ‘일단공원’이다. 일단공원은 명나라 가정(嘉靖) 9년인 1530년에 건설되어 명·청대를 이어?왔지만 일제치하에서 옛 건축물 대부분이 훼손됐고 문화재들은 도둑 맞아 거의 폐허에 가까운 모습이 되었다.

공원의 입구 잔디밭에는 언제나 노천 연주회가 열리고 있다.

베이징시에서는 1951년 제단 정비를 시작해?총면적 20여㏊, 처음 4배 규모로 확장해 공원으로 꾸몄고, 1956년 일반에게 개방했다. 이후 일단공원은 베이징시의 중점문물보호단위(重点文物保??位)로 지정됐으며 베이징시에서 경관이 빼어난 10대 공원 중 하나로 불리게 된다.

공원의 아침.

베이징의 오단 중 일단공원은 유일하게 입장료가 없다.

아침부터 공원을 찾아 여가를 즐기거나 체력단련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창가 연주가 한데 어우러진 노천 연주회.

그 중 필자가 가장 감명 깊게 보았던 것은 다양한 중국전통악기 연주와?어울린 창의 합주다.

그들은 자신들이 즐기는 모습들을 스스럼없이 공개했고, 다가가 촬영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여유와 집중력으로 작업에 몰두해 있었다.

제일벽화 앞에서 탈춤을 즐기고 있는 북마방촌 주민들.

휴일에는 공원 내 제일벽화(祭日壁?) 부근을 중심으로 다양한 행사들이 열려 많은 시민들이 모여든다.

또 160년 동안 중단됐던 태양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제일전의(祭日典?)가 지난 2011년 봄부터 재개됐다. 아직까지 일정한 시간에 열리지는 않지만 앞으로 일단공원의 제사의식은 베이징의 볼거리 중 하나로 각광받을 것이다. 매년 봄 무슨 행사가 열리는지는 조양구의 홈페이지(www.bjchy.gov.cn)에서 알 수 있다.

일요일 아침 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일단공원에서 영성문(?星?)을 마주하고 있는 외단(外?)에서 서천문(西天?)으로 가는 길은 황제가 태양신에게 제사를 드리기 위해 지나가야 하는 신로(神路)였다. 또 구복전(具服殿)은 황제가 휴식을 취하거나 옷을 갈아입던 장소였다.

제사를 지내던 제일원단(祭日圓壇), 기물과 음식을 관리하는 신고(神庫)와 신주(神?), 시각을 알리는 종루(鐘樓) 등은 일단공원의 원래의 기능에 맞춘 것이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가로 400여년의 수령에 1m가 넘는 플라타너스가 도열하고 있는 옥형원(玉馨?)에서는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신고대원 앞, 탁구 라켓으로 셔틀콕을 치고 있다.

또 강남(江南) 정원의 수려함과 북방 삼림의 우아한 분위기를 담아내고자 한 서남경구(西南景)는 호수 면적만 4,700㎥에 이른다.

호수 기슭에는 고풍스러움이 돋보이는 방갈로와 놀잇배, 그리고 조그만 정자들이 지어져 있고 호수 남북으로는 굽은 다리와 아치형 다리가 세워져 있다. 호수 주변으로 구불구불한 소로가 이어져 있는데 이 소로를 따라 주변 경관을 감상하면서 산 위에 올라서면 산과 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느낄 수 있다.

새롭게 조성한 산책로.

공원은 최근 몇 년 간 원래의 문화 유적 위에 현대적인 시설을 추가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노천에 건설된 약 400㎡ 인공암벽등반장이다. 인공암벽은 선로구(?路?)와 포석구(抱石?) 등 두 가지 종류가 있다.?’선로구’는 높이 15m에 폭 50m로 9가지의 암벽 등반 코스가 있는데 개인 수준에 맞게 즐길 수 있다. ‘포석구’는 국제표준규격 암벽판을 사용했다.

노년활동구역에서 펼쳐지는 중국의 전통놀이.

노년활동구역(老年活??)에서는 다양한 놀이문화가 펼쳐진다. 장애인들도 한데 어울리며 북경인들의 여가선용과 놀이문화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일단공원의 문화적 특성이 그대로 표출되는 곳이다. 각종 수목과 다양한 품종의 모란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목단원(牡丹?)의 아름다운 전경도 만끽할 수 있다.

장애를 가진 노인들이 여가를 즐기고 있다.

일단공원은 지하철을 타고 영안리(永安里)역이나 건국문(建國門)역에서 내려서 걸으면 도보로 15분 안팎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거리다. 버스로는 일단로(日?路), 아보로(雅?路), 신로가(神路街) 등의 역에서 내려 몇 백m만 걸으면 일단공원 남문이나 서문 등에 도달한다.

공원 가는 길 주변에는 각국 대사관이 모여 있으며 공원 입구에는 러시아 상가가 즐비해 있다. 그래서 고풍스러운 중국의 옛 제단과 현대식 공원, 세계 각국의 정서를 표출하고 있는 대사관 거리, 러시아타운의 모습 등 다양한 재미를 맛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news@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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