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칼럼] 축구도 좋아하며 즐겨야 진짜 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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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이 무척 푸르고 높다. 지난 여름 그 무더웠던 날씨는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런던올림픽 때 우리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국민들 성원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점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 감독인 저나 선수들도 평생을 두고 국민들의 사랑과 격려를 잊지 않을 것이다.

요즘 모처럼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갖고 있다. 아내와 두 아들과 보내는 시간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우리 아이들이 늘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통해 자신있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길?바란다. 무엇보다 그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길 바란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잘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행복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렇다. 어려서부터 축구를 좋아했고, 그 길을 꾸준히 갔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비도 있었다. 축구를 좋아했지만 포기할 뻔한 적도 있다. 체구가 작았기 때문이다. 축구를 본격적으로 배운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다. 4학년 때 축구부가 생겨 함께 축구하며 놀던 친구들은 모두 들어갔는데 난 못 들어갔다. 공부도 잘하는 편이고 운동이 힘들다는 이유로 부모님께서 반대하셨기 때문이다. 학원 가는 걸 빼먹고?친구들의 축구하는 모습을 구경만 해야했다. 그러다?1년 뒤인 5학년 때 축구부에 마침내 들어갔다.

중학교에서도 절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축구와 달리 체력이 필요하고 체격이 우선 돼야 했다. 그런데 나는 당시 키가 아주 작았다. 첫 번째 연습경기에서 제외됐다. 자존심이 상했다. 눈물을 흘릴 뻔했다. 당시?“명보, 너는 축구는 잘하는데 몸이 너무 약해” 이런 말을 숱하게 들어야 했다.

한번은 경기 중 넘어져 쇄골이 부러지는 바람에 한달 간 학교에 못간 적이 있다. 담임선생님이 부모님과 면담 중 ?“몸도 너무 약하고 공부도 잘하고 있으니 축구를 그만 시켜라”고 얘기하시는 것을 들었다.

“축구는 잘 하는데 몸이 약해.” 이 말이 내게 ‘오기’를 불러일으켰다. 나는 다짐했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축구를 한 번 해봐야겠다.’

키가 안 크고 체격이 안 되는 건 자신의 의지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때 생각한 게 ‘다른 친구들 체력훈련할 때 나는 기술훈련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그것이 나중 내 축구 인생에 가장 큰 무기가 됐다. 신체조건은 시간이 흐르고 영양을 공급하면 해결되지만 기술은 어렸을 때 익히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집중적이고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좋은 습관을 몸에 배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내 몸이 약했기 때문에 일찌감치 깨달을 수 있었다.?약한 몸으로 다른 친구들만큼 뛸 수는 없지만 그 시간에 기술훈련을 할 수 있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것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본다.

이번에 올림픽을 개최한 영국은 명실공히 축구 강국이다. 그런데 거기에선 엘리트 축구가 아니라 클럽을 통해 선수들이 배출된다. 축구를 좋아하다 보니 잘 하게 되고, ?그런 아이들이 프로선수가 되는 것이다. 놀면서 하는 축구가 전문적인?선수들과는 상대가 안 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즐기면서 하는 일이 가장 성공할 확률도 높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 축구도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프로축구의 경우 승부가 중요하다. 하지만 승부를 위해 다른 중요한 것을 종종 놓치곤 한다. 분야별로 전문화돼 있지 않고 성적위주로 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감독이 있다고 해도 선수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결과가 모든 걸 결정하다 보니 정작 가장 중요한 선수들의 사기와 장래를 희생시키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선수들에게 종종 이런 말을 한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 나 자신 중학 시절, 키도 작고 몸도 약해 포기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그것을 통해?‘이 악물고 일어서는 사람에겐 반드시 길이 열린다’는 확신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유소년 선수들이 즐기며 행복하게 공을 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생각만 해도 벅차오른다. 내 아들 성민이, 정민이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통해 행복을 느끼도록 돕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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