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날’ 발견한 노쇠한 방송사

지난 2일, 휴일 경기도 양주에 일이 있어 가는 김에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은 관광지 중 하나라던 양주 대장금 테마파크에 들러 볼 참으로 관련 자료를 뒤적였다.

그런데 테마파크 소유주인 MBC가 지난해 말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2012년 1월1일부터 대장금 테마파크를 폐장한다”는 공지를 띄운 것을 발견하곤 실망과 함께 의문이 들었다. ‘분명히 최근까지 대장금 테마파크의 인기를 실감할만한 뉴스를 본 것 같은데…?’

MBC는 지난해 말 경기도 양주시 소재 대장금 테마파크를 2012년 1월1일부로 폐장한다는 공지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뉴스 검색을 해보니 혼란이 생겼다. 중앙일보는 최근(7월11일자) 보도에서 “최근에는 한류 열풍을 타고 경기도를 찾는 외국 관광객 수도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33만 명 정도. 서울에 이어 둘째로 많은 인원이 다녀갔다. 이들이 선호하는 경기도 내 방문지는 ▶양주 대장금 테마파크 ▶수원화성 ▶휴전선 및 판문점 등 주로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곳들”이라고 보도했다. ‘어?’

좀 더 찾아보니 뉴시스의 2011년 11월11일치 보도가 있었다. “한류관광지로 큰 인기를 모은 경기 양주시 내 MBC 대장금테마파크가 올해 말 폐장키로 하자(뉴시스 10월10일) 테마파크 보존을 촉구하는 청원운동이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아직?’

뉴스탭에서 벗어나 전체검색을 해봤다. 경기관광공사에서는 아주 친절하게 ‘대장금 테마파크’ 입장료와 개장시간 등이 잘 소개돼 있었다. 양주시청 홈페이지에서 ‘대장금’이라는 검색어를 넣어 찾아봤다. 헉! 지난 4월20일자로 “경기도 주요 방문지로는 에버랜드(41%), 양주 대장금 테마파크(27.7%)…”라는 내용의 뉴스가 최종적으로 업데이트 돼 있었다. 경기도 소재 주요 일간신문들이 거의 빠짐없이 같은 날짜에 같은 보도를 했다.

경기도 관광공사를 비롯한 여러 사이트에서는 2012년 9월초 현재까지도 양주시 대장금 테마파크가 개장 중인 것으로 안내하고 있다. 사진은 2012년 9월2일 경기관광공사 홈페이지 해당 안내 화면을 캡쳐한 이미지.

혼란은 머니투데이 보도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2011년 11월24일치 머니투데이는 “대장금 테마파크도 관광객 급감으로 올해 말 폐장된다”고 보도했다. 불과 6개월 남짓한 사이에 ‘경기도 주요 방문지’에서 ‘관광객이 급감’하는 곳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폐장을 한다고? 혹시 폐장을 한다니까 방문객이 급감한 것은 아닐까?

혼란은 점차 ‘분노’로 치닫고 있었다. 대장금 테마파크 전화번호를 눌렀더니 곧 휴대폰 연결음으로 대체되더니 한 남자가 받았다. 친절하게 전화를 받은 남자는 MBC 소속 시설관리 담당하는 신종철씨. 신씨에 따르면, 대장금 테마파크는 MBC 공지대로 지난연말부로 폐장한 게 맞다. 시설이 매우 낡아 관람용으로 개방하기엔 위험하다는 판단에서 폐장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간혹 TV 녹화용으로는 이 시설을 활용한다고 했다.

기자가 “뉴스라든가 지방자치단체, 관광관련 공기업 등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대장금 테마파크 관련 공식 폐장 공지가 없고, 여전히 개장하고 있다는 착각을 준다”고 말하자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다만, “확인 후 오해가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9월3일은 한국 ‘방송의 날’이다. 1947년 미국 애틀랜타시에서 열린 국제무선통신회의에서 한국이 호출부호 HL을 배당받은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65년이 지난 2012년 9월3일 현재 한국의 방송은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일방향성 방송이 장래에도 계속 사회적 공기로서 기능할 지는 미지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방송이 행사해왔던 힘과 성장 동력의 상당부분이 다른 진화된 융·복합 미디어로 이전될 것이고, 지금의 ‘일방성’은 ‘쌍방향성’으로, 광고주와 정부의 독점적 지배력은 좀 더 대중에게 분산되는 쪽으로 각각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3차 산업혁명>에 따르면, 특정 에너지 시스템은 당대의 소통시스템과 조응한다. 석탄을 활용한 증기기관이 번성하기 전까지는 엄두도 못 냈던 원거리 여행이 증기기관차의 상용화로 하루면 도달할 여행이 됐을 때, 가장 먼저 동반성장했던 기술은 인쇄술이었다.

포디즘(Fordism) 체제로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가 됐을 때 ‘방송’은 빠른 속도로 혁신하는 자본주의적 상품생산양식을 기업의 이해관계자(가계와 정부)에게 가장 빠른 속도로 전파, 공유하는 강력한 미디어였다. 지금까지도 이 방송의 위력은 하나의 거대한 ‘권력’으로 승화했다.

제러미 리프킨은 일단 잊자. MBC 빼놓고 대장금 테마파크의 이해관계자들은 모두 잘못했다. MBC가 대장금 테마파크 폐장 사실을 공지했지만, 네티즌들이 반대 청원을 했고, 그 후속보도는 없었고, 이미 폐장 중인 올해 들어서까지 ‘대장금 테마파크’ 인기가 속칭 ‘짱’이라는 보도가 잇따랐고, 양주시나 경기관광공사는 폐장사실을 공지하지도 않았고, 기자는 지능이 낮다. 천하의 MBC가 자사 홈페이지에 폐장 사실을 공지했으면 알아들어야지 뭔 잔소리인가.

그러나 천하의 MBC가 공지했고 네티즌들이 이를 반대하는 청원을 했고, 그 결과가 궁금한 아둔한 기자의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사실(fact), 이 한 건의 사실이 역설적으로 2012년 9월 현재 한국사회 방송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할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이는 방송권력, 이제 자신의 이해관계자에게 협조를 구해야 하는 처지가 된 방송의 지친?자화상.

이상현 기자 ?coup4u@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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