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한네팔회장 뒤통수 때린 건 대한산악회장의 손버릇?

23일 네팔하우스 개소식서 축사 중인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

23일 ‘네팔하우스’ 개소식에서 기자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축사하러 온 이인정(67) 대한산악연맹 회장이 이날 행사를 주관한 K.P. 시토울라(44) 주한네팔인협회장의 뒤통수를 가격하며 “야 이xx야 일을 뭐 이따위로 해”라고 하는 언행을 본 것이다. 시토울라 회장은 이날 행사의 호스트였다.

이 일은 개소식 공식 행사 중 일어났다. 이인정 회장은 행사 초반 자신의 축사 순서를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구에 마련된 성금함에 후원금봉투를 넣은 뒤 문 밖을 나섰다. 시토울라 회장이 배웅 인사를 하기 위해 뒤따라갔다. 그를 본 이 회장은 갑자기 욕을 하며 뒤통수를 때렸다. 시토울라 회장은 당황스런 웃음을 지어 보이며 뒷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자리에는 네팔인 네댓 명이 함께 서 있었다.

시토울라 씨는 “행사 몇 시간 전에 핸드폰이 고장 나는 바람에 아무 연락을 받을 수 없었다. 길을 찾느라 전화를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너무 죄송하다”는 말을 행사 중 몇 번이나 했다. 혹시 이 일 때문인가 싶었는데, 그랬다.

이인정 회장은 한국 사회에서 존경 받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특히 우리나라 산악회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2008년 주한 네팔대사관이 개설되기 전 명예총영사직을?맡기도 했다.? 반도체 부품업체인 태인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학교 스포츠 발전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LG가(家)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사위이기도 하다.

산악인들과 네팔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히말라야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연으로 네팔인 가운데 우리나라 산악인과 좋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꽤 많다. 시토울라 회장과 이인정 회장도 그런 사이다. 축사를 부탁하고 수락했으니 분명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이인정 회장은 네팔인은 그저 그렇게 대해도 된다고 너무 쉽게 생각하지나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잔치집에?축사하러 온 사람이 어떻게 행사 주최자의 뒤통수를 때리며 욕을 할 수 있나. 그것도 네팔 지인들이 보는 앞에서. 기자가 모르는 화난 이유가 더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랬더라도 해서는 안 되는 언행이었다. 그것은 주한네팔인에 대한 모욕이고 대한민국 산악회원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이인정 회장은 시토울라 회장에게 사과해야 한다.

김남주 기자 david9303@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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