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의 포토차이나] 백두산의 여름

영산의 기상이 서린 천지의 여명, 천문봉 능선아래에서 보았다.

우리가 백두산이라고 부르는 지역은 천지를 중심으로 해발 2,500m 이상의 16개 영봉을 포함한 가락지 모양의 분화구로 이루어진 24개의 봉우리를 말한다. 현재 중국 길림성의 안도현, 장백현, 무송현과 북한 양강도의 삼지연군, 무봉군, 대흥단군에 걸쳐져 있는 백두산은 지리산의 4배 정도이며 대구를 포함한 경상북도 크기와 비슷하다.

천문봉 가는 길인 운중로(雲中路), 뒤로 옥벽봉이 보인다.

백두산은 200만 년 전에 이미 지금과 같은 산채의 기본을 형성한 폭발형 화산이다. 여러 차례의 화산 분출이 있었는데 최근의 마지막 분출은 1702년 4월로 기록돼 있다. 아직도 내열의 분출현상이 있는 휴화산이다. 현재의 천지는 그 마지막 화산 분출로 형성됐다. 수면은 해발 2,194m, 동서의 길이는 3.35Km, 남북의 길이는 4.85Km, 둘레는 13.1Km, 평균 수심은 204m, 최고 수심은 372m로서 연평균 수온은 -7°C이며 11월초에서 이듬해 6월 중순까지 얼어 있다.

자하봉 부근의 기암, 도룡용이 승천을 하려는 듯 보인다.

백두산의 겨울에서 전술한 바와 같이 백두산은 우리민족 뿐만 아니라 청나라 건국신화도 함께 서려있는 신비스러운 산이다. 청나라는 강희 15년(1628) 백두산 일대를 청나라의 발상지라는 의미로 용흥지지(龍興之地)라고 하면서 봉금령을 반포했고,1880년 이민실변정책으로 봉금령이 폐지될 때까지 250여 년간 사람들의 주거와 경작을 금하였다. 그래서 백두산은 오늘날까지 원시적인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었다.

필자는 1990년 처음 백두산을 방문한 이래 영산의 모습에 매료되어 수십 차례 백두산을 오르면서 그 아름다운 모습들을 촬영하였다. 백두산은 해발 2,100m가 수목한계선이기 때문에 그 이상에는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시야가 트여있어 높은 곳에 올라가면 어디에서도 수해(樹海)를 이루는 원시림을 볼 수 있다.?기암괴석들과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저마다 독특한 형상을 가지고 한데 어울려 있어서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백두산의 신비감을 더해 주는 은유적인 면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다.

천문봉을 이루는 기암, 공룡의 발을 엎어 놓은 듯 보인다.
천문봉을 이루는 기암, 북녘 땅을 지켜보는 장군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백두산을 찾는 시기는 여름철이다.?가장 큰 이유는 여름에 방학과 여름 휴가, 농한기를 맞기 때문일 것이다. 백두산의 날씨는 일반적으로 연중 내내 변화가 크지만 특히 여름철에는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변화가 많다. 그래서 우리나라 여름같이 생각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천문봉의 끝자락에 있는 기암, 비상을 하려는 듯한 형상이 이채롭다.

백두산은 언제나 기상의 변화가 심하고 강풍이 불 때가 많기 때문에 바람과 추위를 막을 수 있는 복장과 미끄러움을 예방할 수 있는 등산화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준비하고 가지 않으면 솜을 넣어 누빈 국방색의 중국 인민군 군복 외투를 빌려 입어야 할 경우가 생긴다.

맑은 태양이 빛나다가도 갑자가 구름이 몰려오고 폭우가 쏟아지는 경우도 있으며 일교차도 매우 크다. 맑은 날 한 낮에는 반팔, 반소매도 괜찮지만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릴 때면 가을철에 입는 긴팔 셔츠나 우의를 입어야만 한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출입하지 않는 깊숙한 곳에 들어갈 때에는 현지 사정에 밝은 안내인을 동행하는 것이 좋다.

자하봉 일각에서 본 천지의 위용.

백두산에 오르는 길은 일반적으로 네 군데가 있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개방한 백두산의 산문(山門)은 안도현에서 천문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천문봉 정상에서 동쪽으로 가면 화개봉과 자하봉이 나오고 북한과의 경계비가 보인다. 서쪽으로는 초원계곡과 철벽봉이 있고 아래로 내려가면 천지 수면과 온천이 있고, 달문을 따라 내려가면 굉음이 천지를 진동하는 비룡폭포를 만난다.

비룡폭포는 백두산을 대표하는 폭포로 중국에서는 장백폭포라 부른다. 높이가 68m인 수직폭포인데 연중 쉬지 않고 힘차게 흐른다. 이 폭포는 천지수가 지표면에서 흘러내리는 유일한 것으로 이도백하를 거쳐 송화강의 원류가 된다.

백두산에서 가장 바람이 세다는 흑풍구의 풍상을 이겨낸 백두산 자작나무의 군락.

비룡폭포에서 백하수를 따라 1km정도 내려오면 백두산 노천 온천 군락지를 만나게 된다. 온천은 약 5,000m의 면적에 13개의 구멍에서 온천수를 뿜어내고 있는데 인근 천상호텔과 온천빈관 등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수온은 최고 82°C에서 최저 37°C이며 하루 90톤을 분출한다. 황화수소, 칼슘, 마그네슘, 중탄산염 등이 함유돼 있어 관절염, 신경통, 습진, 고혈압, 신경쇠약, 만상장염, 위염, 부인과 질병 등에 효과가 좋다고 한다. 또 이 온천수에 삶은 계란이나 오리알은 백두산의 별미 중 하나로 꼽힌다.

두 번째 개방한 산문은 무송현으로 청석봉을 오르는 코스다. 청석봉은 북한과 중국의 경계비가 있어서 사진 촬영이나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다. 이곳을 거쳐 중국 쪽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백운봉을 오르기도 하며, 금강폭포와 대협곡으로 갈 수도 있다.

비룡폭포를 통한 천지수가 힘차게 흐른다.

대협곡의 기암에서 서식하는 하무의 모습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느낀다.
비룡폭포를 통한 천지수의 위용.

중국 쪽에서 남은 하나의 코스는 장백현 횡산점을 거쳐 와호봉을 오르는 길이다. 이곳의 중턱은 낙타봉이다. 낙타봉에서는 간간이 북한 측에서 백두산을 찾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들은 성지순례 차원에서 백두산 답사를 왔고 여러 사람이 큰 소리로 구호 등을 외치기 때문에 사람은 보이지 않아도 목소리는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낙타봉과 와호봉 사이, 와호봉 정상 부근에도 중국과 북한의 국경을 알리는 경계비석이 있다.

마지막으로 백두산을 오르는 길은 북한지역에 속하며 삼지연에서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백두산으로 가는 길은 다양하게 열려 있다. 연길에서 화룡이나 용정을 거쳐 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집안이나 통화에서 이도백하를 거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근에는 무송현과 장백현을 겨냥한 백산비행장이 개통했다. 예전에는 북파라고 불리는 안도현의 천문봉에 오르는 것이 유일했으나 지금은 서파라고 부르는 무송현의 청석봉과 백운봉, 남파인 장백현의 와호봉도 열려저 있으며 지역마다 독특한 특색을 가지고 있다.

천지수를 활용해서 중국에서 표류(漂流)라고 부르는 레프팅을 즐길 수 있는 곳도 많다.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는 곳마다 전망대를 설치해 놓아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관광지로 변모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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