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관료주의’에 실종된 ‘기업가정신’

“하수처리장에서 자동차 연료를 생산한다? 꿈같은 얘기지만 서울시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나섰다. 서울시는 12일 바이오가스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스웨덴 SBI 및 GBL 등과 함께 ‘서남권 물재생센터 바이오가스 차량연료화 사업을 위한 협약’을 맺는다. 바이오가스는 하수를 처리하고 남은 찌꺼기의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로, 이를 정제해서 메탄 함량을 높이면 친환경 연료인 바이오 메탄을 얻을 수 있다.” (2008년 8월11일, 한겨레신문)

“서울시가 난지물재생센터에 이어 서남물재생센터의 하수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소화가스로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발전산업에 나선다. 서울시는 18일 서남물재생센터 소화가스 열병합발전사업 제안공고를 내고 8월 말 사업제안서 평가를 거쳐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난지물재생센터는 지역난방공사가 아이디어를 제공해 실시했지만, 서남물재생센터는 발전사업자 가운데 경쟁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게 된다.”(2012년 7월18일 건설경제신문)

얼핏 봐선 4년 사이에 서울시 정책에 무슨 변화가 일어난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 특히 나중 기사를 보면 서울시는 경쟁입찰을 통해 서남물재생센터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행정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앞의 기사에서 보듯 서울시는 2008년 8월,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냄새나는 소화가스를 정제해 차량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공고하고, 스웨덴의 SBI 및 뉴질랜드의 GBL 등 외국자본과 기술을 유치했다. 이들 외국자본이 참여한 차량연료화사업에서 생산되는 바이오가스를 차량연료로 활용할 경우 LPG보다 월 30만~40만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입증됐다. 이에 일부 택시들은 바이오가스를 2009년부터 대당 500만원을 들여 차량엔진을 CNG 및 바이오가스 활용이 가능한 구조로 개조해 운행중이다. 현재는 1100여대가 운행 중이다.

당시 차량연료화사업은 1단계로 서남물재생센터에서 발생하는 잉여가스 중 우선 7000㎥를 자동차가 사용할 수 있도록 순도 높게 정제하고, 2단계로 생산량을 늘려 서울시내 물재생센터 4곳으로 확대키로 했다. 서울시는 이어 2011년 3월, 매일 10,000㎥ 이상의 남는 가스를 차량연료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엔진개조가 급증해, 2009년 12월 20대에서, 2010년 12월 400대에서 2012년 6월말 현재 1100여대에 이르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바이오가스 택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원전1기 줄이기 운동’을 펼친다며 지난 7월19일 현재 소각되고 있는 잉여가스 전량을 열병합 발전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을 발표하고 열병합발전사업대상자 모집공고를 냈다. 이에 따라 바이오가스 운행 차량 증가로 부족한 바이오가스 차량연료 공급 확대계획은 백지화되었다.

서울시의 열병합발전 사업 추진계획으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나?

첫째, 대당 500만원 안팎의 자기비용으로 바이오가스용 엔진을 개조한 1100여 택시기사들이 손해를 입게 됐다. 개조비용은 전체적으로 50억원에 이른다. 대부분 영세 택시인 바이오가스 이용택시들은 엔진을 개조하고도 이를 활용할 수 없게 되어 개조비용만 날리게 된 셈이다.

둘째, 국제적으로 서울시의 신뢰가 상실될 우려가 크다. 서울시는 2007년 스웨덴의 SBI, 뉴질랜드 GBL과 국내기업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바이오메탄서울(주)라는 해외투자법인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바이오가스 차량연료화사업이 국내 최초인 점을 감안해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외기술 및 자본유치에 나섰던 것이다.

이에 해외투자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서울시가 외국기업의 기술과 자본을 이용하기 위해 외국기업을 끌어들인 뒤, 아무 대책 없이 정책을 자의대로 변경해 모든 피해를 우리 사업자들이 입게 됐다”며 “이런 일은 선진국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의 정책이 이렇게 예측불가하고, 일방적으로 추진된다면 어느 기업이 한국에 투자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셋째, 서울시 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대기업 위주정책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전임 시장 시절 계획, 추진돼온 뉴타운 건설 등 일부 비현실적인 정책을 백지화 혹은 대폭축소함으로써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서울시 차량연료화사업이 많은 지자체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1기 줄이기운동’이라는 구호성 목표에 맞춰, 서민을 위한 바이오가스 생산마저 대기업의 입찰을 통한 사업으로 전환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19일 경총포럼에서 “정부가 기업가 정신없이 관료주의에 빠져있으면 늘 기업의 발목만 잡게 된다”고 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박 시장이 어떤 해결책을 낼 지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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