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누구의 죄 때문인가?
https://youtu.be/JagMupVzUMI?si=1W4_VZYI3XgF9AHM
레위기 14장
“나병 환자가 정결하게 되는 날의 규례는 이러하니 곧 그 사람을 제사장에게로 데려갈 것이요”(레 14:2)
의학의 발달은 질병의 원인을 알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덕분에 억측과 미신이 걷히고, 많은 오해가 사라졌습니다. 과거에 인류는 어땠을까요? 병의 원인을 분석하고 진단하는 일에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종교가 일상을 지배하던 시대에는 온갖 영적 해석이 난무했습니다. 병마(病魔)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병의 원인을 자연적 현상 너머에서 찾거나, 질병이 죄에 대한 저주나 형벌이라는 인식이 만연했습니다.
“누구의 죄 때문인가? 자신의 죄 때문인가? 부모의 죄 때문인가?”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예수님의 제자들의 생각만은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짓지도 않은 죄를 억지로 고백하며 질병보다 더 큰 고통을 겪거나, 주위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구설 속에 영혼까지 병들어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병리적 현상은 무당과 같은 영매들이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레위기를 읽어보면 제사장은 질병의 원인에 대한 그 어떤 섣부른 판단도 내리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저 하나님이 정하신 방법에 따라 병이 진행되는 과정만을 살핍니다. 죄를 지어서 그렇다느니, 제물에 하자가 있어서 그렇다느니, 가계에 저주가 흐른다느니 판단하는 것은 제사장의 역할이 아니었습니다. 오직 증세만을 기록하고 추적하며 율법이 정한 원칙에 따라 분류할 뿐입니다.
레위기의 율법은 질병의 원인을 섣불리 그의 영적 상태에서 찾지 않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끼리 성급하게 서로를 판단하는 것을 지양합니다. 몸이 아픈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일인데, 영혼의 짐까지 져야 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욥의 몸에 심한 피부병이 생겼을 때, 그의 친구들은 욥이 하나님께 죄를 지어서 벌을 받는다고 해석했습니다. 육체적 고통보다 친구들의 정죄와 판단을 더 고통스러워했던 욥의 모습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회중에서 한센병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생긴 사람이 있었다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나를 저주했다느니, 가족 중에 누군가 큰 죄를 지어서 내가 이 꼴이 되었다느니 하는 오해와 원망은 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레위기의 율법이 제사장조차 함부로 판단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레위기의 이 규정으로부터 오늘날 우리가 배워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