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잠깐묵상] 까다로운 음식 규정

https://youtu.be/qyjr3hYZaAE?si=Xgu1j_yCtX_bXMdp

레위기 11장

“이는 짐승과 새와 물에서 움직이는 모든 생물과 땅에 기는 모든 길짐승에 대한 규례니 부정하고 정한 것과 먹을 생물과 먹지 못할 생물을 분별한 것이니라”(레 11:46-47)

외국인이 정당한 국적 취득 절차를 거치면 대한민국 국민이 됩니다. 그런데 법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외국인이 ‘한국 사람’ 소리를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뜨끈한 국물을 들이키며 ‘시원하다’라고 한다든가, 청국장이나 곱창전골을 맛있게 먹는다든가 하는 등 한국 특유의 음식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모습을 보일 때, 그 외국인은 ‘한국 사람 다 됐다’는 얘기를 듣곤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430년 동안 이집트에서 살았습니다. 그들의 입이 어디에 길들여져 있었을까요? 민수기 14장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 생활에 대한 불평불만을 터뜨리는 중에 이집트에서 먹었던 음식을 그리워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430년간의 지긋지긋한 노예 생활이었지만, 어릴 적 먹었던 음식을 그리워하며 이집트로 돌아가고 싶어합니다. 음식이라는 것은 그런 힘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이 어딜 가든 김치가 생각나는 것처럼, 이집트 음식이 그리운 한 그들은 이집트 사람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정착할 가나안 땅에도 그 나름대로의 음식 문화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길들여지면, 거기에 맛들리면 ‘가나안 사람 다 됐네’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레위기에서 예배에 대한 규례 바로 다음에 음식 규례가 나왔다는 것은, 이스라엘 민족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데 음식이 예배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칼로리와 영양소를 섭취하는 영양학적인 행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음식은 인간의 근원적 욕구를 해결하는 방식의 문제입니다. 레위기 11장에 나오는 음식 규정이 까다로운 이유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생존의 욕구를 해결하는 방식이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과 똑같지 않기를 바라시기 때문 아닐까요?

식습관이 달라지면 바뀌는 것이 있습니다. 체취입니다. 같은 동양인이라도 한국인에게서는 유독 마늘 냄새가 강하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식습관의 차이 때문에 풍기는 하나님 백성 특유의 냄새가 있다는 것입니다. 고린도후서에 보면 그리스도의 향기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말씀을 꾸준히 먹었을 때 기독교인들에게서 맡을 수 있는 냄새입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마 4:4) 떡으로만 사는 사람과는 다른 체취, 그것이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석문섭

베이직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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