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성경은 노예제도를 옹호하는가?

출애굽기 21장

“네가 히브리 종을 사면 그는 여섯 해 동안 섬길 것이요 일곱째 해에는 몸값을 물지 않고 나가 자유인이 될 것이며”(출 21:2)

구약성경에서 하나님은 왜 노예제도를 폐지하라고 하지 않으실까요? 하나님이시라면 이런 비인격적 제도를 단번에 폐지하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말씀하셔야 하는 것 아닐까요?

뿐만 아니라 성경에는 일부다처제도 나옵니다.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는 일부다처제를 통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일부다처제를 장려하시는 것일까요?

또한 이스라엘의 인구조사에는 남성의 숫자만 기록되었습니다. 하나님이 남성우월주의자이셔서 그럴까요?

성경을 볼 때, 유심히 보아야 할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는 ’당시의 문화와 사회적 인식을 하나님이 어떻게 대하셨는가?’이고, 둘째로는 ’그 문화와 인식에 하나님은 어떤 변화를 요구하시는가?’입니다.

하나님은 인간 사이에서 형성된 문화에 결점이 많다는 것을 아시면서도 우선 그 안에 들어오셔서 인간과 눈높이를 맞추셨습니다. 율법과 계명을 주실 때 당대의 사고방식을 충분히 고려하셨습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당대의 가치관에 변화를 요구하십니다.

율법이 노예제도를 인정하고 있지만 노예제도에 특별한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율법에 의하면 노예를 물건이나 짐승처럼 취급할 수 없었습니다. 주인이라도 종과 그 가족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해야 합니다(출 21:2-11). 이것은 당시 노예제도에는 없던 개념입니다. 심지어 율법은 7년마다 노예를 그냥 풀어주라고 명령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사람이 만든 제도와 법률과 문화에 천천히 스며들다가 어느새 그것을 변혁시킵니다.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속성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하나님 나라의 속성을 누룩에 비유하셨습니다. “천국은 마치 여자가 가루 서 말 속에 갖다 넣어 전부 부풀게 한 누룩과 같으니라”(마 13:33).

인류 역사에 누룩처럼 들어온 하나님 나라가 인간의 나라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주종 관계 속에 형제자매라는 인식이 생기기까지, 모세로부터 바울까지 1,500년이 걸렸습니다. 또한 노예제도가 폐지되기까지는 그로부터 1,500년이 더 걸렸습니다.

하나님은 한 번에 갈아엎으시거나 싹 뜯어고칠 것을 명령하지 않으셨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서서히 스며드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사람을 통해 일하시며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가십니다. 지금도 하나님은 그렇게 일하고 계십니다.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 중에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장면

석문섭

베이직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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