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금표의 시선] 멕시코의 아침안개에 헤르만 헤세를 떠올리다

출근하려고 현관 문을 여니 사방은 겨울안개로 자욱하다. 갑자기 옛날 옛적, 헤르만 헤세의 ‘안개 속으로’가 생각났다.
회사에 도착해서는 헤세의 시처럼 평소엔 찾지 않던 헤이즐넛 한잔이 갑자기 생각나고, 굳이 주섬주섬 이 커피를 찾아 한잔 만들어 마신다. 역시 헤이즐넛은 맛보다는 그 향기가 더 헤이즐넛답다.
헤르만 헤세의 시 ‘안개 속에서’를 함께 읊어본다.
안개 속을 헤매는 것은 이상하다.
덤불과 돌은 모두 외롭고 나무들도 서로를 보지 못한다.
모두가 다 혼자이다.
나의 삶이 아직도 활기에 찼을 때
세상은 친구로 가득하였으나 이제 안개 내리니 누구 한 사람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들로부터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조용히 격리 시키는
어둠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일 수 없다.
안개 속을 헤매는 것은 정말 이상하다.
살아 있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
사람들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모두가 다 혼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