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구원 서사의 보조 기억장치
출애굽기 15장
이스라엘 백성은 홍해를 건넜습니다. 동편으로부터 불어온 생기가 바다 사이에 길을 냈습니다. 그들은 물 벽 사이로 난 생명의 길을 걸었습니다.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졌고, 구원을 경험했습니다.
홍해를 건넌 백성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찬양이었습니다. 찬양은 구원의 증표입니다. 구원받았다는 증거입니다. 그들의 찬양은 자발적이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배워서 한 것도 아닙니다. 그들이 받은 것은 교육이나 훈련이 아니라 구원이었습니다. 구원받아야 할 수 있는 것이 찬양입니다.
찬양에는 신비한 능력이 있습니다. 그것은 구원의 감격을 저장하는 능력입니다. 일종의 보조 기억장치와 비슷합니다. 작은 USB나 SD카드가 거대한 데이터를 담듯, 짧막한 찬양의 가사 한 줄은 거대한 구원의 서사를 담는 플래시 메모리입니다.
때로 우리의 구원의 감격이 희미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찬양은 그 감격을 다시 불러냅니다. 단어 하나에 응축되어 있던 구원의 서사가 내게로 흘러들어와서 내 삶에 새로운 서사를 만드는 것을 우리는 찬양 중에 경험합니다.
모세의 노래는 무려 3,500년 전의 기록입니다. 그러나 옛날 노래가 아닙니다. 역사를 관통하는 하나님의 구원이 담겨 있기 때문에 언제나 새 노래입니다.
새 노래는 내 노래이기도 합니다. 홍해가 갈라진 사건, 하나님이 구원을 베푸신 사건은 3,500년 전 그 지역에서만 일어났던 사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 인생 속에 일하십니다. 홍해를 가르시고 광야에 길을 내시며 만나를 내려주십니다.
이 구원의 서사와 감격이 빠지면 찬양은 한물간 유행가보다도 못한 노래가 될 수 있습니다. 단지 종교적인 가사로 적힌 자기 위로나 신세 한탄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높여드리기 위한 찬양이 분위기를 띄우는 도구로 변질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노래를 자꾸 부르다 보면 하나님을 향한 경외감은 점점 사라지고, 몇 방울의 눈물로 달콤한 감정을 적시는 데 익숙해지게 됩니다.
“여호와여 신 중에 주와 같은 자가 누구니이까 주와 같이 거룩함으로 영광스러우며 찬송할 만한 위엄이 있으며 기이한 일을 행하는 자가 누구니이까”(출 15:11)
모세의 노래를 읊조리며 구원을 베푸신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잠잠히 묵상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