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묵상] 지도자의 완악함이 국민을 고통으로 내몰다
출애굽기 8장
“그러나 바로가 이 때에도 그의 마음을 완강하게 하여 그 백성을 보내지 아니하였더라”(출 8:32)
벌써 네 차례의 재앙이 이집트 전역을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단 한 번의 재앙으로도 나라 전체가 마비되기에 충분한 타격이었을 텐데, 파라오는 여전히 마음을 고쳐 먹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보내 줄 것처럼 말할 때는 언제고, 조금만 숨을 돌릴 틈이 생기니까 파라오는 손바닥 뒤집듯 마음을 바꿉니다.
그는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종의 희망이 그에게 남아 있었던 것일까요? 재앙이 닥칠 때는 죽을 것처럼 괴로웠지만, 막상 재앙이 끝나고 나니 견딜 만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파라오는 네 번의 재앙을 겪고도 여전히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을 보았습니다. 반복적인 재앙이 두렵기도 했겠지만, 네 번이나 되는 죽을 고비를 넘기며 이상한 희망이 생긴 것 아닐까요? ‘지금까지 어떻게든 버텼으니, 또 한 번 버틸 수 있겠지?’ 하는 생각 말입니다.
게다가 모세가 일으킨 기적을 이집트 마술사들도 따라 하지 않았습니까? 물론, 파리 재앙과 그 이후의 재앙은 그들이 흉내 낼 수 없었지만, 피 재앙과 개구리 재앙은 따라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네 번 중 두 번이나 성공했으니, 승산이 50%나 되는 셈입니다.
승산 50%의 게임, 한 번 해볼 만하지 않았겠습니까? 이집트 마술사들이 모세와 똑같이 하는 것을 본 순간, 마음을 고쳐 먹었던 파라오였습니다(출 7:22). 이어지는 개구리 재앙에서도 마술사들이 성공했던 장면은 파라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도박이나 투자에서 처음 몇 번의 성공한 기억 때문에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큰 손실에도 불구하고, 파라오는 어느 게임 참가자들처럼 “한 판 더”를 외치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 삶에는 빨리 접어야 하는 꿈이 있습니다. 깨어나야 하는 망상이 있습니다. 죄로 인해 왜곡된 희망, 허영심이 바로 그것입니다. “어떤 길은 사람이 보기에 바르나 필경은 사망의 길이니라”(잠 14:12)
파라오에게는 열 번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매번의 재앙이 그에게는 돌이킬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는 그 기회를 전혀 다른 기회로 착각하고 맙니다.
“너희가 어찌하여 양식 아닌 것을 위하여 은을 달아 주며 배부르게 하지 못할 것을 위하여 수고하느냐” (사 5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