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프리드먼 ‘작전술의 본질’…한국군에 어떻게 적용할까?

<작전술의 본질> 표지

작전술의 본질에 대하여 도전장을 내민 좋은 책이 있어 추천사를 썼다. 전쟁의 작전적 수준의 허상과 작전술의 실제와 적용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다소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분야다. 그런데 우리가 무심코 인정하는 사이에 그것이 아니라고 용기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한 것 같다. 군의 정예화는 공부하는 군대, 학습하는 군인이 많아질 때 이루어지는 것은 분명한다.

다음은 필자의 <작전술의 본질> 추천사

이 책의 저자인 B. A. 프리드먼은 그동안 전략과 전술 사이의 회색지대로 정의되던 작전술과 작전적 수준의 기존 개념에 의문을 품었고, 그의 저작에 그 두 개념의 인과관계, 지적 토대와 용병술 이론에 관한 혜안을 담았다. 현재 교리에 의하면, 전략은 전쟁을 수행하는 술이고 전술이 전투를 수행하는 술이라면 ‘작전’은 전역을 수행하는 술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저자는 전통적인 3분법의 용병술에서 ‘작전적 수준’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클라우제비츠의 2분법적 논리를 바탕으로 전략과 전술 사이에 ‘작전적 수준’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어떤 주제이든 도전적인 문제 제기는 군사이론 발전에 중요한 논의의 출발점이 된다. 통상 우리는 교리와 관련된 주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단순 암기하는데 익숙하다. 그래서 그런 풍토에 반기를 든 논쟁은 매우 낯설지만 우리의 군사적 사고에 큰 자극을 준다.

프리드먼은 ‘작전술’과 ‘전쟁의 작전적 수준’이라는 개념이 별개라고 주장한다. 이 책의 곳곳에 등장하는 클라우제비츠는 “모든 이론의 첫 번째 과업은 얽히고 설킨 개념들과 생각들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저자는 ‘전쟁의 작전적 수준’이 교리를 이해하는 데 혼란을 일으켰고, 작전술이 전략과 전술을 연결하는 개념도 아니며, 작전술이란 참모부의 역할, 전쟁과 전투 수행에 따른 군사적 기능과 전략과 전술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독일군과 러시아군 그리고 미군은 각기 전장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 독일군과 러시아군은 작전수행의 관점에서 전장을 바라보고 미군은 전장을 관리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미군 출신인 저자는 작전술의 기능을 인사행정-정보-작전-화력지원-군수-지휘통제 순으로 전개하여 설명하면서 인사행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군 조직의 인적자원 관리가 전투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저자는 인사행정이 단순한 행정적 기능을 넘어서 전투력과 사기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며, 역사적 사례를 통해 이것이 전투 결과에 미친 영향을 드러내고 교훈을 제시한다. 이러한 논의는 군사 전문가뿐만 아니라 조직관리와 인적 자원 분야의 학자들에게도 유용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 책은 기존의 용병술 체계에 논쟁거리와 도전장을 제시한다. 작전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탐구하는데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교리에서 작전적 수준은 물리적인 제대 규모 즉 군단, 야전군, 전선군 등이 수행하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과 프리드먼은 그러한 대부대들도 전술 부대이므로 작전적 수준이라는 개념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동의 여부는 오롯이 독자들 판단에 달려 있다.

이론이란 현상을 더 잘 해석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인위적으로 설정한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개념들을 구분하는 이론 자체가 이해를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으며, 이런 문제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인식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다. 저자는 이론을 제시하면서 그의 주장을 논증하기 위해 부록에서 다섯 가지 사례를 분석했다.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 또는 전쟁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일독해볼 만한 흥미로운 부분이다.

다만 저자는 전략과 전술 간에 일체의 공간이 없다고 단정하지만, 수많은 전쟁 양상을 보면 그런 공간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자는 이에 대해서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J. F. C. 풀러와 밀란 베고는 그것을 ‘작전’이라고 정의했으며, ‘전략’과 ‘작전’ 이 겹치고 ‘작전’과 ‘전술’이 중첩되며 이를 ‘전략적-작전적, 작전적-전술적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헬무트 몰트케는 ‘작전적’이라는 용어를 빈번히 사용했고 ‘작전’을 전략의 하위개념으로 인식했지만 전략, 전술과 동등한 수준의 독립적 개념으로 공식 인정하지는 않았다. 이후 독일군 총참모부 장교들이 전쟁의 작전적 수준이라는 개념으로 통합하여 교리화했던 것이다.

오늘날의 작전술이라는 용어를 정의한 알렉산드르 스베친은 기존의 교리를 고집하기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하는 연구 조사를 선호했다. 이 책 <작전술의 본질>의 역자 4명은 우리가 알고 있는 교리와 개념이 보편타당한가 하는 의문을 품고 교리에 관한 다양한 생각을 지닌 선각자를 찾아냈다. 또한 심혈을 기울여 번역하여 이를 한국에 소개했다. 이들의 노고가 우리 군의 교리 발전과 이론 정립에 자양분을 제공해 줄 것으로 확신하며, 독자들의 일독과 질정을 권한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전 1기갑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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