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길의 영화산책] ‘소방관’…한국 소방관의 ‘살리기 위한 용기’와 ‘PTSD’

세밑 상영중인 <소방관>을 보는 내내 괴로웠다. 화재현장 불구덩이 속을 수색하며 쓰러진 인명을 구조하는 그들의 몸부림이 몸서리처지게 드러난다.
2001년 3월 4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다세대 벽돌주택에 방화사건이 발생했다. 서부소방소 대원들이 즉각 출동하지만 다닥다닥 붙은 골목길 주차차량으로 소방차 및 진압설비가 화재현장에 근접하지 못했다. 누추하고 노후한 다세대주택은 화마에 무너져 내리고 뛰어 올라와 구조하던 소방대원 6명이 압사당했다.

방화의 장본인은 바로 집주인 노모의 32세 아들이었다. 만성 주취상태에서 노모를 폭행하고 불을 지른 것이다. 순직한 소방대원은 바로 이 방화범을 구하려고 건물을 심층 수색 중이었다. 범인은 이미 불 지르고 저멀리 달아나 있었다. 전국의 소방관들은 통곡했고 국민들은 분노가 치솟았다.
영화는 소방대원 구조대의 PTSD(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에 주목한다. 소방대원은 현장에서 몸으로 겪는 절체절명의 임무를 수행한다. 늘 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린다. 국가는 책임져주지 않는다. 소방 구조대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부족한 예산 실정도 처참하다. 오직 구조대원들 끈끈한 연대와 우애로 버티고 있다. 화마는 누추한 곳, 인간관계가 무너진 공간에서 대다수 발생한다.
재난영화 상영시간 100분 동안 힘겹다. 극장을 나와도 그들의 PTSD가 가슴 속 헤집고 휘몰고 다닌다. 생계현장에서 열심히 살아보려는 5100만 한국인들, 이들의 생명과 재산 지키기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는 소방관들 모두 힘내시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