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이·아·세] 철원 한탄강 명소 ‘직탕’

철원에 관한 <택리지>의 기록을 보자. “철원 고을이 비록 강원도에 딸렸으나 들판에 이루어진 고을로서 서쪽은 경기도 장단과 경계가 맞닿았다. 땅은 메마르나 들이 크고 산이 낮아 평탄하고 명랑하며 두 강 안쪽에 위치하였으니 또한 두메 속에 하나의 도회지이다. 들 복판에 물이 깊고 벌레 먹은 듯한 검은 돌이 있는데 매우 이상스럽다.”(본문에서) 사진 신정일 

강원도 내에서 가장 넓은 평야를 자랑하는 철원평야는 비무장지대를 지나 평강고원으로 이어진다. 금학산 오성산 대성산 백암산 명성산 등이 있으며, 그 중에 명성산은 궁예가 왕건에게 쫓겨들어가 울었다는 데에서 연유한다.

철원평야를 휘감아 도는 강이 한탄강이다. 한탄강은 강원도 평강군 현내면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흘러 철원군 갈말면의 북쪽에서 남대천을 합친 뒤 갈말면과 어운면, 동송면의 경계를 이루면서 남쪽으로 흘러, 경기도 포천군 전곡읍을 지나 임진강으로 흘러가는 강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한탄강을 석체천(石切川)이라 기록하였는데, “양쪽 언덕의 석벽이 모두 계석체와 같아 ‘체천’이라 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한탄강이란 이름의 유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철원이 태봉국 도읍지였던 어느 날 남쪽으로 내려가 후백제와 전쟁을 치르고 온 궁예가 이곳에 와서 마치 좀먹은 것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것을 보고는 “아하, 내 운명이 다 했구나” 하고 한탄을 하여 그때부터 이 강을 한탄강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 구멍이 뚫린 화산석을 두고 글을 쓴 사람이 조선후기의 실학자인 이학규李學逵였다. “철원에서 나는 돌에는 구멍이 많다. 큰 것은 떡시루와 도끼 구멍 같고, 작은 것은 피리 구멍만하다. 가볍고 비어 있는 것은 옹기와 비슷하다. 요컨대 주춧돌이나 무덤의 비석으로도 맞지 않으며, 중국에서 나는 유명한 태호석太湖石과 요봉석堯峯石 같은 기이한 볼거리도 없다.”

또 하나는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며 싸웠던 한국전쟁 때 수많은 젊은 생명들이 스러져간 곳이라 해서 한탄강이라 불렀다는 슬픈 내력도 있다. 그 강물에 기대어 펼쳐진 철원평야는 분단이 되면서 심한 물 기근을 겪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철원평야에 물을 대주던 봉래호의 물줄기를 황해도 쪽으로 돌려버렸기 때문이다. 그 뒤 철원평야는 물이 모자라서 점차 황폐해지게 되었다. 그러던 것이 60년대에 용화저수지와 하갈저수지 등을 만들었고 70년대에는 둘레가 몇십 리에 이르는 토교저수지를 포함한 저수지 여러 개를 새로 만들어 다시 물이 닿는 땅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물이 모자랐는데, 한탄강의 물을 퍼 올릴 수 있는 기계를 곳곳에 설치한 뒤부터 철원평야의 물 걱정은 줄어들었고 지금은 기름진 땅이 되었다. 물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논 한 평에 500원쯤 했다는데, 지금은 여러 배로 뛰어올랐고 철원평야에서 생산되는 ‘철원 오대쌀’은 그 품질이 뛰어나다.

‘나라는 깨어져도 산하는 그대로/성에 봄 깊어 초목 깊어라/시절을 느껴 꽃도 눈물을 쏟고/이별을 한하여 새도 놀란다/봉화가 삼월에도 이어져/집 편지는 만금 값/흰 머리는 긁는 대로 짧아져/도무지 비녀는 못이길 지경’ 두보의 ‘춘망’처럼 이 땅에도 봄 다운 봄이 오기는 올 것인가?(본문에서) 사진 신정일 

철원에 관한 <택리지>의 기록을 보자.

“철원 고을이 비록 강원도에 딸렸으나 들판에 이루어진 고을로서 서쪽은 경기도 장단과 경계가 맞닿았다. 땅은 메마르나 들이 크고 산이 낮아 평탄하고 명랑하며 두 강 안쪽에 위치하였으니 또한 두메 속에 하나의 도회지이다. 들 복판에 물이 깊고 벌레 먹은 듯한 검은 돌이 있는데 매우 이상스럽다.”

한탄강변에서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현무암, 즉 곰보돌이 있다. 화산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굳어 이루어진 곰보돌은 가볍고 모양새가 좋아 맷돌이나 절구통을 만들거나 담을 쌓는 데 요긴하게 쓰였다. 이 한탄강의 명소가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라고 불리는 직탕인데 한겨울이라서 얼음에 덮여 있고, 강물은 얼음장 밑으로 소리 죽여 흐르는데 문득 떠오르는 시 한 편이 있다.

나라는 깨어져도 산하는 그대로
성에 봄 깊어 초목 깊어라
시절을 느껴 꽃도 눈물을 쏟고
이별을 한하여 새도 놀란다
봉화가 삼월에도 이어져
집 편지는 만금 값
흰 머리는 긁는 대로 짧아져
도무지 비녀는 못이길 지경

두보의 ‘춘망’처럼 이 땅에도 봄 다운 봄이 오기는 올 것인가?

강원도 내에서 가장 넓은 평야를 자랑하는 철원평야는 비무장지대를 지나 평강고원으로 이어진다. 금학산 오성산 대성산 백암산 명성산 등이 있으며, 그 중에 명성산은 궁예가 왕건에게 쫓겨들어가 울었다는 데에서 연유한다.(본문에서) 사진 신정일

신정일

문화사학자, '신택리지' 저자, (사)우리땅걷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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