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의 포토차이나] 선경대를 아십니까?

선경대(仙景台)는 화룡에서 남평과 숭선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인 신흥동에 있으며 화룡에서는 30Km, 남평에서 14Km 지점에 위치한다. 숭선쪽으로는 로과, 숭선, 적봉을 거쳐 백두산으로 갈 수 있고 남평 방향으로는 두만강 중류인 백금, 삼합, 개산툰, 도문으로 이어진다.

선경대는 말 그대로 신선이 노닐 것 같은 절경으로서 2002년 5월 중국의 국가중점 풍경명승구로 지정되었고 발해의 3대 문왕 대흠무가 서고성으로 천도한 후 무산으로 내왕하면서 들렸던 곳으로 알려졌으며,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도 구전되고 있다.

신선송의 부분도,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이곳에 처음 사찰이 세워진 것은 1777년이라고 하며 조선식 가옥구조의 사찰이 있었으나 설립자와 연혁은 알 길이 없다.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1885년에 19살이던 하홍락 스님이 이곳으로 와서 1906년까지 있었는데 칠성사 유지의 암벽 아래 육간초가집을 짓고 도를 닦았으며 선경대 절이라고 불렀다. 그 후 유희춘 스님이 이어받아 북두칠성절 이라고 하였으며 사람들은 그를 유대사, 스님, 신의, 누더기 중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1940년엔 황정숙이라는 비구니가 칠성불묘라는 이름으로 거주하였지만 1947년 덕화구 정부의 핍박으로 절을 떠났다. 그 후 토지개혁, 반 우파투쟁,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종교적 흔적은 사라졌다.

선경대로 가는 길은 참으로 힘들다. 국가 중점풍경명승구라고 하지만 인근에 호텔은커녕 여관도 없으며 국경과 가까워 민박도 어렵고 화룡시에 숙박을 해야만 한다.

화룡에서 출발하는 남평행, 덕화행 버스가 있지만 제대로 보려고 한다면 아무래도 차량을 준비하여 화룡에서 자고 새벽에 길을 떠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다.

사람형상을 한 선인암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선경대의 주차장은 언제나 여유가 있다. 주차장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길이가 2m, 너비는 1.5m가 되는 선인암(仙人岩)이라는 사람의 얼굴형상을 한 천연조각이 있다. 수 천 년 동안 비바람의 풍화작용으로 형성된 이 바위는 태양을 향해 그 무엇을 갈구하는 듯 애잔한 모습으로 호소하고 있는 듯 말할 수 없는 신비감을 느끼게 한다.

주차장에서 본 금귀봉과 고려봉

선인암을 지나면 선경대절인 칠성사의 유지가 나온다. 칠성사 유지 끝자락의 암벽에는 최근까지 옛 스님들이 남겨놓은 흔적으로 산성불 칠성불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곳을 관광지로 개발하면서 관리자들이 시멘트로 때워서 지웠고 암벽에 마애보살을 새기려다가 중지한 흔적이 남아있으며 앞에 옥돌로 된 불상이 세워져 있다. 암벽 아래에는 감로천이라는 우물이 있는데 병자가 마시면 병이 낫고, 늙은이는 젊어지며 젊은이는 장사가 된다는 전설이 있으며 신선수, 혹은 장수물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선경대는 크게 두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고려봉이며 다른 하나는 장수봉이다. 두 구역은 중간에 등산로가 있어서 나누었을 뿐 별다른 의미는 없다. 다만 기암괴석과 독특한 형상의 노송들은 고려봉 쪽이 많다. 고려봉을 오르면 먼저 반룡송(盤龍松)이라는 소나무를 만난다. 반룡송은 바위를 뚫고 나와 꽈리를 틀고 누워있는 용트림을 하는 노송이다. 바위에 눌렸어도 억세고 강하게 자라왔고 결국은 바위를 뚫고 솟아오른 소나무를 바라보면서 그 강인한 생명력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꼈다.

궁룡송

인근에는 장수송이라는 이름의 거대하고 쭉 뻗은 소나무가 있는가 하면 궁룡송, 신선송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와송들이 기이한 형상으로 절벽위에 우뚝 서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신비감을 더해주는 고사목들의 형상과 어울려 마치 신선들이 노닐었음 직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필자는 이 자리에만 오면 오랫동안 않아서 그 독특한 정취를 흠뻑 느껴보면서 그 강렬한 기를 받아보려고 하였다.

신선송

그 아래에는 신선대에서 살던 신선이 천당으로 올라오라는 옥황상제의 부름을 받아 하늘로 올라가면서 이곳의 정을 못 잊어 자신의 귀를 걸어놓고 갔다는 전설이 남아있는 선이암(仙耳岩), 코끼리 코의 모양을 한 상비암(象鼻岩), 이곳에 앉아 기도하면 모든 소원을 들어준다는 자연 암굴인 신선궁(神仙宮)을 만날 수 있다.

맑은 날에는 고려봉에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이며 두만강 건너 북한의 산들이 지척으로 다가오고 백두산까지 보인다고 하는데 필자가 올라간 날은 유감스럽게도 두 번 모두 안개가 조금 끼어있었다. 그러나 고려봉 정상에서 바라본 금귀봉(金龜峰)과 장수봉(長壽峰), 그리고 기암괴석과 노송들의 어우러진 모습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천하의 절경 그대로였다.

고려봉을 끝으로 하산하다 보니 또 다른 길이 있다.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다가 구름다리를 따라 개천을 넘어가니 고려봉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별천지가 펼쳐진다. 구름다리를 건너 완만한 능선을 조금 오르니 나무와 돌이 결합하여 살아가고 있는 수포석(樹包石)을 만났다.

수포석

높이 1.2m의 부채암 위에 업힌 1톤이 넘는다는 참나무가 공존하고 있는 모습에서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발해국왕 관람유지에서 본 숭선방향

수포석을 지나면 독수봉(獨秀封)이나타난다. 조금 더 오르면 수도자가 묵었음 직한 토굴이 보인다. 토굴은 몇 개의 계단이 있고 안으로는 겨우 한 사람이 들어갈 만한 통로가 있으며 앞에는 넓은 광장이 있다. 토굴을 지나면 발해국왕 유람유지 일운기관(日云奇觀)이라는 표식이 있고 바위에는 온갖 기화요초(琪花瑤草)들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있다.

장수봉에서 바라본 기암

유지에서 바라보면 숭선으로 가는 길이 어슴푸레 보이고 맑은 날이면 북한의 산들이 다가왔을 것이다. 옆으로 비켜서서 들여다보면 선경대의 여러 정경이 다양하게 보인다. 과연 발해국왕이 머물면서 바라보았음 직한 풍경이 여러 방향에서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정상은 장수봉이다. 장수봉에서 보는 풍경은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풍취(風趣)를 가졌고 수백 년의 노송과 어우러진 풍경은 모든 시름을 잊게 하였다.

하산 후 주차장에 서면 오후의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아름다운 선경대의 모습이 가슴으로 다가와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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