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의 중국이야기] 벤츠 타는 교수, 자전거 타는 교수

2011년 6월, 전남 강진군 소재 성화대학에서 교수들에게 월급을 일괄적으로 136000원씩을 지급하자, 교수들이 재단 측에 집단으로 항의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재단 이사장은 교수채용 대가로 네 명에게 1억 원씩 챙겼다고 한다. 1억을 뇌물로 바치고 만면의 미소를 띤 채 이 대학의 교수가 됐다가 13만여 원을 손에 쥔 사람의 심정은 오죽할까. 이 대학은 결국 11월 초 교육부에 의해 폐쇄결정이 내려졌다.

충북 산골에 자리 잡은 모 사립대학 후배 교수의 현실은 서글프기만 하다.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만나자마자 대뜸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소주를 거푸 마셔댄다. 그는 박봉과 열악한 환경을 불평할 새도 없이 강단은 젖혀두고 매일 아침 일선 고등학교로 향한다. 졸업생을 유치하기 위해 고3 담임교사들 밥 사기에 바쁘다. 조선대의 영어학 시간강사였던 고 서정민 박사는 교수가 되려는 꿈이 여러 번 좌절되자 연탄불을 피워놓고 유서를 남긴 채 45살 나이로 삶을 마감하였다. 왜 그토록 대학교수가 되려고 발버둥쳤는가?

사실 일부 대학의 교수들은 부와 명예와 권위에다 자유까지 누린다. 몰지각한 자들은 시간이 남아돌다 보니 정치판을 넘본다. 다행히 권력과 줄을 댄 교수는 최고위층으로 신분이 ‘수직’ 상승한다.

교수들의 월급은 학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2008년 대학별 교수 연봉현황’을 <한국대학신문>이 분석한 결과를 보자. 자료에 의하면 평균연봉이 가장 많은 대학은 카톨릭대학이다. 이 대학의 정교수 평균연봉은 1억7300여만 원에 이르러 2위 경희대를 약 4000만 원 차이로 제치고 1등을 차지했다. 이 학교 교수들은 대학 중 교수연봉 평균 꼴찌인 수원 카톨릭대 교수들(2300만 원)에 비해 7.7배 정도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이다. 3년이 지난 지금 이들의 연봉은 등록금 상승과 더불어 더욱 가파르게 치솟았을 것이다.

학생 충원율이 극히 저조한 전북의 한 사립대학에서는 교직원에게 교대로 무급휴직을 강요하였다. 무급휴직한 이 대학의 K 교수는 유학사업이라도 벌여보려고 지금 중국을 떠돌고 있다. 심지어는 교수 직함만 있지 월급도 못 받는 대학교수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다 보니 같은 교수라도 누리는 지위는 차치하고 연봉 면에서 천양지차다. 이른바 ‘서민 교수’와 ‘귀족 교수’가 공존하는 세상이다.

이웃 나라인 중국 대학교수의 사정은 어떠한가. 2011년 11월 4일 자 <양자만보>(揚子??)는 <중국청년보> 기사를 인용하여 대학교수의 실상을 소개하였다. 이들의 처지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 기사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교수와 ‘벤츠’로 출퇴근하는 교수로 양분하여 교수사회를 꼬집고 있다. 중문학 등 비인기 분야인 인문학을 전공하는 교수들은 찬밥 신세다. 이들은 기업과 제휴하는 변변한 프로젝트도 없다. 오직 월급에 의지하여 자녀 교육도 하고 책도 사보면서 생계를 꾸려 나간다. 인문학 계열의 석박사 제자들도 스승의 대를 물려 가난하기는 마찬가지다.

윈난(雲南)대학 부교수 尹?光(윤효광)은 70년대에 출생한 젊은이다. 그는 공상관리학원 소속이며 50여만 위안(한화 8800여만 원)짜리 고급 차를 몰고 다니는 신흥귀족이다. 아울러 그는 상장된 3개 회사의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무한의 모 대학에서 금융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샤오민(小敏)이 전하는 말은 더욱 구체적이다. 그가 잘 아는 두 교수의 예를 들어보자. 한 교수의 전공은 투자학이고 다른 한 교수는 정치경제학이다. 투자학을 가르치는 교수는 ‘재벌급’에 속하였다. 모 회사에서 그에게 연봉 100만 위안(한화로 약 1억7500만 원)을 제의하자 당당히 거절할 정도로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정치경제학을 가르치는 교수는 낡은 휴대폰을 사용하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집 한 칸이라도 장만하려고 애를 태우고 있다.

화중지역의 모 대학에서 갓 부교수가 된 조모 씨의 월급은 4000여 위안(한화 70여만 원)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국가에서 주택을 무료로 제공하였지만, 지금은 교수들 스스로 주택을 마련해야 한다. 몇 푼 안 되는 봉급으로 살아가는 ‘가난뱅이’ 교수들에게 주택 구매문제 또한 커다란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부자 교수들은 대부분 회사를 설립하거나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소득을 올린다. 또는 겸직 형태로 다른 부처에 소속을 두고서 돈을 벌어들인다. 월급보다 과외수입이 더 많은 셈이다. 중이 염불보다 잿밥에 눈이 멀까 걱정된다. 난징의 모 대학 대학원생인 샤오하오(小淏)가 아는 한 교수는 화장품회사의 사장이다. 그는 무려 400만 위안(한화 7억여 원)이 넘는 초호화 자가용을 몰고 다닌다. 대학교수가 회사 사장을 겸직하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되고 있다. 청화대학 등을 비롯한 유수 대학의 이공계 교수들은 넘쳐나는 프로젝트로 인해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돈을 쓸어 담고 있다. 이쯤 되면 학자라기보다 차라리 ‘상인’에 가깝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가난한 교수들은 오직 강의에만 전념한다. 변변한 프로젝트 하나 없이 강의수입에 의존하여 살아간다. 기본 강의시간 외에 초과 강의 때 1시간당 35 위안(한화 6000여 원)의 강의료를 수당으로 받는다.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가정교사로 벌어들이는 수입과 비슷한 수준이다.

5가지 교수 유형

궁핍한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밥을 얻어먹고, 부자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붉은 봉투를 내놓는다. <양자만보> 기자 리쥔(李軍)은 사회학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캠퍼스에는 5가지 인간이 존재한다고 풍자하였다.

첫째, ‘학패(學覇)’ 교수이다. 소수가 학과의 모든 재원을 농단한다.

둘째 ‘권위’ 교수이다. 국가의 연구과제나 프로젝트를 독점한다.

셋째, ‘학관(學官)’ 교수이다. 관료 겸 교수(亦官亦學)를 말한다. 행정자원과 학술 자원 모두를 독점한다.

넷째, 겸직 교수이다. 사외이사를 겸하거나 직접 회사를 경영한다.

다섯째, 일반 교수이다. 국책 연구과제도 없고, 인맥도 없다. 오직 머리를 파묻고 논문 쓰기에 골몰하거나, 머리를 치켜들고 강의하기에 바쁘다. 이들은 시장의 논리나 권력과 절연하기 때문에 궁핍할 수밖에 없다. 오직 촛불처럼 자신을 태워 남을 비추는 역할(毁滅自己,照亮?人)에 만족할 뿐이다.

우리에게는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교수들을 풍자하여 폴리페서(polifessor)라는 이름이 유행한다. 중국에도 돈맛을 알고, 이에 취해 상아탑에서의 본분을 망각한 ‘상인 교수’들이 갈수록 많아질 것이다. 이들은 이런 면에서 ‘이코노믹 프로페서(economic professor)’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살신성인(殺身成仁)의 가르침은 뒤로하고 ‘살신성부(殺身成富)’에 눈먼 교수들이 ‘벤츠’를 타고 캠퍼스를 누빌 때 과연 학생들이 그들에게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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