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대구청년 김학봉⑨] 백석·허준·정현웅의 ‘삼우오(三羽烏)’처럼

친한 벗 셋을 일러 일본에서는 ‘삼우오(三羽烏)’, 즉 ‘산빠가라스’라고 불렀다 한다. 백석, 허준, 정현웅 등 세 문인들도 세간에서 그런 칭호를 들었다고 한다. 사진은 김학봉(왼쪽)과 친구들.

지금은 빛 바랜 예전 흑백사진에는
꼭 정겨움이 묻어나는 글귀가 있었지요.
‘1937년 2월’이라고 표시된 이 사진의 글귀는
“푸른 물도 한 구비니 청춘도 절로 절로”
이런 4.4조 4음보의 구절이 보입니다.
시조나 가사체의 리듬이 느껴집니다.
워낙 잠시 빠르게 지나가는 청춘의 시절이니
그 젊음을 마음껏 구가하자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조선 왕조의 시인 김인후의 ‘자연가’가 떠오릅니다.
“청산도 절로 절로 녹수라도 절로 절로
산 절로 수 절로 하니 산수 간에 너나도 절로
그 중에 절로 난 몸이 늙기도 절로 하리”
‘절로 절로’의 반복으로 즐거운 율동감이 느껴집니다.
자연과 인간의 부드러운 합일로 다가오지요.

식민지시절의 대구 청년 김학봉은
유난히 친구를 좋아하고 어울렸습니다.
셋이 주로 몰려다녔는데 입성도 멋집니다.
부유층 자제들인 게 느껴집니다.
그들은 언제나 함께 다녔고 삶을 즐겼습니다.
친한 벗 셋을 일러 일본에서는
‘삼우오(三羽烏)’, 즉 ‘산빠가라스’라고 불렀다네요.
그 유래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백석, 허준, 정현웅 등 세 문인들도
세간에서 그런 칭호를 들었다고 합니다.

사진 속에서 벗들은 서로 손을 잡거나
옆 친구의 어깨에 다정히 손을 올리고 있습니다.
20대 청년들인데도 하나같이 중절모를 쓰고
고급 오버코트를 갖춰 입고 있네요.
가운데 청년은 한복 정장을 갖춰 입었습니다.
앙상하게 솟아있는 겨울나무처럼
식민지의 자연과 환경은 황폐하기만 한데
세 친구의 우정은 깊어만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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