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대구청년 김학봉⑥] “폭포, 누구도 규정할 수 없는 물결”

“얼핏 보아서 가야산 홍류동 황계폭포이거나 포항 내연산 잠룡폭포 같습니다. 다시 보니 신불산의 파래소 폭포로 보입니다. 세상이 혼탁하던 1937년 무렵입니다.”

이곳이 어디인지는 모릅니다.
얼핏 보아서 가야산 홍류동 황계폭포이거나
포항 내연산 잠룡폭포 같습니다.
다시 보니 신불산의 파래소 폭포로 보입니다.
세상이 혼탁하던 1937년 무렵입니다.

폭포는 김수영 시에도 그려져 있지만
그것은 그 누구도 규정할 수 없는 물결입니다.
무엇을 향해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줄곧 떨어집니다.
쉴 새 없이 고매한 정신처럼 떨어집니다.
물은 수억 만년을 떨어지면서
발 아래 바위를 둘러파고 자신의 길을 만들었습니다.

김수영이 시 ‘폭포’를 쓰며 스스로를 고뇌할 때
김춘수는 시 ‘분수’에 몰입하면서
기질적 상승 충동에 빠져들고 있었지요.
“발돋움하는 너의 자세는
왜 이렇게 두 쪽으로 갈라져서 떨어져야만 하는가”
어떤 운명적 비극의 암시가 느껴집니다.
김수영의 하강의식과 김춘수의 상승지향이
묘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식민지의 청년 김학봉은
폭포 가장자리에 앉아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일본의 작가 다자이 오사무(太宰治)는
동거녀와 함께 폭포에서 투신자살을 했지요.
태어나서 죄송했다는 유서를 남겼지요.
한 인간이 남긴 어떤 언행이나 문학작품에도
그의 사상적 가치관의 내면과 빛깔이 남아 있습니다.

폭포는 사람을 멍하게 만듭니다.
요란한 소리로 사람의 정신을 압도합니다.
넋 나가게도 하지만 매운 각성으로 이끌기도 합니다.
사진 속의 폭포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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