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월드컵] 우승컵 어디로···크로아티아 vs 아르헨티나, 프랑스 vs 모로코 준결승

역대 월드컵 개최국 및 우승국(별표). 이미지 연합뉴스

역대 월드컵 우승국은 총 8개국이다. 브라질 5번, 독일과 이탈리아 각각 4번, 아르헨티나, 프랑스, 우루과이 2번, 영국과 스페인이 각각 1번 우승컵을 들었다.

4번 우승국 이탈리아는 코로나 때문에 연기되어 2021년 열린 유럽팀 간의 결전 무대인 유로 2020에서 영국을 물리치고 우승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북마케도니아에 1:0으로 져서 2022년 카타르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영원한 축구 강국인 줄 알았던 이탈리아의 예선탈락은 카타르월드컵 예선전에 발생한 가장 충격적인 일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을 제외한 세계 최강팀들이 몰려있는 유럽에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보여준다. 현재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인 노르웨이의 엘링 홀란을 이번 월드컵에서는 볼 수 없다. 다음 월드컵부터 본선 진출팀이 48개팀으로 확대되면 홀란을 볼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월드컵 4번 우승국으로 2014년 브라질에서 우승컵을 들었던 독일은 2018년 대한민국에 2:0으로 져서 16강에 진출하지 못했고, 이번 대회에서는 일본에 일격을 당해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또 다른 월드컵 우승팀 스페인은 첫 경기에서 코스타리카를 무려 7:0으로 이겼지만 일본에 패배해서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으나, 모로코에 승부차기 끝에 패해서 또 탈락했다.

모로코는 F조별 예선에서 벨기에를 2:0으로 이기고 당당히 조 1위로 크로아티아와 함께 16강에 진출했다. 벨기에는 우승경력이 없어서 한국팀이 잘 모르지만 현재 FIFA 랭킹 2위의 초강국이다. 그런 벨기에를 아프리카의 모로코가 이겼다. 벨기에는 코로아티아에게도 2위를 내주고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벨기에의 16강 탈락은 독일의 탈락과 함께 이번 대회 예선전 최대 이변이다. 모로코와 크로아티아는 16강전에서 각각 스페인과 일본마저 잠재우고 8강전에 진출했다.

8강에 진출한 팀들의 FIFA 랭킹은 브라질 1위 아르헨티나 3위 프랑스 4위, 영국 5위, 네덜란드 8위, 포르투갈 9위, 크로아티아 12위 그리고 모로코가 한참 쳐져서 22위에 있다. 순수하게 FIFA 랭킹으로 판단한다면 브라질, 프랑스, 아르헨티나, 포르투갈이 4강에 오르고 결승전에 오를 팀은 브라질과 프랑스이고 우승은 브라질이다. 하지만 그대로 경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8강 첫 경기는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였다. 월드컵 우승의 경험은 없지만 네덜란드는 요한 크루이프가 활약하던 1974년 독일월드컵에서 준우승, 19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에서도 준우승했고, 유럽에서 우승에 항상 근접해 있는 팀으로 대접받고 있다. 8강전 상대는 2번 월드컵을 제패했고, 세계 최고 선수로 평가되는 메시가 있는 아르헨티나다. 두 팀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붙었고, 아르헨티나가 승부차기 끝에 이긴 바 있다. 카타르월드컵에서 맞붙은 두 팀의 치열한 대결에서 2:0으로 지고 있던 네덜란드는 경기 후반 1골을 만회했고, 추가시간이 끝나는 마지막 순간에 동점을 만드는 극적인 순간을 연출했으나, 8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아르헨티나가 승부차기로 승리해서 4강에 진출했다.

8강 2번째 경기 브라질과 크로아티아 경기에서 누구나 크로아티아는 대진 운이 좋지 않고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크로아티아는 우리나라 팬에게는 전통의 강국이 아니라 아직 낯설겠지만. 유고슬라비아에서 분리독립한 신흥국으로 첫 번째 출전했던 1998년 프랑스월드컵 8강에서 독일에 3:0으로 이기고 4강에 진출했고, 지난 러시아월드컵에서도 괴력을 발휘해서 준우승을 차지한 축구강국이다. 카타르월드컵 8강전에서 크로아티아는 괴력을 발휘해서 초강력 우승후보인 브라질과 연장전까지 혈전을 벌였으나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로 이겨서 4강에 진출했다.

모로코 수도 라바트 시민들이 10일(현지시간) 자국 축구대표팀의 2022 카타르월드컵 4강 진출에 환호하며 자국 국기에 한 남성을 헹가래치고 있다.

8강 3번째 경기는 포르투갈과 모로코의 경기였다. 역시 모든 사람들이 포르투갈의 대진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FIFA 랭킹 9위인 포르투갈에게 예선전에서 돌풍을 일으켰지만 FIFA 랭킨 22위에 불과한 모로코는 쉬운 상대로 보였다. 포르투갈은 1966년 에우제비오가 활약하던 당시 영국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한 것이 월드컵에서의 최고 성적이지만, 유로 2016에서 프랑스를 이기고 우승하기도 했다. 16강전에서 호날두를 선발에서 제외하고도 오히려 스위스를 무려 6:1로 대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모로코는 예선전에서 벨기에를 꺾고 16강전에서 스웨덴을 제압하는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포르투갈마저 1:0으로 제압하는 폭풍을 일으키면서 4강에 올랐다.

마지막 8강전의 빅 매치는 프랑스와 영국이었다. 전 대회 우승국인 프랑스와 영국은 이번 대회에서도 가장 막강한 화력을 퍼붓고 있다. 누가 우승할 것으로 보이냐는 질문에 나는 이 경기에서 이긴 팀이 우승할 것이라고 대답한 바 있다. 강력한 우승후보 두 팀은 공격과 수비에서 “축구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줄 정도로 역사적 명승부를 벌인 끝에 프랑스가 2:1로 승리했다.

카타르월드컵 32개 팀에서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 그리고 프랑스와 모로코 이렇게 4팀이 남았다. 어느 팀이 우승할까? FIFA 랭킹으로만 판단한다면 아르헨티나와 프랑스가 결승에서 만날 것이다. 하지만 축구는 객관적 실력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킨 두 팀, 모로코와 크로아티아도 모든 것을 걸고 승리를 노리고 있다.

진실은 단편에 있지 않고 전체를 보는 확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나타난 단면으로 판단한다. 축구에는 판정승이 없다. 축구는 골로 승부한다. 하지만 10개의 슈팅 중 한 개의 골만이 들어가는 것이 축구경기이다. 점유율이 아무리 높아도 골을 넣지 못하면 승리하지 못한다. 월드컵에 진출한 모든 팀들의 실력 차가 예전같이 크지 않다. 어느 팀도 승리의 가능성이 있다. 확률을 넘어서는 의외성이 바로 축구의 매력이고, 전 세계가 월드컵에 광분하는 이유이다.

*김현원 필자의 직함 ‘팬다이머’는 “패러다임에 사로잡히지 않고 편견없는 과학을 추구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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