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슬픔, 국민화합의 장 되길”···이태원 핼러윈 참사 151명 사망, 대부분 20대 여성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대원들이 사고 현장에서 구급활동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초대형 압사사고, 철저 대비 못한 관계당국 책임도

서울 이태원에 핼러윈 축제 인파가 몰려 최악의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29일 밤 초대형 압사사고가 발생한 이태원에 소방 당국이 수습과 구조에 나섰다. 

30일 새벽, 외국인 2명을 포함한 사망자 149명과 부상자 76명을 낸 후진국형 압사사고는 나라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사망자 대다수는 연약한 20대 여성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사망자 중 병원에 안치되지 못한 40여명은 원효로 실내체육관에 안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사망자 신원 파악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자식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부모들 애를 태울 거다.

10만 가량 인파가 몰려 우려하던 차, 첫 사고 신고를 접수한 용산소방서 이태원 119안전센터는 즉각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2단계는 ‘중형재난’에 발령되는 조치로 차량 30여대, 특수구조단을 포함한 119구조대 인력 400여명이 동원된다.

사고는 밤 10시 22분 발생했다. 이날 자정까지 이태원 일대에서 호흡곤란 등 신고가 81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사망자 149명의 추정 사인을 “거의 모두 압사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압사 사고는 약 65kg 무게의 성인 100명이 밀면 가장 밑에 있는 사람에겐 18t 가까운 압력이 몰리게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갈비뼈가 으스러지고, 숨을 쉴 수 없게 된다. 강한 압박으로 폐에 공기가 전달되지 않아 결국 숨지게 된다는 거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가파른 골목에는 인파가 몰려 행인들에 끼여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골목 위편, 누군가 뒤에 있는 사람을 밀쳐 도미노 사태로 사람들이 넘어지는 바람에 초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골목에 진입하지 말라는 안내 방송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란한 술집 음악 소리에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이 겹겹이 쌓인 채 넘어져 초대형 참사로 귀결됐다.

병원으로 이송된 사망자는 101명, 원효 실내체육관에도 45명이 옮겨졌다. 부상자 150명 중 중태인 사람도 여럿 있어 사망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은 밤 10시 43분 대응 1단계를, 30분 후인 11시 13분 2단계로 격상, 11시 50분 대응 3단계로 올렸다. 밤 11시 25분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현장에 도착, 지휘했다.

30일 자정을 넘겨, 이상민 행안부장관도 현장으로 달려갔다. 윤석열 대통령도 용산 대통령실에서 서울 정부청사로 가 보고를 받고 “구조와 수습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이태원 대형참사가 발생한 골목. 오전 5시 경찰관들이 취재진을 비롯한 일반인들 출입을 막고 있다. 

사고가 난 골목 인근 클럽들 내에선 사상자가 없었다. 밤 11시경, 경찰과 소방관이 사고 장소에 진입할 당시 골목길과 인도에는 인파로 가득차 구급 차량이 진입하기 힘들었다.

경찰과 소방관들은 “나와주세요”를 외치며 구조에 최선을 다했다. 첫 신고접수는 밤 10시 24분, 용산소방서와 중부소방서 등에서 출동했다. 사고 현장과 가까웠지만 핼러윈 인파로 구급차가 움직이기 어려웠다.

사고 장소에 구급대원이 도착한 건 신고로부터 1시간 지난 후였다. “밤 10시 반 해밀턴호텔 근처 골목인데 ‘영차 영차’하면서 뒤에서 계속 밀쳤다. 빠져나갈 골목이 다 막혀 벽쪽으로 사람들이 밀려났다.”(20세 여성)

“도미노처럼 차례로 넘어져 사람들이 깔렸다, 겨우 빠져나왔지만 갈비뼈가 아파서 한동안 꼼짝을 못 했다.”

핼러윈 축제를 보러 함께 온 친구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도 많았다.

“신고고 뭐고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꽉 끼어있었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손 붙잡고 ‘우리 살아 나가자’며 계속 소리만 질렀다. 할로윈이라 해서 왔는데 사람이 죽을 줄은 몰랐다.”

사고 현장에선 약한 여성들 구조에 애쓴 사람도 목격됐다.

“발밑에 한 여성이 쓰러져 꺼내려고 했는데, 몸을 아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숨을 쉬기 힘든 상황이 계속돼 마음만 급했다. 옆 사람 마스크를 서로 내려주며 간신히 여성을 일으켰다.”

밤 11시쯤 이태원 압사사고 인근 통행이 통제되면서 참혹한 현장이 드러났다. 소방인력들은 사상자들을 등에 메거나 이동 병상을 이용해 옮기느라 안간힘을 썼다.

현장의 일부 의로운 시민들도 사상자 이송을 도왔다지만 역부족이었다. 구조 인력은 사고 현장에서 옮겨진 사상자들의 심폐소생술(CPR)을 했다.

사상자가 급격히 늘면서 “심폐소생술 가능하신 분 나와주세요!” “의사 있으면 나와주세요!” 요청도 빗발쳤다.

“야, 나 겨우 살아나왔어!” 현장 부근에는 이렇게 전화를 하는 사람도 많았다. 쓰러진 채 “119에 전화 좀 걸어주세요”라고 울먹이는 여성도 목격됐다고 한다.

하지만 분장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던 사람들은 이를 핼러윈의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무심히 지나쳤다. 압사사고로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이태원 술집과 클럽에선 30일 새벽 늦게까지 핼러윈 파티가 이어졌다.

소방당국은 밤 11시19분 핼러윈 축제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30일 새벽 2시경에도 사고현장 부근 곳곳에 코스튬을 한 인파들이 사진을 찍으며 축제를 즐겼다. 인근 클럽과 술집들에도 빈자리를 찾기가 힘들었다.

사고현장으로 이동하던 응급차가 인파에 막히기도 했다. 경찰은 확성기와 호루라기를 이용해 “제발 귀가해달라. 해산해달라”고 호소했다. 일부 시민들은 “술 먹는데 나오라고 하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수백명 인명 피해를 낸 대형 참사현장에서 시민의식의 실종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압사사고야말로 후진국형 인재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서울시와 용산구청, 소방당국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코로나 후 3년 만에 핼러윈 축제가 다시 열렸다. 많은 인파가 몰릴 걸로 예상할 수는 없었는가? 미리 도상 계획과 대비하지 않는 공무원들. 공직자들의 안이함도 압사의 한 원인은 아닐까?

2 comments

  1. 또 시민 욕하네 이 논설위원 누가 조중동 아니랄까봐. 지금 애초부터 경찰인력 부족이었던 인재 사고인거 모르나? 답답하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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