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이 기사] 민간인사찰 물타기 수사, 청와대 대응은 ‘제2 보도지침?’

지난 정부의 직권남용 사례를 방패로 삼아 현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 파장을 조금이라도 무력화 하려는 것이었을까?

현 정부의 불법 민간인 사찰 2차 수사 결과를 검찰이 발표하기도 전에 청와대가 복수의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현 정부뿐 아니라) 참여정부도 민간인 사찰을 한 게 나올 테니 (현 정권의 불법사찰 내용과) 균형 있게 다뤄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경향신문이 6월 14일자 1면에 단독 보도하면서 들통 났다.

노 정부 사례 나올 것 비중 있게 다뤄달라
*원본보기는 클릭 후 확대버튼

이 신문은 “‘청와대 부탁이 있으니 참여정부의 불법사찰 사례도 잘 챙겨봐라’는 회사의 지시를 받았다.”는 한 언론사 기자의 말과 “정치부장이나 국장, 사장급에서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또 다른 언론사 기자의 언급을 인용하면서 “수사결과가 검찰 수사발표 전에 청와대에 유출된 게 아니냐?”는 검찰 출입기자들의 의혹 제기도 전했다.

신문은 또 검찰이 “자료를 대검에만 미리 보고했다.”며 “그 자료가 법무부를 거쳐 청와대에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참여정부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의 민간인 동향 파악 보고가 특별수사팀의 수사와는 별건인데도 ‘과거 정부 시절 직권남용 사례’라는 항목으로 수사결과 발표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청와대와 검찰 모두 이번 수사발표를 사전 조율했다는 의혹을 부인했지만 이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또한 경향은 4,5,6,면에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내용을 전하면서 부실 수사 문제와 정치권, 시민들의 평가를 실었고, 사찰 받은 당사자들의 반응, 봐주기 부실 수사의 문제점 등을 짚었다.

이 신문은 4면에서 “검찰이 발표한 참여정부 시절 직권남용 사례 중 상당수는 공직자를 감찰하는 통상적인 활동 범위 안에 들어가는 부분”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과는 행위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했고, 이 때문에 검찰 발표의 순수성이 의심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검찰이 발표한 내용에 여야, 시민단체들은 “전형적인 면죄부 수사”라며 수사결과를 비판했다며, 부실 수사에 대하여 국정조사, 특검을 도입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을 실었다.

한편 경향신문은 6면에서 검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개입 의혹에도 눈감은 것을 지적하며,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동네 후배로, 2009년 9월부터 2년간 사정기관을 지휘하는 민정수석을 지냈고, 작년 8월 법무부 수장이 돼 조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은 권재진 법무장관을 수사의 걸림돌로 꼽았다.

경향신문에는 청와대가 ‘물타기’ 협조 요청을 한 언론사를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경향 취재망에 포착된 언론사로 한 방송사와 인터넷 매체가 거론되고 있는데, 청와대 쪽에서 ‘과거정부의 직권남용 사례를 균형 있게 다뤄달라’고 부탁한 언론사는 이 두 곳뿐이었을까?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에서 거의 매일 각 언론사에 기사보도 가이드라인인 가, 불가, 절대불가 등으로 구분한 보도지침을 작성, 은밀히 시달하여 정부가 언론을 철저히 통제했다.

1986년 해직된 언론인들이 만든 단체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월간지9월호에 당시 한국일보 김주언 기자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1985년 10월부터 1986년 8월까지의 보도지침 584건을 폭로해 정부의 언론 통제 물증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청와대가 일부 언론사에 전화하여 ‘참여정부의 공직자 감찰’을 ‘민간인 사찰’로 규정하고 현 정부의 민간인 불법 사찰 수사 발표와 ‘균형 있게’ 다뤄달라고 부탁한 것은 그 본질이 ‘과거 정부의 사찰’을 함께 보도하게 하여, 민간인 불법 사찰과 관련된 현 정부에 쏟아질 국민의 비판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꼼수에서 나온 ‘제2의 보도지침’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도곡동 사저 매입 의혹 수사 발표에 이어 검찰의 이번 수사 결과도 정치권과 국민들이 믿지 못할 정도로 부실한 게 문제이지만, “수사 결과 내용을 검찰을 통해 미리 알았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변하는 청와대가,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아직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언론보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이것 또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어느 세월에 검찰에 대하여 ‘권력의 시녀’라는 질책을 거두고, 그들의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까? 또 현재 집권 세력인 자신들의 치부를 수사한 결과를 발표하는 마당에 과거 정부의 잘못도 균형 있게 다뤄달라고 언론사에 전화를 거는 청와대의 의도를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The AsiaN 편집국 news@theasian.asia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