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수교 50주년 인도, 중국 견제 위해 정확히 알고 ‘정성’ 들여야

2019년 G20 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가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의 손을 붙잡고 있다.
2023년은 한국과 인도가 수교를 맺은 지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인도에 대한 이해는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아시아엔>은 한국외대 김찬완 인도연구소장이 10월 4일 국제뉴스연구모임에서 한 발표를 정리해 독자들께 소개합니다. <편집자>

인도는 하나의 나라가 아니라 최소 22개의 나라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는 과거 한번도 통일된 적이 없고, 헌법이 인정한 언어만 22개다. 영어로 통일된 미국과 다르다. 1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언어는 216개이며 기타 언어까지 합치면 3000개가 넘는 언어를 가지고 있는 다언어 사회다.

때문에 인도에는 ‘단일 국어’가 없으며, 대학에서 영어로 강의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지역언어 때문에 한국 중소기업이 상담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인의 머리 속에 있는 ‘하나의 인도’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인도다. 외교관과 언론부터 인식을 바꿔야 한다.

언어가 다양하기 때문에 많은 인도인은 최소 3개 언어를 구사한다. 따라서 사고가 입체적이다. 이것은 바로 21세기 인도의 경쟁력이다.

인도 사회는 가족 지향적이기 때문에, 이민 가면 친척을 데려간다. 매년 870억 달러를 모국에 송금한다. 지난 4~8월 120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지만 버티는 이유다. 외화보유액이 5800억 달러에 이른다.

인도는 독립할 때부터 불가촉천민이나 부족민들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학교 교육을 받도록 배려했다. 교육뿐만이 아니라 공공기관과 의회에 지출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각각 15%, 7.5%의 쿼터를 명시했다. 인도는 제헌 헌법에 사회적 약자가 공기관 취업과 의회에 ‘무조건’ 진출할 수 있도록 쿼터를 명시한 것이다.

인도에선 투표를 할 때 ‘None Of The Above’(NOTA)라는 난이 있다. 앞에 나열된 후보자들 중 마음에 드는 후보자가 없을 경우 체크하라는 표시다. 한국에서는 기권으로 불만을 표시하지만, 인도는 이렇게 더 적극적으로 유권자가 의사를 표현하게 배려한다. NOTA 비율이 높게 나오면, 각 정당이 후보자를 잘못 선정했다는 국민들의 강한 메시지인 것이다. 각 정당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인도의 상류층은 맑다. 간디는 독립 쟁취로 만족하고, 젊은 네루에게 권력을 넘겼다. 인도 남부의 드라비다족이 북부 아리얀의 지배에 반대해 자신들의 국가인 ‘드라비디스탄’ 운동을 전개했지만 이를 강압적으로 진압하지 않고, 관용과 포용의 정신으로 선거에 참여케 해 주정부를 구성, 공존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다원화된 사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인도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in–India) 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 ‘3D’ 슬로건, 즉 많은 소비자(Demand), 젊은 노동인구(Demography) 그리고 중국, 베트남 사회주의 국가와 다른 최대의 민주국가(Democracy)가 세일즈 포인트다. 미국의 트럼프와 일본의 아베가 인도에 투자한 이유다. G7의 투자는 점차 인도로 가고 있다.

모디 총리의 新비동맹외교는 사안별로 외국과 협력하는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으로 친소정책을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중국의 포위망을 뚫기 위해 친미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모디는 최근 푸틴을 만나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떼라고 말했다.

인도는 이렇게 실사구시 외교를 해왔기 때문에, 외국도 이제는 그러려니 인정한다. 한국은 이제 편향외교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됐다.

재선에 성공한 모디는 퓨전의 역사(힌두, 무슬림 무갈제국, 영국 통치), 다민족, 다언어, 다종교의 인도를 ‘성장의 인도’, ‘강한 인도’로 변혁시켜려 한다. 모디 총리는 이를 위해 최근 무슬림이 다수인 북부의 캐시미르주를 연방 직할 주로 격하시켰다.

한편 1991년 이후 태어난 세대는 컴퓨터에 익숙한 ‘인도판 MZ’로 완전히 다른 신세대다. 이들은 G2를 꿈꾸는 모디의 최대 지원세력이다.

이제 이같은 인도을 대하는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보자. 일본에는 교토대, 도쿄대 등에 인도 전문가 300명 이상이 있다. 한국에는 극히 제한된 전문가뿐이다. 국내대학에 그나마 존재했던 기존의 인도 관련 학과는 통합되거나 폐쇄되고 있다. 거꾸로 가고 있다.

국내 언론에는 여성학대, 힌두-무스림 갈등 등 나쁜 뉴스 일색이다. 최근 언론은 폴란드 등에서 K-방산을 보도하지만, 인도의 소련제 탱크 3500대는 우크라이나에서 무용지물임이 판명돼 비상이다.

인도가 머지않아 중국에 버금가는 강국으로 정착하기 전에, 정부는 중국 견제카드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인도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 내년 한-인도수교 50주년이 좋은 기회이다.

필자 김찬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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