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을 대통령실로···’상징성’ 크고 ‘부작용’ 적어, ‘경호’도 양호

세종문화회관

[아시아엔=주동완 코리안리서치센터 원장] 3월 9일 대선이 끝나자마자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것이 청와대 이전 문제다. 처음에는 서울정부종합청사로 이전할 것 같더니 경호문제로 용산의 국방부 건물이 물망에 올랐다가 다시 국방부 또는 외교부 건물 내로 이전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된 모양이다. 이것도 아직 완전히 결정 내려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런데 사실 이 문제는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생각의 문을 조금만 열면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처음에 청와대를 광화문으로 옮기겠다고 한 이유는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러한 명분은 사실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다. 청와대가 광화문으로 이전한다고 해도 대통령을 그렇게 쉽게 광화문 거리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단지 상징적인 의미라 하더라도 대통령실이 광화문으로 내려와 일반 시민들 속에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만큼 대통령이 거리상 가깝게 느껴질 수 있고, 가까이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소통이 되는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도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언급했듯이 대통령실은 광화문에 있어야 한다. 어떤 이는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용산의 국방부 터에 대한 고증까지 해가며 청와대의 국방부 이전을 반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건 고증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대통령이 갖는 그 위치는 실제 대통령이 집무를 보는 지리적 위치와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세종문화회관

대통령은 한국의 가장 중심적인 인물인데, 그렇다면 그가 위치하는 장소도 한국의 중심적인 위치에 있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지리적 중심은 광화문이다. 그럼 대통령도 광화문에 위치해야 하는 것이 맞다. 대한민국의 중심적인 인물인 대통령이 용산에서 집무를 한다는 것은 좀 비껴있는 듯한 느낌이다. 

위의 두 이유만으로도 청와대를 옮긴다면 대통령실은 광화문에 있어야 한다. 남은 문제는 경호와 관련된 것이다. 대통령 경호의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실이 들어 있는 건물의 독립성이다. 대통령실이 다른 부서와 함께 같은 건물 내에 있다면 경호상에도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독립 건물에 대통령실을 마련하고 경호원들이 집중해서 경호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대통령실이 있는 건물 내에는 지하벙커도 필요하고 헬리콥터가 뜰 수 있는 헬기장도 있어야 한다니 지하 공간과 하늘 공간도 확보되어야 한다.

세종문화회관 평면도

건물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는 광화문에서 위와 같은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간은 딱 한군데 밖에 없다. 바로 세종문화회관 건물이다. 세종문화회관을 대통령실과 관저로 바꾸는 거다. 세종문화회관은 1973년 서울시가 주관한 현상설계로 대림산업이 시공하여 1974-1978년 5년 걸려 완공했다.

세종문화회관을 설계한 엄덕문은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의 사랑방이다. 구조는 한옥의 안채와 별채를 세우고 두 건물을 이어주는 회랑과 한가운데 안마당에서 뒤뜰로 연결되는 개념을 현대건축으로 풀어낸 것”이라고 설계의 의미를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이어 “세종문화회관은 광화문이라는 위치에 짓는 기념 건물로 현대감각과 우리 정서가 어울리는 배치와 건축이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얼마나 한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집무하고 거주하는 공간으로 안성맞춤 건축물인가?

세종문화회관

세종문화회관의 총 면적은 3,460평이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대통령의 집무와 거주 공간으로 작은 것도 아니다. 기존의 지하시설도 이미 어느 정도 되어 있어서 벙커를 만드는 일도 용이하다. 옥상에 헬리콥터 착륙장만 만들면 된다. 헬리콥터가 이착륙하기에도 충분한 면적이 나올 듯하다. 단지 헬리콥터가 이착륙시 발생하는 소음이 조금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시민들이 인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세종문화회관 옆에 약간의 공원이 있으니 합하면 정원도 포함할 수 있고 그쪽에 헬기장을 만들어도 될 것 같다. 세종문화회관 지붕에 헬기장을 만들기 힘들다면 헬기장은 국방부 헬기장이나 기존 청와대 헬기장을 이용하면 된다.

그동안 한국의 공연 및 전시 예술의 전당이었던 세종문화회관을 대통령실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 문화예술계에서 반대할 수도 있다. 새로운 세종문화회관은 넓은 잔디밭의 용산에 새로 지으면 된다. 주차장도 더 크게 지어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공연을 보러 올 수 있게 하면 반대할 문화예술인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종문화회관을 대통령실로 바꾸면 정부의 다른 부서들을 연쇄적으로 옮길 필요도 없다. 남은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된다. 일단 청와대로 들어가서 1~2년 정도 머물면서 당면한 문제들을 처리하고 공약들을 실천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옳다. 개인 집도 이사 가려면 한두 달 이상 준비해야 하는데 하물며 청와대를 한달반 만에 옮기겠다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

게다가 다른 부서들도 연쇄적으로 옮겨야 한다면 이는 시간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괜히 서두르다가 누가 다치는 사고라도 나면 그 비난의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튈 수도 있다.

지금은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국민들이 서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잠깐 동안 현재의 청와대로 들어가 세종문화회관을 새로운 대통령실로 꾸민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은 없다. 몇몇 극렬 반대자들만 “그럴 줄 알았다”고 비아냥댈지 모르지만 1~2년 뒤에 멋진 광화문 시대를 열어 보여주면 된다.

새로운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걸어 나와 옛날 세종문화회관 뒷길 식당에서 시민들과 함께 점심식사 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며 이 글을 쓴다. 청와대는 한국 대통령기념관으로 만들어 일반에 전면 공개되기를 바란다.

One comment

  1. 왕이 거처하는곳이 궁궐이 맞겠네… 용산궁궐
    소통을 원하고 국민과 가까워 지겠다는 마음이 진심이면 이전하는 그 엄청난 예산으로 굶주린 아이들.노인들 구제금으로 사용하는게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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