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홍매화’ 최진석

호접몽가 뒤뜰에 핀 홍매화

나는 이상주의자가 아니예요.

골목길 돌담을 평생 쓰다듬으며 다녀요.

그렇다고 이상주의자가 아닌 것도 아니죠.

남몰래 하늘을 올려다보며 틈새를 기웃거려요.

나는 어떤 ‘주의’자가 아니예요.

정해진 것에는 다 답답해하죠.

바라밀다바라밀다 건너가기에 바빠요.

그렇다고 ‘주의’자가 아닌 것도 아니네요.

겨울과 봄 사이에서 뜨겁게 울렁대는 피를 좋아하죠.

사는 것은 다 몸살 아니겠어요?

피가 뜨겁고 붉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살아있는 것은 다 경계에서 뜨겁게 앓아요.

오늘은 건너가기도 멈추고 홍매화주의자로 살지요.

바라밀다도 홍매화 아래 잠시 앉아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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