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인사회와 소수계 민족의 생존방식

2020년 5월 미국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 후유증은 한인사회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건 후 LA 시내 ‘코리아타운’에 적막감과 함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 모습. 뿌리가 절반쯤 뽑힌 채 비스듬히 서있는 나무가 마치 뿌리 내리지 못한 일부 교민들 단면을 상징하는 듯하다. <사진 LA한인회 제공=연합뉴스>


올초 윤여정씨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국계 이민 가정의 삶을 리얼하게 보여줬습니다. 내후년이면 한국인이 하와이에 첫발을 디딘 지 110년, 현재 미국 50개주 어디서나 한국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사회 속 한인들의 삶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아시아엔>은 반세기 동안 재미 언론인으로 활약해온 김정일 <시카고 VOKATV> 해설위원의 글을 독자들께 전합니다. <편집자>

[아시아엔=김정일 시카고 VOCATV 해설위원] 맥아더는 “Old soldiers are not dying, just fade away” 라며 ‘사라진다’고 했지만, 레이 촬스는 “Lord! Keep me singing” 라고 졸라댄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계속 노래를 부르게 해 주세요”라고 부탁드리는 거다.

나는 “Lord! Keep me talking”이라고 부탁드리겠다.

내가 공식적으로는 40년 남짓 기자로서 은퇴를 통보드리지만, 앞으로 시사해설 등을 통해 시간 나고,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계속 말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 드리는 거다. 아직 할 말이 남아있고,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내 생애의 43년, 신문과 방송을 통해 공적 봉사(Public Service)를 하는 동안은 매우 험악하고 긴 세월이었다. 눈물겹고 외로운 나날이었다.

LA 한인상가가 불타는 참담한 모습을 보았고, 유학생 윤원준이 인종차별주의자 총에 맞아 교회 입구에서 죽는 것도 보았고, 불스 난동으로 한인 상가가 약탈당하는 것도 보았다.

최근에는 팬데믹 사태와 함께, 동양계에 대한 혐오범죄가 9천건이나 발생한 것도 보았다. 사건 원인에 대한 처방을 나름 생각해 본다. “우리가 너무 고립되어 살았다” “고립에서 탈피해 ‘Inter-group’ 해야 한다” “주류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투쟁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등등…. 이미 수십년 전에 원인이 나왔다.

그러나 지금 이 처방전으로 치료를 시도하는 움직임은 이 넓은 미국 땅 한인사회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세상이 눈부시게 변화해도 우리가 이를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딱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심한 갈증이 있었다

‘우리가 조금 더 잘할 수 있는데…’라는 안타까움과 이를 어떻게든 성취해 보려는 몸부림이 있었다. Korean-American의 정체성 정립을 제대로 하고, 미국 언어를 배우고, 미국의 중요 이슈를 이해하고…. 이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누구든 일주일만 시간 내면 모두 A학점을 받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되는 것이다. 의식의 쇄국정책 때문일까?

우리가 이 넓고 복잡 다양한 새 땅에 살면서, 내 자긍심을 지키면서, 번영 발전하면서, 기여하면서, 본래의 목적을 성취하면서, 잘 산다는 것에 대한 해답이 분명코 있다.

그러나, 정답을 교육 계몽하려는 나의 시도는 일단 실패작이다.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에서 20년 동안 5천회를 부르짖었지만, 큰 호응을 얻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헛헛한 결론이었다. 43년 동안 줄곧 이 조그맣고 척박한 한인사회에게 무언가 말을 걸면서, 교육계몽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낙제점수였다.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조그만 친목단체 하나도 힘들다. 우선 소속원들의 저변 의식변화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

가령 저 유명한 Selma Marching, 곧 투표권을 쟁취하기 위한 흑인들의 시도는 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마틴루터 킹이라는 뛰어난 지도자가 있었고, 그를 보좌한 제시 잭슨, 앤드루 영 등의 희생적인 동역자가 있었고, 이 행진에 합세한 백인 진보시민이 있었고, 워싱턴포스트의 사설, CBS News의 백인 경찰 폭력 진압 현장 중계가 있었고, 시위 행진을 허가한 용기있는 지역 판사가 있었고, 그리고 린든 존슨이 있었다.

“모든 것이 합력해 선을 이루는 것”이다. 원맨쇼로는 어림도 없다. 나는 한 평생 한 우물을 팠지만, 별로 시원한 물줄기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좋다, 그렇다고 치자. 다음 세대가 하든지, 이것도 안 되면 1백년 후에라도 누가 하게 되겠지. 이건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문제가 아니다. 김, 이, 박씨가 이땅에 사는한 ‘당위’(MUST)의 문제다. 흑인, 인디언, 격리 수용됐던 일본계가 최장 400년 동안 이 문제에 매달리고 있는 모습을 우리가 지금 보고 있다.

우리 한인사회는 성서가 설명하고 있는 고아, 과부, 나그네 즉 사회 취약계층 그룹으로 분류된다. 250만명의 한인들이 수천년 살던 땅을 뒤로 하고 태평양을 건넜다. 이 사건은 개인에게는 인생 최대의 결정일 테다. 이들 한명 한명의 생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고귀한 존재들일 것이다.

우리가 독립선언문에 나와 있는 대로 ‘만인 평등의 원칙’ 아래 미국 헌법에 나와 있는 대로 ‘Equal protection right’을 누리면서, 번영하면서 살 권리를 당연히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어떤가? 혐오범죄가 9000건, 우리가 사는 교외 지역의 인종문제는 암묵적인 차별과 무조건적인 차별로 변모되어 간다. 배타적 사고(Them and us mentality), 편협성(Bigotry), 고정관념(Stereotype), 편견(Prejudice), 외국인혐오증(Xenophobia)도 여전하다.

결국 이 문제들을 누가 해결할 것인가? 바로 우리 자신이 해야 한다. 몇 가지 답안이 이미 나와 있다. 다른 소수계들을 보면, 답안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와 있었다. 이상하게도 우리 커뮤니티에서만 생소한 이슈들이다. 주변을 돌아보고, 적응하는 능력이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다. 단일민족, 유교문화 등 종교문화적인 원인이 탓일 수 있다.

그럼 이른바 모범답안으로 대부분의 소수계가 추진하고 있는 방안들을 살펴보자.

첫째, 그룹간의 교류와 소통을 강화한다. 피차 이해를 증진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다문화, 다인종, 다민족 사회 안의 필연적인 질서는 바로 이를 통해 완화된다.

둘째, 인간관계(Human Relations)를 증진한다. 말로만 하지 말고, 제도적인 시스템을 만든다.

셋째, 외국인 혐오(Xenophobia)를 배격하는 것이다. 인간 본성에 사악한 부분 즉 다수가 소수를 혐오하면 폭력이 된다.

넷째, 다원주의(Pluralism) 계몽이다. 미국은 태동기부터 백인이 다수였지만, 동시에 인종과 문화가 다양한 사회였다. 즉 소수도 존중되어야 공존하는 사회였다.

다섯째, 참여(Participations)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여섯째, 인종차별(Racial discrimination)을 배격한다. 우리가 단합하면서, 이것이 누구한테 차별로 작용할 경우 이를 중단하고 차별에 맞서 투쟁한다. 타소수계와 연계해야 차별을 과감히 거부한다.

정리하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다. 즉 △미국의 현실을 잘 이해한다 △보수·진보·개혁세력의 이념을 숙지한다 △미국의 기본적인 현실적 이슈들을 이해한다 △미국의 공민권 행사에 적극 참여한다 △모국사랑과 현실 생활과의 차이를 정확히 인식한다.

철새가 새 거주지로 옮기면 그곳 풍토에 적응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흔히들 “로마에 가면 로마법대로···”라고 설명한다. 우선 새 땅에서 먹고 살고, 괄시 받지 않아야 된다. 다른 일들은 일단 ‘정신적 사치’라고 간주해도 무방하다.

정서적인 측면(Emotional issues)과 실생활 측면(Practical issues) 사이의 균형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One comment

  1. 
    동아시아, 서유럽은 근대와 현대 특정시기에 부침을 겪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문명의 혜택을 누려온 역사적 기득권지역이며,전통 문명국들이니까, 공존 전략이 필요함.

    신대륙 이민자의 나라 미국내에서도 아시아인은 백인보다 교육수준이 높고 평균소득수준이 높아 모범적 소수인종으로 분류되는 현대사의 특징이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 개별 국가간의 우호관계를 넘어, 중국의 황하문명,유교, 한자, 유교 최고대학들(태학.국자감.경사대학당,베이징대), 수천년 문명국이자 강대국이었던 역사와 전통이 세계사에서 바뀌지 않습니다. 중국이 공산화가 되었지만, 장개석 총통의 자유중국을 대체해 UN에서 인정하는 유일한 중국 대표로,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의 강대국 자격을 겸비하여 중국위치가 흔들리지 않을것입니다. 한국측 입장에서는 최대 교역국이자,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아오는 나라 중국.

    @세계역사 변하지 않음. 세계 최초의 대학 중국 태학.국자감(베이징대로 계승),서유럽의 볼로냐.파리대, 한국사 성균관(성균관대). 동아시아 세계종교 유교(하느님,공자숭배),서유럽 세계종교 로마가톨릭(하느님, 예수숭배. 서유럽에서 중남미.필리핀에 걸쳐 더 광범위한 세계종교로 확장). 세계4대 발명품 중국의 종이,화약,나침판,인쇄술. 근대세계의 지배세력 서유럽. 2차대전후의 UN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중국,프랑스,러시아,영국,미국). 2차대전이후 군사력분야 세계최강 미국.미국 $화는 세계에서 가장 선호되는 기축통화.

    미국.유럽의 공자학원 배척, 중세 이슬람에 대한 십자군전쟁, 신구교도 갈등, 유태인박해, 인도의 불교신자 천민계급, 이슬람의 타종교 배척, 일본의 기독교배척등을 보면, 이 문제는 인류공통으로 십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같습니다.

    UN은 중국,프랑스,러시아,영국,미국의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의 만장일치제도와 회원국의 다수결로 움직이는 다자주의 외교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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