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아시아 탐구] 터키 고교시절, 내가 자살을 생각하지 않은 이유

알파고 시나씨 기자(왼쪽에서 두번째)가 2004년 6월 중순, 터키 야만라르 과학고등학교 졸업식이 끝난 뒤 과학반 학생들과 이스탄불로 졸업여행을 갔다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 합기도 도장 관장님이 며칠 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얘가 합기도를 다녔다면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다.” 관장님이 지적한 ‘얘’는 바로 얼마 전 자살한 서울대학교 신입생이었다. 처음에는 이 말이 경제적인 문제에 관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이번에 발생한 서울대 신입생 자살 사건으로 한국 사회는 다시 한 번 인재들의 자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나 빌 게이츠(Bill Gates) 모두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닐텐데?대학생들은 왜 자살했을까? 많은 학자들이 TV에 출연해 이 문제에 대해 심층분석을 했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 자살한 학생들의 생각이나 심리를 이해시켜 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성공을 못해서 자살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살하고 싶을 만큼의 스트레스에 빠진 한 학생의 심리를 얘기해 보려고 한다.

필자는 고등학교 입시 당시 고향인 터키 으드르(I?dır)시에서 1등을 하고 터키의 유명한 과학고등학교인 야만라르(Yamanlar)에 합격했다. 터키의 인재들이 모인 이 학교에서 필자는 물리학 올림피아드팀에 들어가 올림피아드 학생이 되었다. 야먄라르에서 올림피아드 학생이라면 나름대로 특권이 있었다. 예를 들어 목요일과 금요일은 학교 수업을 빠지고 연구실이나 실험실에서 올림피아드 공부를 했다. 그 이틀은 점심시간에 일찍 학생식당으로 가서 줄을 서지 않고도 밥을 먼저 먹을 수 있었다. 또 우리는 물리학 수업을 듣지 않았고, 물리학 수업 시간이면 올림피아드 학생들만 모여 연구실로 향했다. 특히 올림피아드 예선 4~6주 전에는 학교 수업을 아예 빠졌고, 학교 운동장에 있는 고급 기숙사에서 별개의 일정에 따라 생활했다.

연구실 생활도 재미있었다. 일주일에 이틀은 학교 수업을 빠지고, 연구실에서 음료수도 마시고, 과자도 먹고, 올림피아드 공부를 했다. 선배들이 없는 시간에는 신입생들끼리 체스도 하고, 분필 박스를 공으로 삼아 실내 축구도 했다. 물론 여학생들이 시비를 걸었지만 그것도 즐거웠다.

올림피아드 학생들은 대학입시 공부를 하는 것을 후진 생활로 생각했다. 올림피아드에서 메달을 따면 입시는 면제되고, 올림피아드 분야와 관련된 학과에 마음대로 입학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입생들의 최우선 과제는 5월 예선을 합격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올림피아드에서 쫓겨나 대학입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필자를 포함해 다들 필자가 예선에서 합격할 줄 알았는데, 시험에서 떨어졌다. 그 소식을 듣자 먹는 밥도 맛이 없고 공기를 마시는지 마는지 느끼지도 못했다. 특히 이제부터 물리학 수업시간에 결석할 수 없다는 것이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연구실에서 자유롭게 공부하는 것도 꿈에 불과해졌다. 첫 주는 매일 폭포처럼?울었다. 쉬는 시간마다 연구실에 들어가서 <물리학의 기초(Fundemantal of Physics)>나 <Surway>라는 물리학 대학교재에 뽀뽀하고 안아주며 책을 놓고 울기도 했다. 한마디로 더 이상 사는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러한 심리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단 한 번도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우선 자살은 이슬람 종교에서 금지돼 있다. 둘째 올림피아드 선배들이 시험에서 떨어진 우리를 매일 위로해줬다. 우리를 공부시킨다며 원래는 까칠했던 그 선배들이 갑자기 천사 같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들은 인생에서 올림피아드뿐만 아니라 다른 목적지도 있다고 얘기했다. 그들이 보여 준 가장 좋은 사례는 공부했던 올림피아드 분야와 전혀 다른 생활을 하고 있는 대선배들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그때까지도 스트레스를 풀지 못했다. 왜냐하면 물리학이 좋아서 올림피아드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올림피아드를 열심히 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국가대표 씨름선수이자 기숙사 룸메이트가 “야 너 왼손잡이네! 씨름하면 큰 선수가 될 수 있어! 몸무게도 가볍고”라고 얘기했다. 그 말을 듣자, 터키식 표현으로 한다면 ‘머릿속에 수많은 여우가 달리기’ 시작했고, 번개가 번쩍번쩍 했다. 다음 날 바로 씨름?담당 선생님을 찾아가 열심히 씨름을 연습하겠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달 정도 씨름을 하고나서 힘이 들어 관뒀고, 필자는 성공에 도달하는 길이 유일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필자의 이야기를 하게 돼서 안됐지만,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하게 됐으니 독자들의 이해를 바란다.

요약해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두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는 대학에서 선배들이 신입생이나 군대에서 제대한 지 얼마 안 된 후배들과 최대한 관계를 맺고, 그들을 심리적으로 천사처럼 보호해야 한다. 둘째는 학교 관계자들이나 부모들은 공부벌레 학생들이 공부 이외에도 미술이나 무술 등 다른 분야 취미를 갖게 만들어야 한다.


*<잠깐~ 터키 유머> 어이없는 테멜 아저씨 이야기(3부)


연인인 테멜과 파디메는 오래 동안 사귀어 왔다. 어느 날 파디메가 테멜에게 “우리 이제 결혼해야 되지 않을까?”하고 물어 보았다. 당황한 테멜은 이렇게 답했다. “결혼이라니? 우리랑 누가 결혼하겠어?”


테멜의 부인인 파디메는 질투가 심했다. 매일 테멜의 옷을 확인해서 여성의 머리카락을 발견하게 되면 싸움을 벌였다. 어느 날 그는 평상시에 하듯 테멜의 옷을 꼼꼼히 살펴봤는데 머리카락을 찾지 못했다. 파디메는 그래도 싸웠다. “야, 너 이제 대머리 여자랑 만나?”

One comment

  1. 이 글 참 좋네요. 자기 이야기를 하는것보다 더 설득력있는 방법이 있을까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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