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나는 5.18을 왜곡한다’ 최진석

아, 5.18

[아시아엔=편집국]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철학과)는 광주에서 중·고교를 졸업하고 1980년 5월 광주에서 21살 나이로 5.18민주화운동을 겪었다. 그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5.18을 왜곡한다’는 제목의 시를 올렸다.

최 교수는 시에서 5.18역사왜곡처벌법을 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을 5·18에 비유하며 “5.18아 배불리 먹고 최소 20년은 권세를 누리거라. 부귀영화에 빠지거라. 민주고 자유고 다 헛소리가 됐다”고 했다.

그는 “자유의 5.18은 끝났다. 민주의 5.18은 길을 잃었다. 5.18이 전두환을 닮아갈 줄 꿈에도 몰랐다”며 “나는 속았다”고 했다.

그의 시 마지막 대목은 이렇다.
“5.18역사왜곡처벌법에 21살의 내 5.18은 뺏기기 싫어.”

최진석 교수 ‘나는 5.18을 왜곡한다’ 전문

지금
나는
5.18을 저주하고,
5.18을 모욕한다.
1980년 5월 18일에 다시 태어난 적 있는 나는
지금 5.18을 그때 5.18의 슬픈 눈으로
왜곡하고 폄훼한다.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죽기를 원하면서
그들에게 포획된 5.18을 나는 저주한다.
그 잘난 5.18들은 5.18이 아니었다.
나는 속았다.

아, 5.18

금남로, 전일빌딩, 전남도청, 카톨릭쎈타,
너릿재의 5.18은 죽었다.
자유의 5.18은 끝났다.
민주의 5.18은 길을 잃었다.
5.18이 전두환을 닮아갈 줄
꿈에도 몰랐다.
나는 속았다.

3.1, 4.19. 6.10,
부마항쟁의 자유로운 님들께
동학교도들의 겸손한 님들께
천안함 형제들의 원한에
미안하다.

자유를 위해 싸우다
자유를 가둔
5.18을 저주한다.
그들만의 5.18을 폄훼한다.
갇힌 5.18을 왜곡한다.

5.18이 법에 갇히다니.
자유의 5.18이
민주의 5.18이
감옥에 갇히다니
그들만의 5.18을 저주한다.
이제 나는 5.18을 떠난다.
5.18이 내게 말한 적이 있다.
죽어라, 그러면 산다.
나는 5.18을 지키러 5.18을 폄훼한다.
그날처럼 피울음 삼키며
나는 죽는다.

5.18아 배불리 먹고
최소 20년은 권세를 누리거라
부귀영화에 빠지거라
기념탑도 세계 최고 높이로 더 크게 세우고
유공자도 더 많이 만들어라
민주고 자유고 다 헛소리가 되었다.
5.18 너만 홀로 더욱 빛나거라.
나는 떠난다.
내 5.18 속에서 나 혼자 살련다.
나는 운다.

5.18역사왜곡처벌법에
21살의 내 5.18은 뺏기기 싫어.

One comment

  1. 최진석교수의 절규에 100% 공감합니다.
    5ㆍ18을 참칭하면서 장사해먹는 정치꾼, 지식장사꾼, 글쟁이들, 운동꾼들..
    혹세무민하는 이 자들, 용서할 수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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