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3] ‘임대사업자 자진신고’, 불명확한 지침이 논란 키웠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래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총체적인 역량을 쏟아 왔으며, 온 국민의 시선도 부동산에 쏠려 있다. 이런 가운데 한 건축사업가가 <아시아엔>에 글을 보내왔다. 필자(김주안, 필명)는 시행사업 및 시공사업, 분양, 임대업 등 건설부동산 분야의 사업을 다년간 진행해 온 중견기업의 CEO다. <아시아엔>은 필자의 글을 연재한다. -편집자

[아시아엔=김주안 건축사업가] “교차로에서 빨간 불인데 경찰관이 진행하라는 수신호를 보내 그대로 따랐다. 그런데 얼마 후 경찰서에서 (경찰관이 잡히지 않은) CCTV 화면만 보고 과태료 고지서를 보내왔다”

현재의 임대사업자 제도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확히 이 제도의 배경과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오래 전 ‘주택건설촉진법’이란 것이 있었으나 1990년대 김영삼 정부때부터 건설임대와 매입임대의 개념이 도입되어  ‘임대주택법’의 이름으로 출발하게 된다.

이후 여러 정부를 거쳐오면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란 이름으로 조금씩 개정돼 왔다. 주택공급을 통한 주거안정을 목표로 출발한 이 법은 오랫동안 활성화 되지 못했으나, 국토부가 2017년 12월부터 이 법을 제대로 활성하고자 하였고, 2018년 4월 인터넷등록시스템인 ‘렌트홈’을 개통하면서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임대사업자들은 물론 실무담당 공무원들에게도 홍보와 계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토부가 이 법을 추진하자 각 지자체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해당 제도를 아는 임대사업자도 일부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법의 기본적인 내용과 혜택, 의무조항 등은 물론 위반시 과태료 조차 알지 못해 수많은 민원이 발생한 것이다. 과태료의 경우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을 시 500만원의 처분을 받는데 이는 대학가 오피스텔의 1년 임대수익이 200~300만원인 현실에 비하면 버거운 금액이다.

막상 법안이 시행됐지만 2019년까지 통일된 업무지침이 부재해 각 지자체들은 유권해석을 하거나, 잘못된 안내를 하기도 했다. 이를 주관한 중앙부처에서는 주거안정도 있지만 세금을 양성화시켜 거둬들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더구나 해당 법안 외에도 여러 조세법이나 최근 발의하려는 임대차 3법 등 여러 법령을 정비할 필요성이 있었기에 이를 강행한 것이다.

결국 국토부는 법의 시행에 있어 여러 문제가 있었던 점을 감안해 2020년 3월부터 6월말까지 임대사업자들에게 자진신고를 받겠다고 발표했다. 이때 국토부는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봐주겠으나 임대료가 5% 이상 인상된 것이 발견되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덧붙였다.

임대인이 표준계약서로 작성하여야 한다는 점을 알더라도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표준계약서가 아닌 공인중개사협회 계약서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임대사업자가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 법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들이 임대료 5% 인상 조항까지 알 수 있었을까?

정부는 자진신고 하라면서 이를 전수조사해서 처벌하겠다고 하는 황당한 지침을 지자체에 내린 것이었다. 각 지자체 일선 현장에선 정부의 자진신고 지침에 대해 항의하는 임대사업자들에게 아직 시행은 두고 봐야 한다며 임대사업자들을 다독거려가면서 신고를 받은 게 현실이다.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온라인 카페 회원 등 정부 부동산 대책 반대 시민들이 18일 중구 예금보험공사 인근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쨌든 6월말까지 수많은 자진신고가 이뤄지며 지자체 공무원들이나 임대사업자들은 그간의 혼선을 정비해 이제는 체계적으로 이 법을 시행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자진신고를 받은 지 불과 열흘 만인 7월 10일 정부가 투기와 상관없는 임대사업자들을 겨냥해 ‘임대사업자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거나 철폐할 수 있다’고 말을 바꾸니 지자체 관련 공무원들과 임대사업자들은 멘붕에 빠졌다.

이 법의 폐지 또는 유지 논의는 차치하고 기존 임대사업자의 신고분에 대해선 국가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신뢰의 문제가 걸려 있다. 또한 국토부의 모호한 지침으로 각 지자체 공무원들이 잘못 안내한 점도 크기에 불이익을 받게 생긴 임대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 민형사 소송까지 가능하다.

경찰관의 수신호를 따랐을 뿐인데 과태료를 내라는 것과 같다. 이런데도 50만명이 넘는 기존 임대사업자에 대해서 ‘소급적용’이나 ‘과태료’ 등의 책임을 묻는 것이 과연 현명할까?(계속)

One comment

  1. 법을 만들기만 했지 충분한 홍보및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정부기관의 문제다. 부동산 폭등이란 현상황도우리나라 정부기관 공무원들의 나태한 근무태도에서 비롯된것이다. 이런 정부가 무슨 낯짝으로 국민들에게 과태료 운운할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과태료를 내야할 대상은 국민이 아닌 직무유기한 정부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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