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의 욱일기 논란과 안필드코리아의 공개서한

리버풀 FC 공식 웹사이트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 PSV 에인트호번,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FC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베식타슈 JK, 그리고 리버풀 FC의 공통점은?

늦은 새벽까지 TV 케이블 채널을 돌리거나 인터넷 중계를 헤매는 축덕들에겐 한 단어가 떠오를 것이다. ‘전범기 논란’. 열거된 팀들 중 리버풀 FC는 2019년 연말 ‘전범기 논란’으로 한국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불태웠다.

사건의 발단은 12월 20일 리버풀 FC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올린 영상의 썸네일 이미지였다. 당시 클럽월드컵에 참가 중이던 리버풀은 1981년 클럽월드컵의 전신인 도요타컵 결승 관련 영상을 올리며 해당 영상의 썸네일에 욱일기-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사용했던 전범기이자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를 사용했다. 이를 접한 한국의 축구팬들은 리버풀 구단 측에 문제를 제기했고, 21일 리버풀은 썸네일을 교체하면서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한국 IP로 접속하는 사람들에게만 공개됐던 제한적인 사과문은 아쉽기만 했다.

미봉책에 불과하긴 했으나 최소한의 제스처를 취했던 리버풀. 그러나 다음날, 한국팬들이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발생했다. 리버풀 FC가 구단 최초의 클럽월드컵 우승을 자축하면서 트위터 일본어 계정(@LFCJapan)에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포스터-해당 이미지와 욱일기의 연관성은 현재까지도 논란으로 남아있다-를 올린 것이다. 그 직후 팬들의 빗발치는 항의가 잇따랐고, 리버풀 구단은 해당 트윗을 곧바로 삭제함은 물론 골닷컴 코리아와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욱일기 사용에 대한 시정을 요청에 따라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사과문을 작성했다.

불과 3일 동안 두 차례나 욱일기를 떠올릴만한 이미지를 사용한 리버풀 FC는 이례적으로 구단 출입기자인 닐 존스를 통해 정식으로 사과의 입장까지 표명했으나, 한국팬들의 분노와 실망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에 오피셜 리버풀 스포터즈 클럽 OLSC 대한민국(이하 안필드코리아)은 “FIFA 규정 제3조 ‘민족과 인종의 차별주의 반대’에 따르면 ‘인종·성별·언어·종교·정치 혹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국가·개인 혹은 단체에 대한 차별은 엄격히 금지하며, 이러한 행위가 있을 경우 권리 제재와 제명 등 징계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유럽 축구 구단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욱일기(전범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민국 국민이자 축구 팬으로서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안필드코리아는 리버풀 구단을 시작으로 욱일기(전범기) 근절 캠페인이 더 큰불씨가 되어 퍼져나가길 바란다”며 구단에 공개서한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사태가 원만히 봉합됐다면 좋았겠지만, 논란은 그치질 않았다. 원색적인 비난을 동반한 해외축구 팬덤 사이의 소모적인 논쟁까지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안필드코리아는 “욱일기의 의미를 모르고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써 리버풀의 실수를 옹호 할 수는 없다. 다만 리버풀 구단 차원에서 공개서한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인다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더 나아가 서구권에서 퍼져 있는 욱일기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욱일기 논란’은 리버풀을 비롯한 스포츠 구단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었다. 팬과 평단으로부터 최고의 극찬을 받고 있는 미국의 R&B 뮤지션 F도, 스트릿 컬처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브랜드 S도 그랬다. 욱일기는 서구권에선 동양의 떠오르는 태양을 상징하는 이미지일지 모르나, 동아시아에선 아픈 상처에 불과하다. 더욱 안타까운 건 이와 같은 일들이 ‘그저 몰랐다’는 이유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왔으며,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안필드코리아의 공개서한은 잘못된 행동을 한 축구단을 옹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봉합됐다고 여길지도 모를 갈등을 재점화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는 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안필드코리아의 공개서한(https://docs.google.com/forms/d/1D5j2p4wZqqXq_Uy0Gdef1y68go5YspiJr0HE9owmTMw/viewform?edit_requested=true)에 서명한 인원은 2019년 12월 31일 오후 4시 기준 약 4000명. 안필드코리아는 2020년 1월 2일 리버풀 FC 측에 정식으로 공개서한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