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한국 자수 미래 걱정···문화재청 나서야”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아시아엔=이정철 기자] 자신이 직접 ‘한땀 한땀’ 수를 놓아 만든 것이라고 말해오며 70억원대의 자수작품을 판매해 민형사 소송에 휘말린 손인숙(69) 자수 작가의 피해자가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을 찾았다. 아시아엔 취재에 이병숙 궁중 자수작가가 동행했다. 

한국 문화재 최고 전문가이자 권위자인 정 전 관장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손인숙씨로부터 매입한 70여억원 상당의 자수작품 대부분이 “손씨가 직접 수를 놓은 게 아니라 베트남과 중국 등지에서 수입한 것”이라며 손씨와 민·형사 소송을 벌이고 있는 오순영(78)씨의 아들 장현성(49) 듀콘 대표는 궁중자수 전문가 이병숙(68)씨와 지난 6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 정양모 전 관장 사무실을 찾았다.

장씨는 손인숙씨가 자신의 모친에게 판매한 십이지, 까치, 호랑이, 흉배 등 자수품을 정양모 전 관장에게 내보이며 “한국 자수의 미래를 위해 대한민국 최고 권위자이신 정 관장님께서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장씨는 또 “지난 2015~16년 기메박물관에서 한불수교 130주년 전시회를 연 손씨가 오는 9월 제네바 극동박물관에서 또다시 전시회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양모 전 관장은  “작품사기 논란에 휩싸인 작가가 해외에서 전시하는 것은 한국자수 명성에 치명적인 오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전 관장은 “대한민국 자수의 미래를 위해서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문화재청을 통해 극동박물관측에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문화재청에서 해결해야 한다. 문화재청장한테 직접 민원을 제출하라. 그 다음 나도 건의하겠다” 고 말했다.

그는 “자수인들이 힘을 모아 이 일에 나서야 한다”며 “자수인들과 한국자수의 명예가 달린 문제이니만큼 자수인들이 뜻을 모아 공동 대응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 전 관장은 특히 “작품 하나하나를 직접 한땀 한땀 수놓아 만들었다는 사람이 어떻게 수천 점을 만들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상업화된 작품이 진짜인 양 둔갑하는 세태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씨의 아들 장 대표는 이날 “손씨가 10살 때부터 직접 ‘한땀 한땀’ 수놓은 작품으로 알고 구매했는데, 나중에 자수명장 및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중국, 북한 또는 베트남산으로 의심된다’는 소견을 듣게 됐다”며 “검찰 조사 결과 손씨는 중국 또는 베트남에서 자수작품을 들여온 경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편 궁중자수에 수십년 인생을 바쳐온 이병숙씨는 “외국산 자수를 무분별하게 수입해 오면서 직접 수를 놓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국가가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청와대의 대통령 주최 국내외 주요 만찬장에서 배경으로 사용되는 ‘진연도병풍’와 ‘농악도액자’의 작가다.

이씨는 “자수를 직접 하지 않은 사람들은 손씨의 작품에 쉽게 감명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손 재주가 없는 서양인들은 그것이 손씨 작품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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