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찌라시로 드러난 이스탄불 재선거 패배 에르도안 최측근들 ‘막장’ 암투

[아시아엔=알파고 시나씨 기자] 지난 23일 실시된 터키 이스탄불광역시장 재선거에서 야당이 또 승리했다. 집권 ‘정의개발당'(AKP) 후보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는 45.4%를 얻어 ‘공화인민당'(CHP) 후보 에크렘 이마모을루에게 9%포인트 가량 뒤졌다. 이마모을루 前 베일릭뒤즈區 구청장이 앞서 3월말 지방선거 때 득표율 차이 0.2%포인트보다 이번에 훨씬 큰 격차를 획득한 것이었다.

필자도 이마모을루가 이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큰 격차가 날 줄은 몰랐다. 따라서 터키 현지 방송국을 조금 보다가 채널을 돌리고 말았다. 언론의 자유가 없는 상황인데, 뭐 대수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영국의 대표언론이자 권위있는 BBC에서 나온 한 터키 시민 인터뷰를 보게 됐다.

이스탄불광역시(직역하면 이스탄불대도시)의 중심지인 파티 구는 서울로 따지면 서초구에 해당된다. 즉 서초구에선 구청장이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늘 보수가 압승하듯이 이스탄불광역시의 파티구도 정서적으로 워낙 보수성향으로 ‘무조건’ 집권 여당인 AKP가 승리하는 지역이다. 그러나 이번 재선거에서 파티구에서도 CHP가 AKP를 이겼다.

BBC는 바로 이같은 파티 구민들과 투표시간 마감 직후 인터뷰에 나선 것이었다. 상당수 파티 구민들은 이번 AKP패배의 원인 두가지를 지적했다. 하나는 누구나 다 아는 ‘시리아 난민’ 문제를 언급했다. 당국에 의해 관리가 제대로 안된 수백만 명의 시리아 난민이 이스탄불의 질서를 망가뜨린다고 이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여기서 파티구민들이 두번째로 언급한 원인은 좀더 특이하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바로 에로도안 대통령의 사위이자 재무부 장관인 베라트 알바이라크에 관한 것이었다.

필자는 처음 파티구민들이 에르도안 사위가 경제핵심부처인 재무부 장관으로서 경제를 잘못 한다는 식으로 비난할 줄 알았는데, 그들의 말투는 그게 아니었다. 기자는 잽싸게 구글에 ‘베라트 알바이라크’를 검색했다. 제일 먼저 뜬 뉴스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실상 터키 여론이 지난 6월 18일 즉 선거 5일전부터 사위 알바이라크와 관련된 어느 찌라시 때문에 난리가 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찌라시’란 단어에 대해 살펴본다. 찌라시는 일본어의 ‘지라쑤’, 즉 ‘던지다’에서 유래된 말이다. 전단지를 의미하지만 최근에 와서 어느 정도 가짜뉴스를 포함한 소문을 일컫는 것으로 뜻이 확장됐다. 즉슨 찌라시는 완전히 가짜뉴스는 아니고, 어느 정도 진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기자로서 어떤 가짜뉴스를 소개하거나 찌라시를 전달한 것을 자존심 상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터키 상황만큼은 당장 내 눈앞에 보이는 현상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미 이 소문은 최근 5일 동안 터키사회를 휩쓸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터키 제1의 도시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의 결과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이 찌라시가 바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첫째 사위 즉 큰딸 에스라 알바이라크의 남편인 재무부 장관 베라트 알바이라크의 불륜설이다.

이 불륜설이 터진 계기는 지난 18일 재무부가 한국의 ‘dcinside’처럼 터키에서 인기 1위 포털 사이트인 ‘eksisozluk’(Sour Dictionary)에서 ‘berat albayrak özge ulusoy ilişkisi iddiası’(베라트 알바이라크와 외즈게 울루소이 관계설)이라는 제목을 삭제시킨 사건에서 비롯됐다.

이에 터키의 일부 극좌파 언론이 “인기 포탈사이트에서 ‘베라트 알바이라크와 외즈게 울루소이 관계설’ 제목 강제 삭제”란 타이틀을 달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나가자 평소 인터넷을 잘 활용하지 않는 노인들도 이 둘 사이에 무슨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 눈치를 채게 되었다.

                  좌파 언론 줌후리엣에 나온 관련 기사. 재무부 장관 베라트 알바이라크(좌)와 미스 터키 출신 외즈게 울루소이(우)

외즈게 울루소이는 2003년 미스 터키 출신 모델로 현재 유명방송인으로 활동중이다. 그는 한때 터키 최고재벌인 사반즈家의 알리 사반즈와 사귀다가 헤어진 톱클래스 셀럽이다. 그런데 찌라시는 단순히 이 두명의 불륜을 아주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찌라시에 의하면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위인 재무부 장관이 이번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에 출마한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현재 국회의장)의 아들 소유 요트에서 외즈게 울루소이와 만났던 것이다. 그런데 더 국민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이들이 만나고 있는 장면을 에르도안의 딸이자 재무부 장관의 부인에게 들킨 것이다.

찌라시에 따르면 장관인 남편은 아내와 함께 출동한 건장한 청년들에게 심하게 맞아 얼굴에 크게 흉터가 생겼다. 이들이 경찰인지, 사설 경호원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어쨌든 재무부 장관은 이 사건 뒤 시장 재선거 전 2주 동안 언론에 나타나지 않았다.

찌라시에서 자꾸 요트 이야기가 등장하니 필자는 “왠 요트야? 호텔도 아니고?” 해서 호기심이 증폭됐다. 이 주제를 가지고 인터넷에서 열심히 검색했다. 그 결과 ‘재밌고도 엄청난’ 이야기를 발견하게 되었다.

터키 현지의 대부분의 SNS에서 일제히 돌아다니는 소문에 의하면 이 사건을 모의한 사람이 바로 에르도안의 총애를 받고 있는 술레이만 소일루(50세) 내무부 장관이다. 필자는 내무부 장관의 이름을 확인하고 이 소문들에 신뢰가 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내무부 장관과 재무부 장관 사이에서 차기 터키의 권력 쟁취를 놓고 심한 갈등 심지어 암투도 있다는 것이 암암리에 널리 퍼져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5월 초 자신의 고향인 터키 북부 트라브존광역시에 내려가 이스탄불 재선거 지원 유세를 하던 내무부 장관이 예상치 않게 같은 여당 사람들에게 무시당한 일이 발생했다. 내무부 장관으로 경찰력과 지방행정관리를 총괄하는 사람으로서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졌던 것이다.

그런데 나중 드러난 바로는 이 사건 배후에 재무부 장관이 있었다는 것이다. 찌라시에 따르면 바로 그 사건 직후 화가 날대로 난 소일루 내무부 장관이 경찰에 재무장관 도청을 지시한다. 도청 결과 재무부 장관이 톱 모델 외즈게 울루소이와 일드름 AKP 이스탄불 시장 후보 아들 소유의 요트장에 자주 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내무부 장관은 에르도안의 딸인 재무부 장관 아내에게 두 사람의 밀회가 예정돼 있던 요트장 위치와 시간을 통보해준다. 내무장관이 에드로안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는 대신 그의 딸에게 알려준 것이다. 

내무부 장관의 귀뜸을 받은 대통령 딸이자 재무부 장관의 아내는 경호경찰들과 함께 요트장으로 달려간다. 바로 재무부 장관에 대한 ‘1차 폭행’은 이때 일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찌라시가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2차 폭행’도 있었다고 찌라시는 전했다. 2차 폭행은 바로 장인이자 자신의 임명권자인 에르도안 대통령이 직접 가했다고 전해진다.

기자생활 9년차인 필자는 지금 역대 가장 ‘질이 떨어지는 소재’의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언론이 심각하게 통제돼 있는 상황에서 터키 국민들은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 직전 5일간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찌라시를 읽고 수다를 떠느라고 한편은 입이 피곤하면서도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이다. 그런 판국에 기자로서 특히 진실과 사실 전달을 소명으로 하는 <아시아엔> 기자로서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다.

이 글을 통해 우리가 꼭 배워야 할 게 하나 있다. 그 교훈은 바로 “걸리면 불륜, 안 걸리면 로맨스다.” 그럴까? 물론 아니다! 이는 그냥 웃자고 하는 말이다. 이 글을 통해 진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아무리 악랄한 독재정권도 ‘언론’은 통제할 수 있어도 ‘찌라시’를 통제할 수는 없다는 바로 그 사실이다.

2 comments

  1. It is shamful that you make claims about someone’s private life without any proof. How can you so be clear about that assertion? Did any body see this turkish minister Berat Albayrak while he was cheating on his wife??? I am aslo against Erdogan goverment but that is not the “way” Şİnasi. Even Assassins’s (Hassan-i Sabbah) way less worse way als this way. At least their assassinations to key enemy figures put an end to a political direction but you always spread such dirty claims and nothing changes…

  2. 잘 읽었습니다. 기사에 오타가 있어서 쓰고 갑니다
    ‘왠’이 아니고 ‘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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