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씨, 대덕구 강연 취소 말고 이러면 더 좋지 않을까요?

방송인 김제동씨가 2018년 9월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열린 KBS 시사 토크쇼 ‘오늘밤 김제동’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시아엔=알파고 시나씨 기자] 최근 김제동씨 강연료 문제가 여론에서 화제와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김제동씨는 지난 6월 15일 대전 대덕구 거주 청소년과 학부모 1000여명을 상대로 특별강연을 하며 강의료로 1시간 30분에 1550만원을 받기로 예정돼 있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밝혀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아니, 그렇게 서민 코스프레를 하더니, 무슨 천만원 단위의 강연료야?” <딴지일보>를 비롯해 몇 안 되는 언론 말고는 김제동씨의 편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김씨 강연은 결국 취소되었다.

필자는 이 주제를 다루기 전에 일단 진정한 ‘서민 코스프레’가 뭘까에 대해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필자가 태어나고 자란 터키에서는 사진기자들이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정치인이나 방송인 행사에 가면 무조건 긴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준비해 간다. 왜냐하면 멀리서 강사의 팔목시계를 찍기 위해서다.

만일 그가 차고 있는 시계가 수백만원 단위의 고가품이라면 곧바로 여론은 그에게 돌팔매를 던진다. 다시 말하면, 터키에선 ‘서민 코스프레’는 바로 자신의 돈을 서민답게 쓸 때라야 진정한 서민 코스프레로 인정을 받는다. 무슨 얘기냐 하면, 그렇지 않을 경우 입으로는 서민을 팔면서 생활은 서민과 괴리가 있다면, 그는 이중적인 위선자로 비난받게 된다.

터키에선 방송인이나 저명인사의 수입을 따지고 뭐라고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이 진정 서민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처럼 살 때에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는 말이다. 필자는 한국에서도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유명인들이 진정하게 서민답게 살았으면 좋겠다.

다시 김제동씨의 강연료 논란으로 돌아가보자. 여기서 먼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가 하려던 것은 강연이라기보다 행사였다는 점이다. 김제동씨가 하기로 예정됐던 것은 언론 표현으로는 강연이었지만 실제로는 행사였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김제동씨가 한때 7년간이나 한국의 괜찮은 기획사 소속의 방송인이란 점을 들어 그를 ‘자선사업가’나 ‘종교인’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라고 해서 고액의 강연료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법은 없다. 여기서 핵심 포인트는 강사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행사료 및 강연료다. 정부 및 지자체나 기관·단체 혹은 회사마다 그들 자신의 가이드라인이 있고, 그에 따라 행사비나 강연료를 지급한다. 필자도 가끔 특강을 하지만, 받는 강연료는 달랐다. 기관에 따라 10배까지 차이나기도 했다.

이번 김제동씨 강연료 논란의 또다른 당사자인 대덕구청은 김제동씨급 다른 방송인에게도 유사한 강연료를 주었다면 이 논란은 더이상 강연료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액 강연료에 대한 지적이 대세를 이뤘다. 이는 대덕구청의 예산관리의 문제로도 볼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방송인은 로비나 배경(빽)이 없이 자신의 실력이 인정받다 합법적으로 고액의 돈을 번다면 서민 고스프레를 할 필요도 없다. 또 조금 고급스럽게 살아도 된다고 본다. 그런데, 김제동처럼 ‘소득주도 성장론’을 지지하며 홍보한 사람들의 경우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들도 강연 혹은 행사라는 이름 아래 고액의 수익을 낼 경우 여론의 지탄을 받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고액의 수익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여론의 관심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김제동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한 방송에서 “조선일보 스쿨업그레이드 캠페인과 모교에 5천만원씩 모두 1억원을 기부했다”며 대덕구 청소년에 대한 후원을 약속했다. 그후에도 여론이 사그러들지 않자 대덕구 행사는 결국 취소되었다. 그런데 김씨는 하나 놓친 게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대덕구 청소년 후원 약속보다 ‘더 큰 전략’이라고 나는 본다.

강연 취소 대신 무료로 행사를 진행하는 게 나을 뻔했다. 더욱이 누구나 와서 들을 수 있도록 완전 공개형식으로 말이다. 김제동씨는 취소되기 전 자신의 행사에 참석하기로 예정된 사람들의 기대와 기다림은 헤아리지 못했던 것 같다. 아쉬운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글을 통해서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김제동씨가 받는 강연료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점이다. ‘소득주도성장’을 지지하는 방송인으로서 수입보다 번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에 신경을 쓴다면 논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설령 논란이 되더라도 스스로에게 떳떳하지 않을까 싶다. 자신이 받은 혜택을 적재적소, 적시에 환원한다면 ‘소득주도성장’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고액의 행사비를 받아도 한국사회는 이해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One comment

  1. 개인적으로 김제동씨는 연예인으로써 고액 강연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냥 연예인 행사였다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단, 해당 행사가 지자체행사였기에… 지자체 구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행사이기에 금액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국가 정부 행사나 최소 광역시도에서 주관하는 행사의 경우 연예인 참석에 그래도 큰 비용이 들어가는 행사들이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크게 이슈가 되지는 않았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민간에서 하는 행사의 경우도 말이지요.

    그리고 저는 연예인이기에 이렇게 행사가 트러블이 되었으니 무료로 해야 한다고 하면… 여러 지자체에서 나도 무료로 해달라고 하며…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기에 취소할 수 밖에 없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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