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수교 130년 특별전’ 손인숙씨, 작업장 공개 못할 이유 뭔가?”

손인숙 작가

‘아시아엔’ 손씨 후원회 전 임원 A씨 ‘사실확인서’ 확보 

[아시아엔=이정철 기자] 한불수교 130년 기념 프랑스 파리 국립기메동양박물관에서 2015년 말부터 6개월간에 걸쳐 특별개인전을 연 바 있는 손인숙(69) 자수작가. 그는 지난 2017년 7월 그의 이화여대 학과 선배이자 오랜 후원자인 오순영(78)씨로부터 사기혐의(특정경제처벌에관한특별법)로 고소당했다.

오씨는 손씨에게 2000년대 초반부터 2013년까지 소품을 포함해 약 200점을 71억원에 구입했다.

손씨는 그동안 자신은 작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국가에 기증하기 위해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며 10살때부터 자신이 한땀 한땀 손수 제작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같은 손씨의 진술이 사실과 다르고 작품들도 실제로는 그가 작업한 것이 아니라는 게 오씨가 검찰에 손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한 이유다.

하지만 오씨의 고소는 2018년 12월 5일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됐다. 이에 오순영씨는 서울지검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오씨는 손씨를 상대로 민사소송도 제기해놓은 상태다.

손인숙씨 주변에는 두 개의 모임이 있었다. 자미연과 예원실그림문화재단이다. 둘다 손씨의 자수공예를 후원하기 위해 조직됐다. 특히 2014년 설립된 예원실그림문화재단은 2015년 4월부터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소인 오씨측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분 가운데 한 분인 이기수 총장님이 과연 손인숙씨의 이같은 행위를 정확하게 알고 계신지 궁금하다”며 “그렇지 않으리라 믿지만, 만일 그렇다고 하면 여간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2008년 손씨의 자수작품이 좋아서 후원자들을 중심으로 출범한 ‘손사모’ 모임이 2012년 ‘자미연’으로 이름이 바뀐 뒤 2015년 말 손씨가 소송에 휘말리면서 해체됐다

<아시아엔>은 이번 ‘손인숙 작가 사기 피소사건’을 취재하며 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 중요한 단서를 포착했다. 손씨를 후원하는 두 모임에 깊이 간여했던 A씨가 오씨에게 전한 사실확인서다.

A씨는 예원실그림문화재단 임원으로 오랫동안 손씨를 후원하는 일에 앞장서왔던 인물이다. A씨는 올초 자신의 신분증 사본과 함께 아래 사실확인서를 오씨에게 작성해줬다.

<아시아엔>은 사실확인서 가운데 손씨의 작품활동과 관련한 A씨 의견을 일부 소개한다.

15년 동안 손씨와 서로 알고 지낸 A씨는 손씨의 작품과 관련해 “정교함이나 그 양(量)에 압도되고 한 인간이 그 많은 작품을 직접 제작했다는 점에서 숙연해지고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왔다”며 “‘한 인간이 어떻게 저 많은 작품들을 한땀 한땀 수 놓을 수 있을까? 저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일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했다.

A씨는 “그때마다 손씨는 자신이 직접 평생 한길만 걸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며 “(강남구 개포동 소재 예원실그림박물관) 관람객들이 의문을 제기할 때마다 손씨는 ‘자수는 내가 직접하고 액자 틀 같은 나무제품은 장인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손씨는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수익은 전혀 없고 작품에 들어가는 재료비나 장인들의 인건비는 시댁의 부동산 처분 대금이나 시댁에서 물려받은 수원 소재의 건물 임대료로 충당한다는 말을 종종 했다”고 전했다.

예원실그림문화재단 회원 및 관람객들은 전시실에서 모여 간단한 다과나 식사 등의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A씨는 “그러나 오순영씨는 그때마다 모임에 참석하고 또 식사를 준비해 무얼 하는 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데도 손씨는 오씨에 대해 자신의 작품을 산 사람이거나 자신의 작품 애호가라고 소개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손 작가는 본인의 작품 중에 단 한 작품도 제3자에게 판매한 사실이 없으며 향후로도 판매하지 않을 것이고, 국가에 기증하겠다고 하였기 때문에 오순영씨가 손씨 작품을 샀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A씨 진술이다. “한번은 전시실을 방문한 손님이 외국인을 대동하고 왔었는데, 그 외국인 역시 작품의 정교함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다만 작품의 양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면서 ‘중국여행을 하면서 중국 어느 지역에 가 보니 여자공원들이 집단적으로 이런 작품 작업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혹시 작업장을 한번 볼 수 있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본 사실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손씨는 ’수(織) 작업은 직접 작업을 하며 작업장이 있지만 공개는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을 하였습니다.”

A씨는 “만약 손씨가 적어도 수를 놓는 작업(나무액자는 제외)에 직접 작품활동을 하지 아니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거나 누군가와 협업을 했다면, 많은 관람객들이 그렇게 놀라거나 존경심을 표하지 않았을 것이며, 작품의 값어치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며 “손씨는 늘 ‘작품을 구상하면 밑그림 작업(일종의 스케치)조차 하지 아니하고 바로 수작업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피의자(손씨)를 그동안 알고 지내던 많은 사람들이 실망한 것은, 피의자가 적어도 수 작업은 본인이 한땀 한땀 작업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것”이라며 “고소인(오씨)이 피의자가 작품을 하면서 협업한 사실을 알았다면 수십억원의 거금을 주고 작품을 구매했을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런 상식에 기초하여 이 사건의 범죄 유무를 판단하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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