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아베 정상회담 ‘찰떡궁합’ 과시…멜라니아 생일 만찬·골프회동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부부

5월엔 트럼프 일본 국빈방문, 6월엔 G20 오사카 정상회의 참석

[아시아엔=이정철 기자,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27일(현지시간) 1박 2일간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 생일축하 만찬과 골프회동 등을 통해 ‘친밀한 관계’를 다시 과시했다.

미일 정상은 아베 총리의 방미 첫날인 26일 오후 백악관에서 2시간 가량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1시간45분 동안 부부 동반으로 만찬을 함께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의 49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골프광’인 두 정상은 27일에는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 소유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 회동’을 했다. 두 사람은 이전에도 미국과 일본에서 골프를 함께 쳤다.

두 정상은 이틀 동안 ‘끈끈한 케미'(케미스트리·궁합)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아베 총리를 ‘내 친구’라고 부르면서 친밀함으로 표시했고, 멜라니아 생일축하 만찬에 아베 총리 내외가 함께 한 데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내달 일본 방문 기간 스모 경기 관람을 희망한다면서 스모 우승자에게 줄 트로피를 미국에서 제작 중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5∼28일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일본을 국빈 방문한다. 방일 기간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을 예방하고 일왕이 주최하는 궁중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6월 28∼29일에는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아베 총리는 오사카 G20 정상회의 세일즈를 위해 지난 22일부터 프랑스 등 유럽을 순방한 뒤 5월 1일 새 일왕 즉위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미국으로 날아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아베 총리의 방미는 트럼프 대통령의 ‘에고'(ego·자아)를 달래고 노여움을 방지하기 위한 이뤄진 일련의 시도 가운데 가장 최근 사례”라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골프 회동 기사를 다루면서 ‘브로맨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은 지난 25일 북러 정상회담 직후 열린 만큼, 북러 밀착에 대한 견제 속에 대북 제재 등 압박 기조를 재확인하며 ‘하노이 노딜’ 이후 비핵화 달성을 위한 공조를 다진 자리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북·중·러간 ‘삼각 연대’가 구축되는 듯한 흐름 속에서 이에 대비되는 미일 간 공조전선이 형성된 모습이 연출된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에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책임을 ‘미국의 일방적이며 비선의 적인 태도’로 돌리며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전적으로 미국의 차후 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강성 발언’을 내놓은 와중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미일 무역 협상과 함께 비핵화 공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북한에 관해서도 논의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그것(북한 문제)은 꽤 잘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회담 후 아베 총리는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향후 북미 (협상) 프로세스를 전망하고 진행 방식을 놓고 상당히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특히 미일 정상은 대북 제재 및 제재유지를 위한 ‘공동의 결의’를 논의했다고 윌리엄 해거티 주일 미국대사가 27일 전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아베 총리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같은 트럼프 행정부 강경파의 입장을 강화해줄 것이라고 일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에 완전히 전념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미일 동맹의 억제력과 역량을 향상시키는데 합의했으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 태평양’ 지역을 보장하기 위해 추가로 협력해 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일본 당국자 발로 보도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은 양국이 이달 무역 협상을 본격 개시한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은 대(對)일본 무역적자 축소와 일본 농산물 시장의 폭넓은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들어가면서 이르면 5월 내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본 정부의 고위 당국자도 정상회담 후 “두 정상은 양국의 신뢰를 토대로 무역 협상을 조기에 타결짓기 위해 논의를 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의 기술’을 알지는 모르지만, ‘아첨의 기술’에 관한 한 아베 총리가 한 수 위”라면서 “지금까지 아베 총리가 친밀한 개인 관계 덕분에 어떤 부분을 얻어냈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꼬집었다.

당장 일본으로선 무역 문제가 ‘발등의 불’이다. 양측이 무역 협상에 대한 ‘조기 타결’을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양측간 은근한 긴장은 정상회담 공개 부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아베 총리가 “일본은 미국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고 언급, 미묘한 긴장이 형성되기도 했다.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도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AP통신은 “두 사람의 ‘동지애’에도 불구, 무역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가려지진 않았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일 정상은 일본인 북한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한다는 입장도 확인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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