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불수교 130년 기메박물관 특별전시 손인숙 자수작가 소송 휘말려

손인숙 자수 작가와 그의 미인도 작품

[아시아엔=이정철 기자] 2017년 4월 18일, “손인숙 자수작가는 자신이 직접 만든 작품이 아닌데도 자신이 만든 것처럼 속여 판매했다”는 고소장이 검찰에 제출됐다. 그리고 19개월여 지난 2018년 12월 5일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되었다. 이에 고소인 오순영(78)씨는 서울지검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고소인 오씨와 손인숙(69) 작가는 1993년께 이화여대 자수과 졸업생들이 만든 ‘현수회’에서 처음 만난 사이다. 오씨는 “우리나라 전통자수의 맥을 이어가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는 손씨의 말에 깊이 이끌렸다고 했다. 특히 “10살 때부터 손수 수놓은 것”이라는 손 작가 말에 그의 여러 작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손 작가는 오씨는 물론 현수회 다른 회원들도 놀라움과 부러움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오씨는 “손씨가 ‘한땀 한땀’ 수놓은 노력과 시간이 많이 투입된 작품들의 소장가치가 높다고 믿으면서 작품을 대거 구입하게 되었다”고 했다.

1993년부터 2013년까지 오씨는 손 작가로부터 70억원 어치의 작품을 구입했다고 고소장에서 진술했다.

오씨는 2013년께 작품 일부를 매도하려는 과정에서 거래 상대방들로부터 “손 작가 작품이 중국산으로 의심된다”는 말을 듣게 됐다고 한다. 이후 오씨는 대한민국자수명장 유모씨 등 전문가들로부터 “일부 작품이 손 작가가 직접 ‘한 땀 한 땀’ 수놓아 완성한 것이 아니라 중국·북한 또는 베트남 등 외국에서 하청을 주어 들여왔다”는 소견을 들었다고 한다.

손인숙 작가의 화성 능행도 자수 작품.

검찰의 불기소이유 통지문에서도 “손씨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 손씨는 서울 종로 소재의 공방을 통하여 베트남에서 자수(‘땀땀이’)를 공급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또 손 작가 남편 명의로 중국에서 자수를 여러 차례 수입해 온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이화여대 자수과 선배인 오씨는 손 작가가 자신을 속였다고 주장하면서 고소장을 제출했다. 손 작가는 그동안 자신의 작품은 “판매용이 아니라 문화유산”이라는 주장을 해왔다고 오씨는 말했다.

오씨는 “검찰 수사 결과 손 작가는 5000여점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대형 자수작품 1개를 제작하는데 수년이 걸리는 점을 볼 때, 손 작가가 직접 제작했다는 그의 말과 거리가 상당히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작가는 “10살 때부터 수고를 들여 제작한 작품들에 대해 판매는 하지 않는다”고 종종 주변사람들에게 말해왔다고 오씨는 거듭 말했다. 실제 2014년 <아리랑tv> ‘Heart to Heart’에 출연한 손 작가는 “10살 때 어머니로부터 영향을 받은 이래 반세기 동안 자수에 인생을 바쳐왔다”고 말했다.

당시 나승연 진행자가 “한 가지 믿기 어려운 점이 있다. 지금까지 수천개 작품 중에서 하나도 팔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인가? 사고 싶은 분들이 굉장히 많았을 거 같은데···”라고 묻자 손씨는 “그렇다. 사실이다”라고 답했다.
손 작가는 “왜냐하면 저의 꿈은 제 작품들이 박물관에서 문화유산으로 남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손인숙 작가 작품들은 한불수교 130년을 맞아 프랑스 국립 기메박물관에서 2015년 말부터 2016년 중반까지 6개월간 전시된 바 있다. 당시 손 작가를 후원했던 ‘자미연’의 한 회원은 “프랑스 기메박물관 전시회 당시 손 작가 작품들을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만들어 가져왔다는 사실이 사전에 알려졌다면 전시회가 개최되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자미연’은 손씨 작품에 깊은 인상을 받아 대한민국 전통자수를 세계화하고 국내 일반에게 작품성과 우수성을 알려야 한다는 취지로 설립됐으나 현재는 손 작가와 오씨의 갈등으로 해체된 상태다.

이에 대해 손 작가는 “오씨 측의 주장은 한 마디로 사실무근이다”라고 말했다. 손 작가는 오씨가 주장하는 70억원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며 “오씨 측에서 무단으로 우리 작품을 200여점 반출해 경찰에 신고 한적이 있다”고 말했다.

손 작가와 오씨의 소송은 개인간 이해관계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져 온 전통 자수인의 명성에 불명예를 안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소송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손씨가 설립한 ‘예원실그림문화재단’은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대한중재인협회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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