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온라인에서 논란이 됐던 찜닭 배달전문점의 사연

온라인에서 논란이 됐던 찜닭 배달전문점. 4월 4일 방문해 촬영했다.

[아시아엔=이주형·이정철 기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이슈가 있다. 사연의 주연공은 서울 강서구의 찜닭 배달전문점 ‘찜닭에 꽂힌 계집애’.

배달 주문 서비스업체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을 통해 음식을 배달하는 ‘찜닭에 꽂힌 계집애’는 지난 3월 2일 오픈 이후 약 3주 만에 소비자들로 좋은 평가를 얻으며 배민 지역별 식당 상위 랭크에 올랐다. 소규모로 배달만 하는 사업장임에도 높은 하루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찜닭에 꽂힌 계집애’라는 상호명과 ‘계집애’ ‘화끈한 계집애’ ‘반반한 계집애’ 등의 메뉴명이 선정적이란 이유로 배민 서비스 이용자들의 문제가 제기됐고, 배민 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사업장에 상호 변경을 요청했다. 그 결과 ‘찜닭에 꽂힌 계집애’는 4월 1일 12시 정각부터 상호가 변경되기 이전까지 영업을 중단했고, 4월 5일 오전 11시 경 ‘찜닭에 꽂힌 닭집애’ 등 수정된 명칭을 내걸고 영업을 재개했다.

이 일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고 일부 매체들이 이를 보도하면서 커뮤니티와 매체 별 반응은 명확히 갈렸다.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별간 갈등의 단면을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당사자였던 ‘찜닭에 꽂힌 계집애’ 측의 입장은 4월 1일 업주가 배민에 올린 감정 섞인 글 이후엔 반영되지 않았고, 그 사이 이 업체는 ‘여성시대’ 등 온라인 포털 커뮤니티에서 ‘여성혐오’ 논란의 중심에 놓이게 됐다.

‘아시아엔’은 ‘찜닭에 꽂힌 계집애’를 운영하고 있는 강 모씨를 방문, 이 일의 경과와 심경에 대해서 들어봤다.

논란이 됐던 상호와 메뉴명

일반적인 시각으로 볼 때 상호와 메뉴명은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 작명하면서 문제가 될 것이란 것을 인지하지 못했나. 일부에선 이를 노리고 했다는 반응도 있다.
이 일이 생기기 전까진 ‘여혐’이라는 단어 자체를 몰랐다. 온라인 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요즘 세상에 그런 단어가 존재하는지도 잘 몰랐다. ‘계집애’는 한문으로 ‘닭 계’, ‘이을 집’, ‘사랑 애’를 합친 단어로 닭을 사랑해 만든 브랜드다. 7년 전쯤에 프라이드 치킨집을 하려고 생각해 둔 것이었고, 여성 비하나 혐오에 대한 의도는 없었다.

배민에 업체 등록 할 때 문제가 되진 않았나.
처음에는 ‘계’에 뒤에 한문 ‘계’(鷄) 자를 넣어서 메뉴를 올리려고 했는데 배민 시스템 상 맞지 않아 한문을 삭제하고 올렸다. 문제가 될 것 같았으면 배민 측에서도 애초에 받아주지 않았을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심경은.
이름을 지을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돌이켜 보니 상호와 메뉴명을 지을 때 신중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대가 바뀌었으면 장사하는 사람이 따라 갔어야 했는데, 오래 전의 생각을 갖고 최근에 장사를 시작한 것은 분명 안일했다. 제 잘못을 인정하고 또 그에 대한 대가가 따른 것을 받아들인다.

이슈가 발생한 직후 ‘찜닭에 꽂힌 계집애’ 측에서 보인 공격적인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업체의 대표이기도 한 와이프와 공동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고, 주방일을 봐주는 친구가 있다. 와이프가 임신 중인데 이번 일로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영업이 중단된 이후 ‘찜닭에 꽂힌 계집애’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 커뮤니티에서 관련 글들을 읽었다. 입에 담기 힘든 조롱과 욕설이 올라와 있더라. 그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그런 글들을 썼다. 제가 썼던 거친 말로 불쾌하셨던 분들께 사과 드린다.

배민에서 영업을 중단하게 된 과정은 어떠했나.
상호 변경 건으로 영업이 중단됐던 4월 1일, 오전 11시 넘어서 담당 매니저로부터 전화가 왔다. “정오 12시까지 상호를 변경하거나, 배민에서 가게 이름을 내리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하더라. “상호명을 바꾸라고 하면 바꾸겠지만, 어떻게 30분만에 다 변경하나. 시간을 줘야 하지 않나”라고 물으니 “내부적으론 이미 얘기가 끝났다. (시간 안에) 결정하지 않으면 직권으로 배민에서 삭제할 것”이라고 말하더라. 상호명 변경 건에 관해선 그 이전인 3월 21일 담당 매니저와 통화를 한 적이 있다.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의 회원으로 추측되는 한 소비자가 최초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매니저가 “상호명에 대해 클레임이 들어왔다. 변경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말해 “우리 브랜드는 이러이러한 뜻을 지녔다. 어떤 부분이 문제되는지 알려주면 변경하겠다”고 답했으나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그러다 4월 1일 갑작스런 통보를 받고 영업을 중단하게 됐다. 그 후 알려진 바와 같이 다음날 상호가 ‘찜닭에 꽂힌’으로 변경됐다.

상호와 메뉴명이 변경된 찜닭에 꽂힌 닭집애

오늘(4월 4일) 상호가 ‘찜닭에 꽂힌 닭집애’로 변경돼 있고, 메뉴명도 그에 맞춰 수정돼 있더라.
뜻이 통하는 ‘닭집애’로 변경하고 싶다고 매니저한테 말했고, 일대일 메신저 상담으로도 썸네일을 보냈다. 그래도 답변이 없어서 마냥 기다리고 있었는데 3일이 지난 오늘 아침에야 변경돼 있었다. 이틀간 올라가 있던 ‘찜닭에 꽂힌’이란 상호와 메뉴, 썸네일은 배민 측에서 임의로 변경해 둔 것이다. 계약서를 쓰고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상호 논의를 거쳐서 변경하는 것이 맞지 않나. 배민 측이 명칭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또 수정을 요청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이해한다. 하지만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라 충분히 상황을 설명해 주고 일정 기간의 유예 기간을 줬으면 낫지 않았을까. 자영업 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갑작스런 상호 변경은 업체 측에 타격이 있다. 상호가 바뀌면 일반 소비자들은 가게가 없어진 줄 아니까.

주문하려고 해도 메뉴가 품절 표시 돼 있어 주문을 할 수 없다. 배민을 통해 영업을 재개할 계획은 없는가.
며칠 동안 매장에 나와있긴 했는데 전화가 수십 통 오더라. 영업을 중단하고 있는 중인데도 직접 전화를 걸어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상호와 메뉴명이 수정돼 있으니 오픈만 하면 영업을 다시 시작할 수는 있다. 현 상황에서 무리해 장사를 재개하면 상황이 악화될 것 이란 걱정도 있지만 장사를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생계가 달려 있으니까. 배민을 배제하고 장사를 계속하기 힘든 것도 현실이다. 지역이나 메뉴 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배달전문점에게 배민의 비중은 그만큼 크다. 우리만해도 배민을 통한 매출 비율이 90%가 넘는다.

배민 측에서 별다른 연락은 없었나.
담당 매니저 외에는 본사 측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 배민을 통해 다른 지역에서 장사했던 시절부터 현재 매니저와 연락을 주고 받았으니 6~7년 알고 지냈다. 사실 그 분께 피해가 미칠까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 배민 시스템 상 담당 매니저 외에는 개인 사업자가 배민 측과 직접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 일에 대해 책임과 권한을 지니고 있는 본사 분과 연락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했다. 대표번호 이외엔 아무 것도 없어서 메일을 보내고 사장님 사이트에서 일대일 문의도 해봤는데 아무런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 어떠한 대답이라도 듣고 싶다. 누구라도 좋으니 연락 주셨으면 좋겠다. 오죽했으면 배민의 김봉진 대표님께 SNS로 메시지까지 보냈겠나.

잘 몰랐다고는 하지만 ‘찜닭에 꽂힌 닭집애’의 신중하지 못했던 단어 선택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해당 업체 측은 문제가 됐던 부분을 시정했으며, 과오에 대해 인정하고 또 사과했다. 남녀갈등의 프레임 속에서 이 사안을 놓고 감정을 소모하는 설전을 더 이상 이어갈 필요가 있을까. 그러한 갈등에 지칠 대로 지쳐있는 사회다. 다만 배민 측이 이를 처리하는 과정은 매끄럽지 않아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배민 직원은 “기준에 맞지 않는 사업장은 애초에 배민에 광고를 등록할 수 없다. 최초 계약 시 사업주에게 이를 설명하고 협의를 거친 후 일을 진행한다. ‘찜닭에 꽂힌 닭집애’는 계약 당시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 일이 처리되는 과정에 대해선 사내에서도 이슈가 됐었다”고 밝혔다.

4월 1일 이후 만으로 4일이 지난 4월 5일 오후 다섯 시. 배민은 아직까지 ‘찜닭에 꽂힌 닭집애’ 측에 이 상황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4 comments

  1. 애초에 너무갔고 배민은 봉사하는것도아닌데 확실히 손절하는 모습 보이고 싶었을것.. 사장 초기대응이 일을 키운사건

  2. 별 문제 없는데 괜한 염병질로 장사 피해본 케이스 ‘짱구’가 길지나가다 ‘짱구피자’ 가게 보고 왜 내 이름을 피자집에 쓰냐고 기분 나쁘다며 상호명 바꾸라며 염병해서 황당하게 영업정지 당하고 이름 바꾸느라 장사 못해 손해 이름 바꾸고 손님 떨어진격

  3. 옛날 사람인 내가 봐도 헐인데… 시대가 변하기 전이라고 쳐도 저런 메뉴명은 진짜 말이 안된다. 대체 어떤 사상을 가졌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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