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스티브 잡스 평생 스승 日 스즈키 순류 ‘선심초심’ 

 
[아시아엔=함영준 마음건강 길 대표, 조선뉴스프레스 고문, 전 조선일보 사회부장]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태어나자마자 남의 집에 입양아로 들어가게 된 기구한 운명의 소유자다. 청소년 시절 삶에 대한 회의와 일탈행동을 겪었으며 결국 선불교 사상에 심취하면서 자신의 올바른 인생을 찾을 수 있었다.
그가 젊은 시절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대표적인 책이 바로 <선심초심>이다. 이 책 저자 스즈키 순류(1905~1971)는 일본의 정통 선불교 지도자로 1959년 미국으로 건너가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선불교를 전파한 인물로 1960년대 이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신적 지도자 중 한사람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살던 스티브 잡스는 자연히 스즈키 순류가 세운 ‘타사하라 선 센터’에 드나들기 시작했으며 순류의 제자이자 보좌역인 오토가와 코우분(1938~2002) 스님을 만나 평생 스승으로 모시게 됐다. 말하자면 스즈키 순류는 잡스의 스승의 스승인 셈이다.
잡스는 스즈키 순류의 선심초심에 나온 사상과 수행방식에 매료돼 평생 선불교를 삶의 지침으로 삼고 일상생활에서 선 수행을 실천하면서 살았다. 그가 20세기 후반 세계 IT업계에서 성취한 비범한 결과물들의 정신적 원류는 선 사상, 보다 구체적으로는 스즈키 순류의 선심초심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스즈키 순류의 평소 설법 내용을 제자들이 간추려 에세이 형식으로 출간했다. 일견 표현이나 내용은 쉽고 간단하게 서술돼 있지만 그렇다고 금방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선(禪)의 세계를 알아야 보다 정밀한 이해가 가능한 책이다.
그렇지만 선에 무지하더라도, 기독교 등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당장은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우리 인간들이 살아가야 하는 태도와 가치관, 덕목을 제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스지키 순류 선사는 책에서 무엇보다 초심(初心·Beginner’s mind)을 강조한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늘 유지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선에 대해서 깊이 이해하여야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역대 선사들의 이야기를 많이 읽을 수도 있겠지만, 매 문장을 새로운 마음으로 읽어야만 합니다. ‘나는 선이 무엇인지 안다’거나 ‘나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식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항상 시작하는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것, 이것이 진정한 비법입니다. 이 점을 주의하고 또 주의하도록 하세요, 좌선 수행을 시작한다면 시작하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게 됩니다 이것이 선 수행의 비밀입니다.
초심자의 마음은 어떠한 것인가. 그것은 단순하고 순수한 마음, 모든 가능성에 열려 있는 편견 없는 마음이다. 어쩌면 어린 아이의 마음이요, 호기심, 겸손함,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가는 이의 진지한 자세다. 이런 마음을 평생 가지고 사는 것이 선 수행이라는 것이다. 이런 초심은 결국 있는 그대로 보는 자세, 즉 비판단(非判斷·non-judging)의 태도로 인도한다.
삶을 보는 눈이 대개는 ‘너와 나’, ‘이것과 저것’, ‘좋고 나쁨’ 식으로 이원적이지요.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분별조차도 그 자체가 보편적인 존재에 대한 알아차림입니다. 어떤 진술을 들을 때 보통은 자신의 생각을 개입시켜서 듣습니다. 실제로는 자기 자신의 견해를 듣는 셈이 되지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는 자신의 모든 선입관과 주관적 견해를 포기하고, 그저 듣기만 하십시오. 그리고 그가 하는 행동을 주시하기만 하세요.
<선심초심> 저자 스즈키 순류
이런 경청의 자세, 겸손한 마음은 단지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물을 보는 정확한 눈을 가지게 만든다고 선사는 강조한다. 보통 사람의 인생이나 도를 닦는 수행자의 삶에 있어서나 인내(忍耐·perseverance)는 필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선은 어떤 흥분상태가 아닙니다. 매일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일에 마음을 집중하는 것이 바로 선입니다. 구도자의 길은 ‘일편단심의 길’ 또는 ‘한 방향으로 달리는 수천리 철길’이라고 합니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해도, 구도자에게는 오직 한 길 밖에 없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도겐 선사께서는 음식을 만들고 상을 차리는 것은 준비가 아니라, 그것도 수행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것은 여러분이나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단지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지극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살다보면 원치 않는 일, 불행, 재난, 사건 등이 끊이지 않는다. 이것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선사는 수용(受容·acceptance)의 자세를 강조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생각을 머리로 이해하면서도 실천은 잘하지 못한다. 하루에도 수백번, 수천번, 쓸데없는 잡념 번뇌 속에서 살며 거기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마치 늪에 빠진 사람처럼 헤어나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더욱 생각에 빠지게 된다. 이에 대해 스즈키 선사는 ‘애쓰지 않음(non-striving)의 마음을 제시한다.
양이나 소를 크고 널찍한 들판에 풀어놓는 것이 그들을 제어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좌선을 하는 동안 완전한 평온을 얻고자 한다면 마음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심상을 물리치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그냥 놔두세요. 그리고 저절로 가게 내버려두세요. 그러면 조절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말은 쉬여 보여도 이렇게 되려면 특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노력을 하는 방법이 수행의 비밀이지요.
무슨 수를 써도 없어지지 않는 집착에 대해선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스즈키 선사는 아예 신경쓰지 말고 ‘내비 둬!’라고 말한다. 집착을 끊는 방법, 곧 ‘내려놓음(Letting go)’이다.
‘음 이건 망념이군’하고 간섭하지 말고 그대로 놔두십시오. 망념에 휘둘리지 않고 그저 관찰만 할 때 고요하고 평화로운 본래 마음 상태에 머물 수 있을 것입니다. 망념에 대항하기 시작하면 휘말려 들고 맙니다.
우리가 이런 식으로 초심자의 마음, 비판단, 인내, 애쓰지 않음, 수용, 내려놓음의 자세를 갖고 일상생활을 해보라. 자연히 우리가 바라는 마음 속의 고요(평정), 기쁨, 자유를 얻게 된다고 선사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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