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투어 40] 30년만에 대통령 교체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두나라의 하나된 염원


아랄해 전문가 쟈혼기르씨가 폐선 앞에 서 있다. 그는 페르가나 출신의 우즈베키스탄 사람으로 한국에 유학 와서 아랄해 관련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부터 동행한 그의 전문성이 처음 가는 무이낙 여행에 많은 도움을 줬다.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 최희영

[아시아엔=최희영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 작가] 버스에서 내려 한동안 왁자지껄하던 여행단 일부가 골조만 남아 서글픈 배 위로 올라갔다. 중년 여성 한 사람은 뱃머리에 서서 영화 <타이타닉>의 윈슬렛을 흉내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박 아래 다른 여행자들은 배꼽을 움켜쥐며 사진찍기 바빴다.

“It’s been 84 years and I can still smell the fresh paint.(84년이나 됐지만 아직도 나는 그 배의 페인트 냄새까지 생생해요.)”

“A woman’s heart is a deep ocean of secrets.(한 여인네의 비밀이 바닷속 깊은 곳에 잠겨 있어요.)”

갑작스레 <타이타닉> 명대사 두 토막이 떠올랐다. 극 중 로즈(Rose)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다. 그 순간 어디선가 이런 사연을 들고 백발의 고운 할머니가 나타날 것만 같은 환상이 일렁였다.

“전쟁이 끝나고 그 사람이 돌아왔지요. 80년 전 이야기지만 나는 아직도 그날 밤 그이와 함께 걷던 이 무이낙 바닷가를 잊지 못해요. 비릿한 바닷바람이 아직도 내 코끝을 그대로 스쳐가는 걸요. 한 여인네의 비밀이 이 무이낙 바닷가에 스며있어요. 나는 모스크바에서 온 외교관의 딸이었고, 그이는 사마르칸트 명문가의 맏이였지요.”

이 넓고 깊었던 아랄해에는 얼마나 많은 사연과 애환과 탈고 안 될 전설들이 밀물과 썰물처럼 들고 났을까 잠시 상상했다. <타이타닉>의 여주인공을 연출한 관광객 덕분이었다.

“여기까지 와서 저러고들 싶을까? 여긴 나폴리가 아닌데….”

카자흐스탄에서 왔다는 관광객 가족이 우즈베키스탄 국기를 바라보며 녹슨 배 위의 ‘로즈’를 핀잔했다. 쟈혼기르 씨는 ‘로즈’에게 눈 흘기던 여성이 학교 선생이라고 통역했다. 그들 가족은 카자흐스탄 남서부 베이네우(Beyneu) 사람들이라고 했다. 베이네우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카스피해로 접근할 때 거치는 철도교통 요충지다.

아랄해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걸쳐 있다. 거의 절반씩을 차지한다. 그렇기에 이곳을 찾는 카자흐스탄 관광객들도 많다. 특히 베이네우 사람들로서는 자기네 나라의 아랄해보다 이곳을 찾는 게 더 빠를 만큼 아랄해가 가깝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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