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대로 알기] 컴퓨터 게임도 나온 ‘삼국지’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아시아엔=중국을 읽어주는 중국어교사 모임] 우리가 흔히 『삼국지』라고 부르는 소설의 원래 제목은 『삼국지연의』입니다. 이 소설은 원(元)나라 말기에서 명(明)나라 초기 사이에 나관중이라는 사람이 쓴 것이지요. 하지만 나관중 혼자 지은 것은 아니고,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사람이 각색하고 모아 두었던 이야기를 나관중이 총정리한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원말명초에는 우리나라 판소리처럼 하나의 일관된 이야기를 회를 나누어 이어서 연출하는 이야기꾼이 있었는데, 『삼국지연의』도 그런 이야기꾼들이 연출하던 이야기 중 하나였지요. 그렇다면 『삼국지』는 무엇일까요? 『삼국지』는 중국이 한(汉)나라 말기부터 삼국으로 분열되고 다시 통일을 이룩하는 과정을 진수가 정리해 놓은 역사서입니다. 『삼국지연의』는 『삼국지』의 바탕 위에 허구를 많이 더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지요.

『삼국지연의』는 총 120회 분량으로 된 책으로 한 번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한 회씩 진행하였으니, 120부 연속극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인기 있는 드라마는 한 회 한 회 진행될 때마다 다음 회를 몹시 기다리게 합니다. 이 소설을 이야기해주는 이야기꾼도 다음 회를 몹시 기다리게 만드는 방식으로 각 회를 마무리 지었다고 해요. 그런 식으로 120회나 했으니, 엄청난 대하드라마라고 볼 수 있겠죠?

이 소설은 중국 본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했습니다. 하지만 명나라 초기에 바로 수입된 것이 아니라 유행이 한참 지난 후인 명나라 후기에 소개가 되지요. 특이하게도 『삼국지연의』는 『조선왕조실록』에도 등장하는데 그 내용을 한번 볼까요?

『삼국지연의』 중적벽싸움

상(임금)이 문정전석강에 나아갔다. 『근사록』 제2권을 진강하였다. 기대승이 나아가 아뢰기를, “지난번 장필무를 인견하실 때 전교하시기를 ‘장비의 고함에 만군이 달아났다고 한 말은 정사(正史)에는 보이지 아니하는데 『삼국지연의』에 있다고 들었다.’ 하였습니다. 이 책이 나온 지가 오래되지 아니하여 소신은 아직 보지 못하였으나, 간혹 친구들에게 들으니 허망하고 터무니없는 말이 매우 많았다고 하였습니다. …… (중략) …… 그중의 내용을 들어 말씀드린다면 동승의 의대 속의 조서라든가 적벽 싸움에서 이긴 것 등은 각각 괴상하고 허탄한 일과 근거 없는 말로 부연하여 만든 것입니다. (후략)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이 책에 대해 사대부들은 ‘괴상하고 허탄한’ 말이 많이 나오는 소설이라고 하찮게 여겼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소설에는 사대부들이 싫어할 만한, 정사와는 거리가 먼 허구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선조 임금조차도 『삼국지연의』에 대해 알고 있듯이 조선 중기에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었습니다.

“『삼국지』를 세 번 읽지 않은 사람과는 대면도 하지 말라.”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사람은 유별나게 『삼국지연의』를 좋아합니다. 인터넷 서점의 검색란에 ‘삼국지’를 쳐 보세요. 수많은 종류의 번역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유명한 만화가가 한 번씩은 그려 보는 것이 바로 『삼국지연의』라네요. 『삼국지연의』를 테마로 한 컴퓨터 게임은 이미 1985년부터 지금까지 30년에 이르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 사대부들은 ‘허황하고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으니, 지금의 상황을 보면 혀를 끌끌 찰지도 모르겠네요.<출처=지금은 중국을 읽을 시간 1>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