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투어 32]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크라쉬’ 종주국은 우즈베키스탄

크라쉬 경기장면

[아시아엔=최희영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 작가] 2018년 3월 우즈베키스탄 비즈니스 투어에 나선 경제인들 사이에는 여행 직전 끝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화제였다. 그 중 한 사람은 우즈베키스탄의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피겨선수 ‘미샤 지’의 팬이었다.

“평창 폐막식 때 있었던 피겨 갈라쇼 보셨지요? 차준환도 좋았고, 북한선수들도 좋았지만 미사 지 선수가 최고였죠. 그 선수가 바로 여기 우즈베키스탄 출신이에요. 복서로 분장하고 나와 방탄소년단의 ‘마이크 드롭’에 맞춰 빙판을 누비는데, 참 환상적이었잖아요? 그 선수 할머니가 바로 고려인이라 해서 한국 팬들이 특히 많은 거 같아요.”

그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잠시 대화의 중심 소재는 스포츠로 흘렀다. 세계를 누비는 경제인들이라 그런지 스포츠 상식 수준도 높았다. 한 사람은 “최근 세계 복싱계를 주름잡는 나라가 바로 우즈베키스탄으로 2016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땄다”고 덧붙였다. 이를 듣던 한 사람은 보다 수준 높은 스포츠 상식을 펼쳐 많은 이들로부터 또 다른 관심을 샀다.

“혹시 크라쉬라고 들어보셨어요? 금년도 아시안게임부터 정식종목이 됐다는데, 그 종주국이 바로 우즈베키스탄이라고 합니다. 여기 오기 전에 크라쉬에 대한 자료를 찾아봤더니 3000년도 넘은 전통 스포츠인데, 유도하고 씨름을 합쳐놓은 운동경기더군요. 한국에서도 얼마 전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대표선수 선발전이 있었더라고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우즈베키스탄 대표단 모습. 당시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한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7개월 뒤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중국과 일본, 한국, 주최국 인도네시아에 이어 종합 5위를 차지해 우즈베키스탄은 아시아권의 신흥 스포츠 강국으로 부상했다.

그가 말하는 크라쉬는 “정당한 방법으로 목표에 도달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말하자면 반칙 없는, 올림픽정신에 부합하는 스포츠라 지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때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바 있고, 마침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성가를 이뤄냈다.

여기까지 오는 데는 고 카리모프 대통령의 공이 컸다. 그는 1991년 독립 이후 크라쉬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팔을 걷어붙였다. 그 결과 1998년 28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제1회 세계크라쉬대회를 개최했고, 2003년 1월에는 아시아올림픽위원회로부터 공식 인정을 받아내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축구도 점점 강해지고 있지요. 러시아월드컵 예선 최종전이 이 나라 타슈켄트에서 있었잖아요? 그때 남은 티켓 한 장 갖고 우즈베키스탄과 싸웠는데 정말 아슬아슬했지요.”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시작된 스포츠 화제는 축구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경제인들은 역시 아는 게 많았다. 아마 이번 비즈니스 투어의 B to B 만남에서도 이들은 스포츠를 소재로 우즈베키스탄의 경제인들과 보다 두터운 친목을 나누게 되리라 생각됐다.(계속)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