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그리움의 동의어’ 김삼환 “산책로 비탈에 놓인 빈 의자도 좋겠다”

겨울이 흐른다

새벽 풍경 지켜보는 새라 해도 좋겠다
내 몸 안에 흐르는 강물이면 어떤가
산책로 비탈에 놓인 빈 의자도 좋겠다

버리기 전 세간 위에 지문으로 새겨진
눈물 흔적 비춰보는 달빛이면 또 어떤가
그날 밤 술잔 위에 뜬 별이라도 좋겠다

깨알같이 많은 어록 남겨놓은 발자국에
비포장 길 얼룩 같은 달그림자 지는 시간
빈 방을 돌고 나가는 바람이면 더 좋겠다

 

# 감상노트

그와 함께 거닐던 천변. 그가 마음 밭에 새겨 놓은 말씀. 그 말씀 흐르는 천변에 앉아 허락도 없이 왔다 가는 하얀 나그네새를 본다. 찻잔 부딪는 소리 생생히 들리고 글씨 아래 지워놓은 연필글씨가 보인다. 지운 글씨가 더 아리게 와 박힌다. 육체는 보이지 않아도 사라지는 것은 없다. 아트만이라는 씨앗이 바람으로 곁에 온다. 우리는 그걸 영혼이라 했나. (홍성란 시인 · 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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