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참 쉽지요] 엄마표 도시락

내가 요리를 시작한 건 9살 즈음이다. 엄마가 너무 편찮으셨던 까닭에 아버지께서 음식을 자주 하시곤 했는데 그때마다 옆에서 거들기 시작하면서 몇 달 후에는 스스로 ‘요리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는 내게 요리가 무엇인지 알려주셨다. 그래서 지금도 요리가 내겐 쉽고 가깝게 느껴진다. 아버지는 “그저 뚝배기에다가 있는 채소들을 턱~턱 썰어 넣고, 된장 두어 숟갈 푹푹 떠서 푹~ 끓이면 된장찌개가 완성된다”면서 “요리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고 하셨다.

그런 아버지를 봐 와서인지, 당시 어린 내가 보기에도 단순하기 짝이 없는 아버지의 요리기술이, ‘요리는 결코 어렵고 귀찮은 것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했던 것 같다. 비록 아버지가 만드신 음식은 모양새는 없었지만, 분명 당신의 자녀들을 보면서 음식에 깊은 사랑을 다 쏟아 붓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렇게 완성된 아버지의 음식은 어찌나 맛이 있었던지 커서도 ‘그리운 집 음식’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아버지의 음식은 여전히 내게는 최고다.

그렇다. 요리란, 상대방에 대한 마음과 사랑인 것이다.
10살 때 돌아가신 어머니는 음식솜씨가 매우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라도 분이신 친할머니의 요리솜씨와 산골 자연음식에 친숙한 외할머니 밑에서 배운 솜씨인 것 같다.

우리 가족 대부분이 음식을 맛있게 할 줄 알아서 세상 사람 모두가 요리를 잘하는 줄 알았다. 어머니께서 내게 가르쳐준 처음이자 마지막 음식은, 7살 즈음에 ‘반숙 달걀 프라이’였다. 그 방법을 어찌나 섬세하게 가르쳐 주시던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기름과 달걀이 만나면 튀는 기름으로?화상의 염려가 있기에 약한 불로 달궈야 한다며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달걀 하나를 깨셨다. 어머니께서는 내게 “자글자글한 그 소리를 먼저 귀담아듣는 것도 중요하다”며 “노른자가 너무 익으면 퍽퍽하고, 그렇다고 너무 익지 않으면 노른자 물이 새어나오니 겉이 적절하게 익을 때까지 프라이팬에서 눈을 떼지 말라”고 하셨다.?또 “접시에 옮길 때까지의 열이 노른자를 더 익히기?때문에 아주 조금의 여유를 두고 재빨리 불을 꺼야 한다”고 하셨다.

이러한 어머니의 엄격한 가르침이 지금 내게 매우?진지한 지침이 돼주고 있다.

추억의 양은 도시락

시골학교의 오래된 난로와 양은도시락

단양군의 가산초등학교에서의 4년이란 시간은 내게 많은 추억거리를 가져다주었는데, 도시생활에서는 접해 볼 수 없는 것들이 많았다. 가난했던 시절 친숙한 양은도시락, 나 역시 학교에 싸갔던 기억이 새롭다. 작은 교실 안에는 오래된 난로 하나가 있었고, 가끔 장난삼아 양은 도시락(김치볶음과 달걀 프라이 세트)을 가져와 난로 위에 얹어놓고 먹곤 했다. 작은 교실과 작은 난로 하나. 새 학기 그때를 추억하며 ‘엄마표 달걀 프라이와 김치볶음’ 양은도시락을 만들어 보자.

재료
신김치 한 컵, 간장 2T, 설탕 1T, 깨소금, 참기름, 김, 쌀밥 1인분, 고추장 1/2T, 달걀 1개.

만드는 법
1.잘 익은 김치 한 줌을 송송 썬다.
2.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김치, 간장, 설탕, 깨소금, 참기름을 살짝 넣고 중불에 김치가 투명해질 때까지 볶는다.
3.다른 프라이팬에 엄마표 달걀프라이를 한다.
4.도시락 안에 밥과 볶음김치를 담고, 고추장과 부순 김을 살짝 넣어주면 끝.

3 comments

  1. 오군침이도는군요~~~추억의맛..

    옛날생각나네요!오늘저녁은송송썬김치볶음과고추장을넣어
    계란후라이와함께쓱싹쓱싹비벼먹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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