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속 아랍식당 ‘아라베스크’

외국인들에게 친숙한 식당이 있는 곳이라면 단연 서울의 이태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태원처럼 북적이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동인천 역 앞에 자리 잡은 아랍식당 ‘아라베스크’는 저녁이면 아랍사람들로 북적인다. 근처에 자동차 관련 무역상들이 1~2개월 장기 숙박하기 때문인데 이들이 아라베스크의 단골이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북쪽으로 약 한 시간 떨어진 엘비드(Irbid)가 고향인 피라스 알코파히(Firas Alcoufahy, 43) 씨는 고향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가구업을 했으며 1998년 한국에 들어와 역시 중고차 매매업을 하던 ‘무역상’이다.

무역상이던 알코파히 씨가 한국에서 아랍식당 주인이 됐다

평일 한가한 시간 아라베스크에서 알코파히 씨를 만났다. 주방은 저녁 손님맞이 준비로 분주했다.

– 손님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주로 저녁에 손님이 많은데 한국인이 40% 정도 되고 나머지는 리비아, 이라크, 시리아 등 아랍사람들이 많다. 수단 사람도 있다.”

– 한국에서 오래 살았는데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음식 때문에 힘들었다. 무슬림은 하랄 음식을 먹는데 돼지고기를 제외한 양고기, 소고기 등을 피를 다 빼낸 후 요리하며?먹기 전 기도를 올린다. 그렇지 않으면 고기를 먹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한국 식당에서는 고기를 먹을 수가 없고 하랄 음식 찾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집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나
“집에서는 아내가 해주는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 특히, 대구탕, 알탕, 해물탕, 초밥 같은 해산물을 좋아한다.”

–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나
“무역업 할 때 동료였던 지금의 아내(한국인)를 만나 결혼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사하라(8)가 태어났다. 사하라는 캐나다 학교에 다니는데 외국인 학교에 다니는 이유는 사하라가 다섯 살 때 주변 사람들이 외국인 취급(사하라의 국적은 한국)을 해서 영어로만 얘기하려 했다. 당시 영어를 못했던 사하라에게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가르치기 위해 외국인 학교에 보냈다.”

– 사하라의 학교생활은 어떤가
“학교에 들어가고 나니 아이가 무척 바빠졌다. 방과 후에 피아노, 수영, 미술학원, 태권도장 다니랴 많은 양의 숙제하랴··· 한국의 높은 교육열은 좋지만,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지 못 하는 게 아쉽다. 가끔 (한국인인데) 왜 영어를 배워야 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바쁜 만큼 일 년에 두 번 떠나는 가족 휴가는 무척 소중한 시간이다.”

– 요르단에서는 어떻게 교육하나
“사하라가 좋아하는 것은 선택할 수 있다. 무조건 다 배우지는 않는다.”

– 과거 미국에서의 9·11 테러로 인해 아랍사람이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았다. 그 일로 한국에서 피해 본 적은 없는지?
“한국이나 미국이나, 세계 어느 곳에나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다. 그 일로 인해 피해를 본 적은 없다.”

– 처음 한국 왔을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처음 한국 와서 전철 탔을 때는 옆자리의 여자가 도망친 적도 있다. 한국 사람들 노랑머리에 흰 피부, 파란 눈의 외국인에게는 호의적이나 검은 머리에 피부색 있으면 수준이 낮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요즘은 한국의 경제가 발전하고?일본이 뒤처지면서 외국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고 한국 사람들의 마인드도 많이 개방됐다.”

-?그래도 여전히 안 좋은 기억도 있었을 텐데?
“많은 사람이 왜 요르단 여자와 결혼하지 않고 한국여자와 결혼했느냐고 물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솔직히 속으로 기분 안 좋다. 사랑해서 결혼한 것이지 국적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아라베스크 내부

– 식당 소개에 터키 음식을 전면으로 내세웠는데 그 이유는
“사실 터키 음식과 아랍 음식은 90%가 흡사하다. 다만 한국인들에게 터키 음식이 친숙하고 잘 알려져서 그렇게 하고 있다.”

– 종교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나
“동암역 부근에 정식 사원은 아니지만 모여서 기도하는 곳이 있고 백운역 부근에 사원이 있다. 매주 금요일 12시에서 오후 1시 사이에 사원에 간다.”

– 송영길 인천시장으로부터 명예 외교관 임명장도 받았는데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한국 사람들, 아랍 문화에 대해 잘 모른다. 사막과 낙타만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오죽하면 자동차 매매할 때 거기는 사막만 있는데 자동차가 어떻게 다니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한국에 아랍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

–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
“내가 한국에 와서 미술을 공부했는데 인천시장의 주선으로 여름에 전시회를 한다. 그걸 통해서 아랍 문화를 알리고 싶고 시청 앞에서 축제를 열어 각종 아랍 음식과 책 등을 전시해 문화를 알릴 것이다.”

– 귀화할 생각은 없는지
“국적과 이름을 바꾸고 안 바꾸고는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귀화할 수도 있지만 생활하는데 별 차이가 없어서 아직 하지 않고 있다.”

메뉴판에 없이 매일 바뀌는 ‘오늘의 요리’

이곳 메뉴는 난을 비롯해 BBQ, 커리 등이 있는데 매일 바뀌는 ‘오늘의 요리’가 있어서 요일 별로 메뉴에 없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알코파히 씨가 소개한 오늘의 요리는 ‘타진(Tajin)’ 이라는 요리로 닭고기에 토마토,당근,양파 등과 향료 타임(Thyme)을 곁들인 모로코 음식이다.

민경찬 기자 kris@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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