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김수환 추기경, 자존감의 ‘지존’···‘내탓이오’ vs ‘너 때문에’

김수환 추기경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자존감(自尊感)과 자존심(自尊心)을 혼동하여 쓰이는 경우가 많다. 자존감과 자존심은 자신에 대한 긍정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대한 긍정’을, 자존심은 ‘경쟁 속에서의 긍정’을 뜻하는 등의 차이가 있다.

사람의 마음이 양파와 같다고 한다. 마음속에 가진 것이라고는 자존감이 아닌 자존심밖에 없으면서, 뭔가 대단한 것을 가진 것처럼 큰소리를 친다. 그리고 그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고집부리고, 불평하며, 화내고, 싸우고 다툰다. 그러나 마음의 꺼풀을 다 벗겨내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이 자존심을 버릴 나이가 되면 공허(空虛)함과 허무(虛無)밖에 남지 않는다. 그 하나하나 벗겨내는 데는 많은 시간과 아픔이 따른다. 사람이 세상에 나올 때는 자존심 없이 태어나지만 살면서 반평생은 자존심을 쌓고, 다시 그것을 허무는 데 남은 반평생을 보낸다. 그리고 “힘든 인생이었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간다.

자신 안에 가두고 있는 자존심을 허물 수 있다면, 우리는 많은 시간과 기회를 얻게 된다. 자존심 때문에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우리는 자신의 체면 손상 때문에 사람들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자신을 숨기기 위해서 고민하거나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더 많은 사람과 조화를 이룰 수 있으며, 마음이 상해서 잠을 못 이루는 밤도 없어진다. 필요 없는 담장은 세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고, 세워져 있는 담장이 필요 없을 때는 빨리 허무는 것이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비결이다.

그럼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자존심은 남에게 굽히지 않고 스스로의 가치나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이며 자존감은 자신을 존중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런데 유난히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 있다. 자존심을 넘어 독선(獨善)에 가까운 사람을 만나면 가슴이 아프다.

조금만 자존심을 건드리면 다시 보지 않을 것 같이 길길이 날뛴다.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린 사람이 바로 자신의 거울인 줄을 모른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모든 원인과 결과를 ‘나’로부터 찾는다. 그러나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원인과 결과를 ‘남’에게서 찾는다. 그래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모든 잘못을 ‘내 탓’으로 돌리고, 원망할 일도 ‘감사’로 돌린다. 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잘못을 ‘네 탓’으로 돌리고 감사할 일도 ‘원망’으로 맺는다.

‘자존심’과 ‘자존감’의 차이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하늘과 땅의 차이다. 왜냐하면 ‘자존심’은 타인이 나를 존중하고 받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이고, ‘자존감’은 타인과 상관없이 내가 나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 자존감이 높은 경우가 많다. 이렇게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의 특징은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평가하는 것에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더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해진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남들이 아무리 칭송해도 자신의 기준에 만족하지 못하면 스스로 더 노력해야 한다고 느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나 자신’에 집중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 소리를 듣지 않고 독선적이고 독불장군처럼 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내가 하는 일과 내가 하려는 일’에 집중할 뿐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면 그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스스로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 스스로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빛날 수 있도록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다.

둘째,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때때로 자기가 가진 것의 소중함은 잊은 채 남의 것을 한없이 부러워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양성으로 가득하며 이것은 곧 세상을 사는 재미이기도 하다.

셋째, ‘남의 기대감에 충실하지 않는 것’이다. 자존감이 높아지려면 주변 사람이 아닌 내 마음속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나 자신을 믿고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현명하다.

넷째, ‘원만 구족해지는 것’이다. 자존심만 내세워서는 남과 싸우게 된다. 싫은 소리는 흘려버리고 좋은 소리만 듣는 습관을 들이면서 마음을 튼튼하게 하며 자신감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섯째, ‘모험을 하는 것’이다. 현실에 안주해버리면 더 이상의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없다. 자신에게 자극을 주는 것이 좋다.

여섯째, ‘쉽게 화내지 않는 것’이다. 화가 날 때는 한 번 멈춘다. 멈추는 것이 바른 것이다. ‘一+止=正’이다. 그리고 긴 호흡을 하며 자신을 뒤돌아보면 화는 가라앉게 된다.

일곱째,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사고로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한 발짝도 떼기 어렵다. 공부와 사업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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